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아트 갤러리 기타 January, 2020 상하이라면 대번 화려한 스카이라인이나 으리으리한 마천루를 떠올릴 테지만 사실 이 도시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문화 예술의 집결지다. 크고 작은 수많은 갤러리 중에서도 예술 애호가의 발길을 붙잡는 이색 갤러리 6곳을 현지 아트 컨설턴트의 눈으로 들여다본다.

1842년 아편전쟁에서 진 청나라가 개항한 5개 항구 중 하나인 상하이는 서양 문화와 함께 발달해왔다. 중국 전통문화와 서양 문화가 곳곳에서 교차하는 상하이에는 서양식 주택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는데 노양방(老洋房: 오래된 서양식 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거주지나 상업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낮게는 2~3층 단독주택에서 높게는 5~6층의 빌라촌이 상하이 곳곳에 산재하는데 일반 거주 구역에 단독주택 한 채 혹은 다세대주택 한 구역을 아트 갤러리로 개조해 관람객을 맞이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바깥에서는 가정집으로밖에 안 보이는 평범한 주택단지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나타나는 숨은 보석 같은 아트 갤러리부터 쓸모없어진 공공건물을 창의적으로 부활시킨 대형 전시장까지. 상하이 이색 전시 공간을 소개한다.


신경은 아트 컨설턴트
2014년부터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면서 호텔, 병원, 고급 요양 시설 등의 아트 컨설팅 및 각종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 에바 알머슨 상하이 개인전 전시 운영 및 에디션 판화 제작을 진행했다. 2016년부터는 중국 금융 및 건설 그룹 타이캉(泰康)의 아트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캡슐 상하이(Capsule Shanghai)
상하이 구 프랑스 조계지의 안푸루(安福路)는 커다란 활엽수 가로수길 사이사이로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카페와 바가 자리해 특히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거리다. 브런치 카페로 유명한 선플라워 카페(Sunflour Caf?) 건너편은 여러 채의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으로 이루어진 빌라촌.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갤러리가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주택 단지 내부를 꼬불꼬불하게 돌아 거의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르면 그제서야 캡슐 상하이를 발견할 수 있다. 아담한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대나무와 담쟁이가 무성한 정원이 나타나는데 그 반대편에 있는 3층짜리 단독주택의 1층이 바로 갤러리 공간이다. 이곳의 오너 엔리코(Enrico)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에는 줄곧 중국 현대미술계에서 일해왔다. 모국어, 영어 외에도 오랜 중국 생활로 중국어까지 유창해 유럽, 미국, 중국 미술계를 넘나들며 활동 중이다. 상하이에서 소규모 개인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주로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있는데 수익 창출에 다소 어려움을 겪지만 작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이들을 다른 문화권에 소개하는 데서 보람을 얻는다고. 2020년에는 미국계 작가와 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작가 위주로 전시를 열고 아트 페어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2020년 상반기 주요 전시 일정
Alice Wang - 1월 말까지
Sarah Faux & Anthony Lacono - 3월(예정)
주소 1F, Bdg16, 275 Anfu Road, Xuhui District
문의 www.capsuleshanghai.com


ⓒK. Lim


1 내벽을 모두 새하얗게 칠해 깔끔할 뿐 아니라 작품에도 절로 집중하게 된다.
2 갤러리를 찾아가는 길에 만난 아름다운 자연 풍경.
3 가정집으로 보이는 건물 대문에 ‘캡슐’이라고 적은 문패만 걸었다.
4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내부 전시 작품을 볼 수 있다.
5 주택 현관에서 대문으로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 한쪽으로 대나무들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어라운드 스페이스 갤러리(Around Space Gallery)
황푸강 변 와이탄은 위풍당당한 유럽식 석고 건물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상하이시가 지정한 역사 유적 건축물인 ‘헤리티지 아키텍처’ 7층에 어라운드 스페이스 갤러리가 자리한다. 이 아르데코 스타일의 웅장한 건물은 1931년에 완공한 것으로 내부로 들어가면 아르데코풍의 장식과 고풍스러운 아날로그 벽시계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용한 분위기의 갤러리에서 새하얀 벽에 띄엄띄엄 걸어놓은 작품을 구경하다 보면 원래 벽의 일부인 것처럼 굳게 닫힌 문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은 갤러리 오너 부부가 사용하는 사무실로 작은 공간이지만 커다란 창으로 가득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한결 넉넉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어라운드 스페이스 갤러리는 거대 자본의 투자를 받아 재정이 든든한 곳은 아니지만 품격 높은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개하는 큐레이팅 철학을 고수하는 갤러리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저는 작가를 선정할 때 그 아티스트의 작품이 시간이 흘러도 가치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인가 아닌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작가는 자신이 창작하는 작품에 대해 정직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해야 하고, 갤러리스트는 자신이 취급하는 작품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죠.” 남편과 함께 갤러리를 운영하는 밍밍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방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며 아티스트와 컬렉터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휴머니티가 기반이 된 유기적인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2020년 상반기 주요 전시 일정
Art on Paper art fair (NYC, USA) - 3월 5일~8일(뉴욕 아트 페어 참가)
Ding Xiao Zhen & Marcel G?hler Paper Works - 4월 11일~5월 30일 (상하이 갤러리 전시)
주소 703, Chung Ye Building, 33 SiChuan Road, Huangpu District
문의 www.aroundspace.gallery
인스타그램 @aroundspacegallery


