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머문 곳이 곧 당신을 말해준다 기타 October, 2019 유니크한 디자인, 차별화된 공간 설계, 잊히지 않는 경험 디자인까지. 에어비앤비의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진화하고 있는 오늘날 호텔의 두 번째 이야기.

파리 하늘 아래서 오리지널 ‘모나리자’와 ‘비너스’상에 둘러싸여 잠들 수 있다? 단지 상상이 아니다. 지난 4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은 투명 피라미드 건립 30주년을 기념해 루브르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숙박 이벤트를 개최했다. 당시 루브르는 세기의 명작을 내 집에서처럼 감상할 수 있는 실로 엄청난 호사를 제공한 유일무이한 호텔이었던 셈이다. 숙박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기에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은 총체적인 경험이다. 최근 경험 경제 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앞다투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호텔 산업 역시 사용자의 생활 양식과 취향을 반영하는 숙박 이상의 매력적인 경험의 매개체로 떠오르고 있다.


안락한 공간, 낯선 설렘
무릇 호텔은 집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해야 한다. 동시에 집에서는 불가능한 극진한 서비스를 기대하는 고객의 숨은 니즈도 충족시켜야 한다. 거기에 공간 구석구석 예측하지 못한 이른바 ‘와우’ 포인트까지 숨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터. 익숙하면서도 낯선, 복잡한 욕망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독특한 영상미로 호텔의 요소요소를 부각하며 미장센을 극대화한 영화로 유명하다. 칸칸이 열쇠가 가득한 리셉션 데스크와 로비보이(LOBBY BOY)라고 적힌 모자를 쓴 도어맨, 레버를 수동으로 돌려 작동하는 엘리베이터 등 호텔이라는 공간을 메우고 있는 디자인적 요소를 적극 활용해 이국적인 풍경과 접해보지 못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고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듯 낯설지만 그럼으로써 설레는 경험에 대한 대중의 욕구가 커져갈 때 즈음 등장한 것이 바로 에어비앤비다. 마치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에 방문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로컬 경험, 낯선 설렘을 즐기기에 에어비앤비는 최적화된 플랫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나라 혹은 지역에서 한 달 살기, 수영장이 있는 2층 저택에서 살아보기, 로프트 하우스에서 뉴요커처럼 지내보기 등 다채로운 모든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 플랫폼의 등장은 공간을 비롯한 서비스와 경험까지, 호텔이라는 존재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오늘날 호텔의 환골탈태는 필연적인 수순이었던 셈이다. 이에 호텔은 숙박과 연회 그 이상의 스토리를 제공하는 제3의 공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공간 정비는 물론 콘텐츠 개발에도 나서며 전혀 새로운 접근법을 예고하고 있다.


1910년도에 지어진 관공서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부티크 호텔로 재탄생한 런던의 더 타운 홀 호텔&아파트먼트(The Town Hall Hotel & Apartment).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 요소가 남다른 개성을 더해준다.



