한스 베그네르 가구 July, 2019 지난 6월, 수입 가구 및 아트&리빙 셀렉트 숍 더멘션이 오픈 2주년을 맞아 한스 베그네르 특별전 <베그너 하우스>를 개최했다. 국내에서 한스 베그네르의 작품만으로 구성한 전시회는 처음이라고. 경이로운 거장의 순수한 예술 세계를 경험해보는 시간.

간결한 아름다움, 기본에 충실한 편안함
가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디자이너로 추앙받는 한스 베그네르. 핀 율, 아르네 야콥센, 카레 클린트, 베르너 팬톤과 함께 덴마크를 세계 디자인계의 중심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중에서도 한스 베그네르는 가장 많은 작업을 했을 뿐 아니라 유일한 목공 출신의 디자이너.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화려하기보다는 섬세하고 정교하다.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완성품을 내놓기까지의 모든 공정을 남의 손을 거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했기에 작가의 성격이 잘 반영된 다작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한스 베그네르는 실용성과 기능성에 초점을 맞춰 작업을 했다. 가구 본연의 기능적인 역할을 고려해 인체공학적인 설계로 편안함을 선사하는 것. 여기에 그의 예술적 감각이 어우러져 그만의 아이코닉한 가구 디자인이 정립되었다. 한스 베그네르의 대표 작품인 위시본 체어 CH24는 ‘Y 체어’라고도 부르는데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이 외에도 모든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간결한 아름다움과 편안함,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은 그가 세계적인 거장임을 증명하는 요소일 것이다.


한스 베그네르(Hans J. Wegner)의 시그너처 작품이자 북유럽 디자인의 아이콘이 된 위시본 체어 CH24. 1950년 대중에게 첫선을 보인 당시에는 매우 아방가르드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1960년대 이후 동서양의 감성을 예술적인 감각으로 어우른 디자인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칼 한센&선과의 첫 협업 라인 중 하나.


1 종이를 로프처럼 꼬아 만든 페이퍼 코드로 처음 제작한 CH25. 1950년 출시 당시 획기적인 소재에 사람들은 의구심을 품었지만 훌륭한 내구성과 디자인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끌었다.
2 더멘션에서 열린 <베그너 하우스> 전시에서는 기술자가 직접 페이퍼 코드를 이용해 위시본 체어의 좌석을 완성하는 위빙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1947
피콕 체어 PP550

공작새를 모티프로 한 디자인이라 그의 친구 핀 율이 피콕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형태적으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기능적인 부분도 완벽한 체어.

1949
더 체어 PP503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TV 토론쇼에 배치된 것을 계기로 ‘케네디 체어’라는 애칭이 생겼으나 미국인들은 위대한 작품에 걸맞게 ‘더(The)’를 붙여 고유명사화했다.

1950
CH22 베그네르의 원작

스케치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체어. 오늘날 공정의 일부가 현대화되었지만 조립과 표면 처리, 직조 등 주요 과정은 전통 수공예 공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1950
CH23 구상에서 제작에

이르기까지 한스 베그네르의 집요하고 고집스러운 작업 과정을 빗대 ‘베그네르 디테일’이라고 하는데 그 디테일이 돋보이는 초기 걸작품 중 하나.

1953
발렛 체어 PP250 실용적인

방법으로 옷을 접어 보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떠오른 영감으로 디자인한 발렛 체어. 저렴한 소나무 원목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 의자를 만들 수 있는지 증명했다.

1955
스위블 체어 PP502

한스 베그네르 개인은 물론 덴마크 가구 역사에도 큰 전환점을 마련한 작품. 이를 계기로 인체공학적인 설계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용성을 고려한 디자인을 선보이게 된다.



의자에서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
“덴마크 사람들은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들에게 의자는 단지 하나의 가구가 아니라 삶의 동반자인 셈. 평생 쓸 나만의 의자를 첫 월급으로 구매할 만큼 이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덴마크 사람들에게 한스 베그네르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심미적인 아름다움에 중점을 두는 핀 율과 아르네 야콥센과 달리 실용성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한스 베그네르는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사랑받았다. 의자에서 보내는 시간의 가치에 초점에 두어 안락함을 중요시한 그는 100% 수공예 작업으로 생산을 해 남다른 퀄리티를 자랑했다. 현재 고도로 숙달된 장인들이 까다로운 생산 공정을 거쳐 만드는 마스터피스는 PP 모블러에서 선보이며, 칼 한센&선은 대중이 아름다운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대량 생산을 맡고 있다. 이 외에도 로킹 체어 J16을 만드는 프레데리시아, 옥스 체어와 퀸 체어를 생산하는 에릭 예르겐센, 게타마(Getama) 등이 있다.


