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리셋하라 기타 June, 2020 초개인화 시대, 아이러니하게도 타인과 사회, 환경을 고려한 윤리적 소비가 새로운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착한 순환을 꿈꾸는 인류의 다시 쓰는 에코맵.

포스트 코로나(Post-COVID). 21세기의 역병은 앞으로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까?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속 가능성이야말로 경제·사회 분야를 관통하는 화두가 될 거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언택트 산업의 부상 못지않게 환경과 관련한 연구와 투자가 대폭 늘어나리라 전망한다. 당장 전 세계에서 쏟아진 마스크 쓰레기와 의료 폐기물 문제가 제기되면서 코로나19가 몰고 온 환경 재앙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플라스틱의 재발견
사실 어제와는 전혀 다른 라이프스타일 솔루션이 필요한 건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터. 실제로 환경 문제가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몇 해 전부터 눈에 띄는 움직임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개중에서도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고 생활 쓰레기를 줄이는 등 일상생활 속 변화의 움직임이 크게 늘었다. 2018년 국제소비재포럼(CGF)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기업과 정부, 지역사회와 소비자 모두의 협력을 호소한 바 있다.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순환 경제를 지향하는 엘렌 맥아더 재단은 “2050년이면 전 세계의 바다에 물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 예측하면서 신 플라스틱 경제 글로벌 공약(New Plastics Economy Global Commitment)을 선언하기도 했다. 신 플라스틱 경제 글로벌 공약의 내용은 이렇다.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고 재활용 및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재 사용을 늘리는 동시에 이와 같은 목표와 목적에 부합하는 노력을 부단히 할 것. 패션과 뷰티, 푸드 업계는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며 동참에 나섰고 리빙 업계 역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례로 프리츠 한센은 올해 초 2018년 발표한 NO1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NO2 리사이클 체어를 선보였다.
일본의 디자인 그룹 넨도와 협업한 의자는 기존의 가정용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 날렵한 셀은 100% 재활용 가능한 업사이클링 폴리프로필렌으로 제작했으며 크롬 다리 역시 재활용 소재를 50% 함유했다. NO2 리사이클 체어는 꼭 필요한 구성 요소, 즉 최소의 재료만으로 심플하게 디자인해 불필요한 쓰레기도 대폭 줄였다. 넨도 디자인 스튜디오의 수장 오키 사토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가정용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친숙하면서도 의미 있는 디자인”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자노타도 신소재를 도입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1968년 제작한 세계 최초의 빈백 사코(Sacco)의 리미티드 버전 고즈 그린은 재생 가능 나일론인 에코닐(Econyl)로 기능과 의미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켰다. 에코닐은 바닷가에서 회수한 폐어망을 업사이클링한 신소재로 지속 가능성을 인정받아 버버리와 멀버리 등의 의류에도 두루 쓰이고 있다.
구글 역시 플라스틱 음료수병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 패브릭을 활용해 주목받았다. 구글 네스트 미니는 1세대 스마트 스피커 구글 홈 미니의 2세대 버전으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신소재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로 커버로 디자인했다. 패브릭 외의 보디 부분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35% 사용했는데 1ℓ의 플라스틱 공병에서는 약 2개의 스피커 커버를 만들 수 있는 양을 생산할 수 있다고. 구글은 2022년까지 전 제품에 재활용 재료를 도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미래에 대한 낙관을 토대로 디자인하고 싶다”며 보이는 형태보다 보이지 않는 디자인 혁신과 개선에 힘을 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런가 하면 런던 브랜드 뉴오션(NuOceans)은 오래된 플립플롭으로 새로운 플립플롭을 만들어 스마트한 선순환을 꾀하고 있다. 이들은 태국에서 수집한 오래된 플립플롭의 밑창과 지중해에서 수거한 폐그물을 업사이클링해 편안하고 튼튼한 새 상품을 선보인다.


1 넨도와 협업한 프리츠 한센의 NO2 리사이클 체어. 다크 오렌지, 다크 레드, 다크 블루, 라이트 블루, 그레이, 블랙, 오프 화이트까지 7가지 컬러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쌓아서 보관 가능해 공간 활용도도 높다.
2 신소재인 에코닐로 제작한 자노타의 빈백 사코 고즈 그린.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구를 위한 노력은 단순히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 제품의 수명, 즉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를 설계 초기부터 고민하고 회수와 폐기 방법까지 고려 대상이다. 말 그대로 물건 하나를 세상에 내놓는 데에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고민해야 한다. 재료의 ‘장기적인 영향’에 무게 중심을 두다 보니 생분해성, 퇴비화 및 수용성까지 꼼꼼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 최근 이러한 움직임은 특히 포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른바 에코 패키징(Eco Packaging)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제품 포장재에 플라스틱과 비닐 대신 종이와 친환경 소재를 단계적으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 출시하는 휴대폰, 태블릿, 웨어러블 등 모바일 제품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와 일회용 비닐 포장재를 종이 또는 친환경 소재로 변경할 계획이다. 또 피자헛은 캘리포니아 배달 서비스 회사 줌(Zume)과 협업해 퇴비화가 가능한 원형 피자 박스를 제작, 골판지 폐기물을 줄이는데 앞장섰으며 브라질의 알랑 고메스(Allan Gomes)는 생분해 가능한 치약 포장재를 선보이며 포장 소재의 무한한 변신을 예고했다. 코로나19의 역설이라 했던가. 베네치아에 돌고래가 돌아오고 지구촌의 미세 먼지 지수가 현저히 떨어졌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일상을 뒤흔든 팬데믹이 야기한 지구의 자정작용에 앞서 이제 우리가 행동에 나설 때다.


1, 2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패브릭으로 디자인한 구글 네스트 미니. 구글은 단순히 형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성과 소재, 기능의 조화를 탁월하게 개선하는 것이 진정한 지속 가능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스타일러스 미디어 그룹
런던과 뉴욕에 본사를 둔 스타일러스 미디어 그룹(Stylus Media Group)은 글로벌 트렌드 에이전시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분석해 인테리어, F&B, 패션, 전자, 자동차 등 20여 산업의 제품 트렌드 및 리테일&미디어 트렌드를 stylus.com에서 제공하고 있다. 멤버십으로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 신세계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이용 중이며 개별 자문 서비스도 진행한다.


Editor홍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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