1 1931년에 지었지만 오늘날까지 건재하다. 고풍스러운 외관을 보고 있자니 마치 유럽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2 예술가의 방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갤러리 오너 부부의 사무실.
3 화이트&우드 톤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전시장 내부 모습.



스튜디오 갤러리(Studio Gallery)
구 프랑스 조계지의 또 다른 가로수길이자 유명한 관광지인 싱궈루(興國路)와 화산루(華山路)가 만나는 지점. 울창한 가로수 터널 사이로 일반 주거용 저층 아파트 단지가 나타난다. 아파트 관리실을 지나 건물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단지 내부로 들어가면 오른쪽 1층에 아담한 관목으로 테라스를 감싼 갤러리 입구가 보인다. 이곳의 오너 셀린(Celine)은 지난 2018년 이 건물 1층을 갤러리로 개조해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 층은 전부 가정집이다. 스튜디오 갤러리는 최근에 생긴 소규모 사설 갤러리 중에서도 개성이 강한 독특한 전시를 많이 여는 곳으로서 나름의 독자적인 위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셀린은 갤러리뿐만 아니라 시 외곽에 있는 아티스트를 초청해 예술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지원하는 아트 레지던시도 운영한다.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작품이 대부분 청년 작가의 설치 미술이거나 개념 미술이라서 판매로 이어져 수익을 내기는 사실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꿈을 팔고 있다고 생각해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일도 물론 필요하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꿈을 만들고 전파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갤러리와 아트 레지던시에서 선보인 작업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2020년에는 스위스 예술 기구인 프로 헬베티아(Pro Helvetia)와 주상하이 오스트리아 영사관에서 지원을 받아 아티스트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2020년 상반기 주요 전시 일정
OU MING 歐鳴 - 개인전 - 3월~5월
Gilles Jacot 스위스 비주얼 아티스트(아트 레지던스 체류) - 1월~3월
주소 101, Bdg.1, Lane41, Xingguo Road, Xuhui District
문의 www.studiogallery.cn


1, 2, 3 스튜디오 갤러리에서는 주로 젊은 아티스트의 개념 미술, 설치 미술 등을 만나볼 수 있다.
4 갤러리 오너 셀린의 취향이 오롯이 담긴 사무실. 벽에 건 감각적인 아트 작품이 눈길을 끈다.



런 스페이스(R?n Space)
상하이 근대 문명의 상징인 석고문 양식의 옛 거주지 롱먼춘(龍門邨, 尙文路133弄) 안에는 서양과 중국 양식을 절충한 석고문 건물, 서양식 주택, 정원이 딸린 화원 주택까지 각종 양식의 집이 밀집해 있다. 이곳에 위치한 런 스페이스는 상하이 최초의 서양식 학교로 사용했던 역사 유적 건물 전체를 갤러리 공간으로 활용한다. 놀랍게도 이 멋스러운 석조 건물과 갤러리의 소유주는 재미 교포 한국인 부부. “2014년 갤러리 설립 이후 지금까지 중국 미술계에서 자리 잡기 위한 기반을 차근차근 준비해왔죠. 2019년 상하이 아트 페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런 스페이스 대표인 임지윤&이정 대표의 설명처럼 앞으로 런 스페이스가 상하이 미술계에서 롱런하는 한국계 갤러리가 되길 기원한다.