의자는 인간에 가장 가까운 물건이다. The chair is the object closest to humans. - 한스 베그네르


1, 2 한스 베그네르 특별전 <베그너 하우스>를 기획한 더멘션의 전시 공간.



1952
CH71목공예의

장인이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던 완벽한 설계, 직물과 목재의 결합, 감각적인 형태에 기능을 더한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은 체어다

1954
터브 체어 PP530 기술적인

측면에서 시대를 한참 앞서 있었던 가장 진보적인 작품. 반세기 이상 흐른 후 PP 모블러가 한스 베그네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생산하기 시작했다.

1960
CH445 베그네르 작품 중

가장 힘 있는 실루엣의 체어로 평가받는다. ‘윙 체어’라고도 부르는데 좌석과 등받이가 사용자의 편안한 자세를 유도해 머리와 목, 등, 어깨를 안정적으로 지지해준다.

1960
CH468 오큘러스라는

별칭의 이 제품은 디자인이 완성되고 반세기 지나 아주 우연한 계기에 시제품 사진과 점토 모델 도면이 발견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이 특징.

1963
CH07 웃는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형태라 더 스마일링 체어라고도 부른다. ‘의자는 반드시 편안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각도에서 봐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작가의 철칙이 매우 개성 있는 형태로 실현된 것이다.

1986
서클 체어 PP130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켰지만 베그네르는 심미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가득했다. 곡선과 직선을 매우 안정적으로 배치한 서클 체어가 그 결과물.



Interview
더멘션 황성호 대표

<베그너 하우스> 전시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가구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한스 베그네르의 ‘파파 베어 체어 PP19’ 때문이었다. 20여 년 전 유학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나만의 공간을 꾸밀 때 이 작품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나중에 성공하면 꼭 서재에 놓고 사용해야지’란 생각을 했다(웃음). 이를 시작으로 덴마크 가구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지금의 더멘션이 탄생할 수 있었다. 더멘션을 오픈하기 전부터 한스 베그네르의 전시를 기획했다. 국내에서는 아르네 야콥센과 핀 율이 더 유명한 건 사실이나 내가 사랑하는 한스 베그네르의 위대한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2년 전부터 칼 한센&선, PP 모블러와 소통하면서 작품을 모았고 <베그너 하우스>를 완성하게 되었다.

한스 베그네르 가구의 특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기본에 충실한 간결한 디자인. 부수적인 장식물을 배제해 가구의 본질은 놓치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이 그의 디자인 철학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인체공학적인 설계에 기반한 편안한 착석감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디자이너도 자신의 작품에 앉아 오랜 시간 작업을 했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큰 설명 없이도 신뢰가 가는 부분. 이번 전시를 통해 방문객이 한스 베그네르의 체어를 직접 앉아보고 느끼면서 체험할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랐다.

더멘션에서 한스 베그네르의 제품을 계속 만날 수 있을까?
이 공간은 전시가 끝나도 계속 그의 하우스로 남을 것이다. 한스 베그네르의 작품만으로 전시 쇼룸을 마련해 ‘하우스’ 이름을 붙인 게 전 세계적으로 처음이라고 하더라. 협력사인 칼 한센&선과 PP 모블러와 계속 협업하며 국내에 다양한 한스 베그네르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대니시 모더니즘’이란 주제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덴마크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한스 베그네르는 물론 카레 클린트나 뵈르게 모겐센의 유명한 작품을 모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준비 중이다.

1 파파 베어 체어에 앉아있는 더멘션의 황성호 대표.
2 20여 년 전 황성호 대표가 첫눈에 반한 파파 베어 체어 PP19. 1953년 PP 모블러가 제작한 한스 베그네르의 첫 작품으로 안락한 착석감을 자랑한다. 곰이 뒤에서 껴안는 모양이라 해서 ‘곰 의자’란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3 전시 기간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미니멀 체어 PP701. 황 대표가 추천하는 체어이기도 한데 한스 베그네르 가족이 직접 사용하면서 사랑했던 제품으로 다이닝 룸에 적합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 몸을 감싸는 듯한 등받이의 곡선 디자인이 편안함을 더한.

Editor김소현

Photographer오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