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건축의 모습 기타 July, 2020 세월을 이기지 못해 버려진 공간에는 늘 뜻밖의 선물이 있다. ‘흔적’이라는 선물에 새 의미를 담자 새로운 건축이 탄생했다.

UK
오피스와 집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 최근 일을 하기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던 오피스의 모습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 가죽을 가공하던 무두질 공장이 트렌디한 런던의 조명 브랜드 피에스랩(PSlab)의 본사로 변신했다. 설계를 맡은 제임스 플럼은 이곳이 쇼룸, 사무실이 아닌 브랜드의 ‘집’이 되길 원했고 빛을 디자인하는 조명 브랜드와 어울리는 미적 요소를 갖추는 것은 물론 동시에 모든 직원이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그 결과로 기존 건물에 있던 콘크리트 바닥이나 벽돌 벽, 강철 기둥은 그대로 두되 이와 대조적인 식물을 주요 요소로 활용해 초록 온실을 완성했다. 딱딱한 책상 대신 콘크리트 판을 활용해 카페 같은 개방형 구조를 연출하고 여기에 라운지 체어, 리넨 쿠션과 같이 포근한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문의 pslab.net


ⓒRory Gardiner



CZECH
건축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중 흔한 간판 하나 없이 독특한 외관만으로 어떤 공간인지 짐작케 하는 건물이 있다. 불투명한 유리 타일, 그 사이로 퍼져 나오는 빛이 마치 조명 같은 이곳은 체코를 대표하는 조명 브랜드 라스빗의 새 오피스. 1980년대 유리 작업장으로 사용했던 기존 건물의 역사를 유지하는 동시에 브랜드의 정체성까지 담았다. 정사각형 본체에 마름모꼴 지붕을 얹어 완성했는데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전면 유리 타일은 시멘트 특유의 독특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했다고. 왼쪽에 자리한 오래된 전통 가옥은 라스빗의 본사. 설계를 맡은 건축 사무소는 새 오피스가 본사를 비추는 일종의 등대 역할을 하길 원했다. 업무 공간 이외에도 카페, 샘플을 전시하는 샘플 라이브러리가 자리하고 있다.
문의 www.ov-a.cz


ⓒToma_ Sou_e



NETHERLANDS
네덜란드 레이던에 자리한 라켄할 시립 박물관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했다. 375년의 세월을 간직한 라켄할 박물관 건물은 본래 직물 무역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수년에 걸친 확장 사업 끝에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건축 리노베이션 전문가 줄리안 하랍은 건물의 특징 중 하나였던 미로식 복도를 단순화하고 주름이 잡힌 듯한 벽돌 외관을 설계해 유니크하면서 현대적인 건축물로 탈바꿈시켰다. 정면에 있는 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본관은 벽돌 건물 특유의 느낌을 최대한 보존한 덕분에 1600년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외관뿐만 아니라 전시장과 다소 떨어져 있던 카페와 굿즈 숍을 한곳으로 모으고 위층에는 박물관 직원을 위한 스튜디오와 사무실, 도서관을 마련하는 등 내부 요소에도 신경 썼다.
문의 www.lakenhal.nl


ⓒKaren Borghouts



SPAIN
옥수수를 재배하고 소와 양 등 가축을 길러 생계를 유지하던 스페인의 어느 해안 마을. 가파른 경사 위에 자리한 고대 석조 주택과 곡물 창고가 시선을 끈다. 건축가 푸에르테스페네도는 크게 마구간과 부엌으로 나뉘어 나란히 붙어 있던 2개의 건물을 현대식 별장으로 개조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사방에서 내리쬐는 햇볕, 비가 자주 오는 기후를 고려한 설계로 다소 폐쇄적 구조인 단순한 형태의 집에 같은 크기의 건물 하나를 추가로 확장해 침실, 거실, 라운지 등의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기존 건물에 있던 벽돌 냉장고, 불을 피울 때 사용했던 삐뚤삐뚤한 아궁이 등을 그대로 보존해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한 점이 흥미롭다. 또한 전체적으로 어두운 공간에 빛이 잘 들도록 지붕 곳곳에 원형 창문을 설치했다.
문의 fuertespenedo.com


ⓒhector santos diez

Editor문소희

Photograp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