2020년 상반기 주요 전시 일정
The Annual Report of OCD : ZHANG PEILI Solo Exhibition - 5월 6일까지
주소 No.10, Lane133 Shang Wen Road, Huangpu District
문의 www.renspace.net
인스타그램 @renspace_


1, 2 런 스페이스가 위치한 3층짜리 석조 건물은 정원을 겸한 아담한 앞마당이 있는 근사한 곳이다.
3 갤러리 내부의 하얀색 공간이 정적인 느낌을 준다.



PSA
1935년부터 2007년까지 발전소로 사용했던 공간이 거대한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서 미래관으로 처음 공개한 이후 2012년 10월 1일 중국 최초 국영 현대미술관으로 재개관한 PSA(Power Station Of Art) 이야기다. 상하이 시내는 물론 중국 대륙 전체에서 현대미술을 리드하는 곳으로 손꼽히는 PSA를 방문하면 진한 회색의 직사각형 건물 위로 솟은 165m 높이의 공장 굴뚝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굴뚝은 PSA의 상징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하이 스카이라인의 하나가 되었다고. 그리고 미술관 건물은 이전 발전소 외관을 거의 그대로 보존했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더욱 깊다. 내부는 총 7개의 층으로 나뉘는데 모든 층의 높이와 면적이 일률적이지 않고 층마다 천장 면적을 다르게 설계했으며 1층 미술관 입구에 서서 천장을 바라보면 뻥 뚫린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10개의 전시장은 4층과 6층을 제외한 모든 층에 자리하고 있으며 5층에는 넓은 실외 테라스가 있어 황푸강 변 전경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기획 전시뿐만 아니라 예술 교육 및 지원 사업을 진행하며, 2년에 한 번씩 상하이 비엔날레도 연다. 2020년 11월에 상하이 비엔날레를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놓치지 말고 들러보길 권한다.


2020년 상반기 주요 전시 일정
The Return of Guests: Selections from the PSA Collection - 3월 8일까지
Emerging Curators Project(ECP) - 2월 23일까지
Jean Nouvel, in my hand, in my eye…belonging… - 3월 1일까지
13th Shanghai Biennale 2020 - 11월 13일~2021년 3월 28일
주소 678 Miaojiang Road, Huangpu District
문의 www.powerstationofart.com


1 직사각형 건물 위로 솟은 굴뚝에는 LED 등으로 빨간 수은주를 표시한 온도계가 있다.
2 층고가 높아 답답하지 않고 탁 트인 느낌을 주는 미술관 1층 전경.
3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PSA의 내부. 발전소에서 미술관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중국 건축가 장밍이 담당했다.



탱크 상하이(TANK Shanghai)
중국 국영 개발 회사인 웨스트번드 그룹에서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개발 중인 웨스트번드 지역은 상하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미술 단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와이탄의 서쪽 지구에 자리한 웨스트번드는 상하이 엑스포를 기점으로 개발되었다. 이 지역에서 매년 상하이 웨스트번드 아트 페어가 열릴 뿐 아니라 상하이를 대표하는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모여들어 그 성장 수준이 새삼 놀라울 정도다. 그중에서도 탱크 상하이는 유난히 개성이 도드라지는 전시장으로 버려진 항공 오일 탱크 5개를 개보수해 2012년 미술관 및 복합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현재 비영리 현대미술관으로서 대중에게 현대미술, 자연, 도시 생활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둥그스름한 하얀색 오일 탱크 너머로 유유히 흐르는 강과 그 위로 푸른 하늘이 그림 속 풍경을 연상시켜 주말이 되면 나들이 삼아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2020년 상반기 주요 전시 일정
The Force Temple, Tank No.1- 11월 26일까지
Convex/Concave: Belgian Contemporary Art, Tank No.4 - 1월 12일까지
주소 2380 Longteng Avenue, Xuhui District
문의 www.tankshanghai.com



1 4~5층 높이의 하얀색 오일 탱크가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다. 아름다운 주변 자연 경관을 미술관의 일부로 끌어들인 점이 유니크하다.
2 탱크 상하이에서는 국내외 주요 작가의 전시를 주관한다. 탱크 1에서 탱크 5까지 전시장이 있으므로 여러 개의 전시를 동시에 개최하는 것이 가능하다.
3,4 둥그스름한 오일 탱크의 건축적 형태를 잘 살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Editor김민선

PhotographerK.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