머물며 경험하라, 취향의 집성지
앞으로 호텔은 어떻게 기획하고 디자인해야 할까? 단언하자면 공간 디자인의 감도는 기본이요, 독특한 스토리텔링에 굿즈까지, 머무는 이의 특화된 경험 설계를 위해 활용 가능한 모든 소스를 동원해야 한다. 일례로 디자인 호텔의 선두 주자로 손꼽히는 베를린의 소 베를린 다스 슈투(So / Berlin Das Stue)는 대사관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고급스러움과 컨템퍼러리한 감성을 동시에 품은 부티크 호텔로 정평이 나 있다. 무엇보다 베를린 동물원과 이어지는 위치적 이점을 활용해 동물원이 보이는 뷰의 룸을 갖추고 투숙객에게 호텔 정원에서 바로 동물원 접근이 가능한 특권을 제공하며, 룸과 로비 등 곳곳에 실제 같은 동물 인형을 비치해두었다. 로비 소파 테이블에 올려놓은 가죽 코뿔소 인형은 체크아웃하며 이곳을 기억하고 싶은 투숙객이 기념으로 사 가기에 탁월한 굿즈다. 최근에는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 변화함에 따라 서비스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를 표방하는 새로운 호텔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호텔과 레지던스 하우스의 중간 개념으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자 하는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다. 전 세계 아름다운 호텔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단골 호텔인 런던의 더 타운 홀 호텔 & 아파트먼트(The Town Hall Hotel & Apartments) 역시 요리가 가능한 주방과 세탁기를 구비한 ‘레지던스 호텔’이다. 100년 전에 건축해 관공서로 활용하던 건물을 새롭게 해석한 감각은 탁월함 이상이다. 의회가 열리던 장소를 그대로 남겨 특별한 레스토랑으로 사용하는 대담함과 과거의 유산과 함께 병치한 극도로 모던한 인테리어가 주는 신선함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찬사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얼마 전 상하이에 문을 연 더 미들 하우스(The Middle House)처럼 럭셔리 호텔이면서 동시에 장기 투숙객을 위한 레지던스를 갖춘 ‘복합형 호텔’도 많아지는 추세.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중심축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호텔’이다. 레스케이프 호텔이나 L7 등은 호텔이 숙박을 위한 공간을 넘어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대변하는 곳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호텔의 미래
앞으로 호텔의 선택 기준은 로컬 체험과 창조적 영감 쪽으로 가파르게 기울 것이다. 여기에 점차 무인 서비스가 도입되며 새로운 판도를 경험하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에어비앤비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무인 서비스에 큰 거부감이 없다. 이미 해외에는 로비에 무인 판매 시설을 갖추고 저렴한 비용에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가성비 좋은 호텔이 성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레지던스 호텔을 시작으로 무인 서비스가 일부 도입되고 있다. 앞으로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완벽한 무인화와 극진한 최고급 인적 서비스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호텔 공간 디자인 역시 무인 시스템의 효율화를 위해 체계화된 공간 디자인과 럭셔리한 서비스를 위한 잉여의 디자인, 극단의 두 방향이 나란히 전개되리라 예상된다. 미래의 호텔은 우리네 생활 양식을 친근하게 담으면서도 도전의 여지를 두어야 한다. 편한 듯 낯설고 나를 잘 배려하되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하니, 섬세한 디자인의 레이스를 펼칠 일만 남았다.


1, 2 태국의 사파리 테마 호텔과 멕시코의 버블 테마 호텔. 에어비앤비는 머물며 새롭고 낯선 경험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안지용 건축가는
매니페스토 디자인랩의 안지용 대표는 명동의 M플라자, 코엑스 메가박스의 공간과 브랜딩 리뉴얼, 삼성+하만(HARMAN) AV 공간 기획, 남산타워 리뉴얼 기획, 복합쇼핑몰 동춘175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리뉴얼한 건물의 가치가 상승하고 새롭게 기획한 공간이 핫 플레이스가 되면서 상공간 전문 아키텍트로 자리매김했다. 뉴욕에서 활동했을 당시 미국건축가협회 디자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실력파로 한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뒤 3년 연속 한국건축가협회 100인의 건축가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Red dot, iF, IDEA의 디자인상을 모두 수상했다.

이향은 교수는
UX 트렌드와 사용자 심리를 연구하는 성신여자대학교 서비스디자인공학과 이향은 교수는 2009년부터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와 함께 트렌드를 연구하며 <트렌드코리아 2011>부터 <트렌드코리아 2019>까지 총 10권을 공동으로 집필했다. 2012년 서울대학교 디자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향은 교수는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 어워드인 독일 iF Design Award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으며, 교육 외에도 디자인과 소비 문화를 아우르는 통찰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로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유 위니아 등 기업들의 디자인 경영 컨설팅과 자문, 혁신 제품 콘셉트 개발과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ditor홍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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