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서 기타 September, 2019 분명 가구인데 가구 같지가 않다. 산업 자재에서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 그 어디에도 없는 아트 퍼니처를 만든 최원서 디자이너와 만났다.

산업 자재에서 찾은 패턴
최원서의 아트 퍼니처는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새롭다. 다루는 소재나 조형적인 면에서 모두 그러한데, 사람이 사용하는 가구는 꼭 ‘어떻게’ 생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모습이다. 최원서를 대표하는 작품은 알루미늄 프로파일 단면을 그대로 노출시켜 디자인한 스툴, 벤치, 테이블 시리즈다. 규격화된 알루미늄 프로파일의 단면을 활용해 독특한 기하학적 패턴을 만드는데 얼핏 보면 우리나라 단청 문양 같기도 하다. 한양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을지로에 갔을 때 우연히 아이디어를 얻었다. 산업 현장에서 구조물을 만들 때 사용하는 알루미늄 프로파일이 차곡차곡 쌓인 모습을 본 순간 무언의 아름다움을 느꼈다는 최원서는 이 산업 자재를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아트 퍼니처의 시초다. 첫 작품인 스툴을 가지고 제1회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 공모전에 지원해 당선되었고, 올해 초 코엑스에서 전시까지 열어 ‘디자이너 최원서’로서 대중에게 첫 평가를 받았다. “3학년을 마친 다음 휴학해 현재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인턴을 하고 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개인적인 작업을 하고 싶다는 ‘디자인적 갈망’이 더욱 커졌죠. 또 인턴을 하면서 사회 경험을 쌓고 싶기도 했고요. 학교생활에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아이디어를 내고 스케치하고 컴퓨터로 렌더링 작업을 하면 끝이 나는 프로세스였어요. 그래서 제가 디자인한 가구를 실제로 만들어서 사용해보고 싶었어요.”

인터뷰 중 최원서는 제품인데 제품 같지 않은, 고유의 특색이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에는 리빙은 물론 패션업계에서도 인더스트리얼이나 스트리트 문화가 하이엔드화되는 경향이 있잖아요.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오프화이트는 최근 첫 번째 홈 컬렉션을 선보였다)나 어 콜드 월처럼요. 평소 쓰지 않는 재료로 아이템을 만들거나 인더스트리얼 문화를 가져와서 패션과 융합하는 활동들이 멋져 보이더라고요.” 그가 재료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다루는 방식 역시 어딘지 모르게 신선하고 패셔너블해 보인다 했더니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삶을 지향하는 요즘 20대의 감각이 담겨서 일까 하고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아트 퍼니처의 새 물결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심미성과 작품에 담긴 스토리, 즉 개념이다. 남들이 다루지 않았던 재료를 선택한 것도 그렇고, 그 재료에서 보이지 않는 심미적 요소를 찾아 가구에 반영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냥 예쁜 것 말고요. 사람들이 제 작품을 쓰거나 소유할 때 항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작품에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그렇다고 해서 기능성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작품을 구상할 땐 사용성을 고려하며 그래픽화한 패턴이 최대한 잘 보이게끔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인다. 알루미늄 프로파일은 결합용 부품이 따로 있으므로 용접할 필요가 없어 본인만의 방식으로 손쉽게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하지만 실제로 결합하고 조립하다 보면 패턴이 보이는 단면 부분이 날카로워서 마감하는 데 애를 먹는다. 그래서 스툴 다음으로 만든 작품이 벤치다. “이 작품의 경우 사람이 앉는 부분을 알루미늄 프로파일의 길쭉한 몸통으로 하고 단면을 사이드로 배치하면서 마감 면의 면적을 최소화했어요.”

벤치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 테이블인데 아예 마감 면이 사람 손에 닿지 않도록 제작했다. 대신 패턴이 잘 보이게 아크릴 또는 유리 상판을 얹도록 디자인한 것. 결과적으로 패턴의 아름다움은 그대로 살리면서 위험 요소는 보완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조명, 베이스, 화분, 펜 트레이 등 가구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아이템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다양한 재료의 물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에 대해 꾸준히 연구할 계획이에요. 또 습관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디자인이 필요한지, 내가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춘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하고 싶어요.” 뻔한 결과물을 만드는 대신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탐구하고 디자인하는 그에게는 평범한 거리의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이 될 것만 같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재기 발랄하게 참신한 결과물을 선보이길 멀리서나마 응원한다.


1 벤치에 앉아 포즈를 취한 최원서 디자이너.
2, 3, 4 알루미늄 프로파일로 만든 스툴, 테이블, 벤치. 단면이 만들어낸 기하학적인 패턴이 독특해 보이면서도 우리나라 단청을 연상시켜 한국적 미도 느껴진다.
5 테이블은 알루미늄 프로파일의 날카로운 단면이 손에 닿지 않도록 아크릴 상판을 얹어 조립했다.

Editor김민선

Photographer이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