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을 담은 호텔 연대기 기타 September, 2019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맞물려 호텔의 결이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숙식을 제공하는 기능을 넘어 감성적 만족까지 선사해야 하는 오늘날 호텔의 면면을 2회에 걸쳐 만나본다.

얼마 전 소설가 김영하는 산문집 <여행의 이유>을 통해 “나는 호텔이 좋다”고 고백했다. 오래 살아온 집에는 상처가 있게 마련인데 호텔이야말로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에 적합한 공간이라는 것. 그는 한 방송에서 호텔의 이러한 치유적 기능을 호캉스의 배경으로 꼽기도 했다. 사실 호텔의 시작은 단순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 종교적 목적의 성지 순례가 여행의 전부였던 때에는 안전이 보장된 숙식 장소로서의 기능이 전부였다. 변화를 맞은건 중세 시대, 귀족 자제를 주축으로 여행이 활발해지고 더 고급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숙박 시설은 산업혁명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컨시어지 서비스와 럭셔리한 인테리어를 태동시켰다. 이때부터 호텔은 숙박 못지않게 사교의 기능이 중요해졌는데, 19세기 이후 왕권이 붕괴되면서 궁정 밖의 사교 모임 장소로 부각되었으며 새로운 부유층을 모으는 사교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호텔은 지금껏 호화와 럭셔리의 대명사로 군림하기에 이르렀다. 고종이 커피를 마시던 장소로도 유명한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 ‘손탁호텔’에도 조선의 정치인과 외국 귀빈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모임을 즐기는 문화가 존재했다고 전해진다. 럭셔리한 사교 공간에서 출발해 현대인의 안식처로 탈바꿈한 호텔. 변화무쌍한 여정은 곧 변화하는 삶을 오롯이 반영한 결과다.



럭셔리한 인테리어의 정수를 보여주는 파리 방돔 광장(Place Vend?me)의 리츠 파리(Ritz Paris). 1898년 세자르 리츠가 오픈하며 현대 호텔의 원형으로 여겨졌으며 2012년 새 주인을 만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후 2016년 재개장해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고급의 표준화
지난 6월 내한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오바마와 부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모두 방한 당시 하얏트 호텔에 머물렀다.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라는 상징성도 한몫했겠지만 그만큼 서비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얏트 호텔은 안정적인 체인 호텔이자 그룹 호텔 중 하나다. ‘체인’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보장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고, ‘그룹화’는 경영의 안정화, 즉 투자와 회수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는 것을 뜻한다. 호텔 사상 최초로 프랜차이즈에 의한 체인화를 추진한 곳은 그랜드 호텔 시대의 대표적인 호텔 경영자 세자르 리츠가 설립한 리츠(Ritz Development Company)였다. 무려 1898년, 지금으로부터 120여 년 전 파리에 문을 연 호텔 리츠는 코코 샤넬이 30년간 집처럼 살았던 호텔로도 유명하다. 그뿐인가. 2012년 리츠 가문으로부터 호텔을 인수한 모하메드 알 파예드는 27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리노베이션을 시작했고 4년간의 대대적인 보수 공사 끝에 100년 전통의 화려함을 부활시켜 전 세계적 관심을 모았다. 리츠 파리는 가장 성공적인 리론칭 사례인 동시에 명실 공히 중세 인테리어의 진수를 보여주는 핫한 호텔로 여전히 순항 중이다.

체인·그룹 호텔의 확장세 속에서 부티크 호텔의 등장은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았다. 공간 디자인은 문자 그대로 변혁을 맞게 된다. 1999년 에이스(ACE) 호텔은 “전 세계 모든 도시에서 똑같은 에이스를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전 지점을 각기 다른 형태로 확장하는 에이스 컬렉션 구축을 모토로 삼았다. 에이스 호텔을 필두로 디자인 호텔, 콘셉트 호텔 등의 부티크 호텔이 감각의 향연을 펼치는 동안 고가의 대리석과 화려한 샹들리에, 비싼 카펫 일색이던 호텔 디자인 공식도 무너지게 되었다. 노출 콘크리트나 폐마감재의 활용 등 자연스러우면서도 의미 있는 마감재 활용과 감도 높은 토털 스타일링으로 고급스러운 믹스 매치를 구사하는 개성 있는 디자인도 속속 등장했다. 곧 서울에 선보이는 하얏트 그룹 내 또 하나의 럭셔리 부티크 브랜드 ‘안다즈(Andaz)’의 수준급 이상의 공간과 서비스가 기대되는 이유다.



머물며 소통하는 호텔
부티크 호텔은 개별화되고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의 요구에 대한 자연스러운 응답이며, 자연스레 호텔의 장르가 더 다양해지는 데 기여했다. 최근에는 소셜라이징을 콘셉트로 하는 커뮤니티 호텔도 등장했다. 단순히 잠만 자는 호텔이 아니라 골프와 티, 미식 클래스 등 다양한 체험거리를 제공해 취향을 공유하는 역할까지 겸한다.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되는가 하면 메시지를 전달하고 동참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으로도 기능한다. 소셜 호텔을 표방하며 지역사회 중심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트렌드한 곳에 머물며 사회공헌에 참여하는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부티크 호텔인 W호텔 역시 유니크한 인테리어는 물론 감각적인 음악과 디지털을 적극 활용한 컨템퍼러리 아트로 공간을 채우며 오감을 자극하는 디자인 연출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도심형 리조트 호텔 반얀트리와 위버럭셔리(Uber-Luxury)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만그룹 역시 호텔 디자인과 서비스 가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비물리적인 디자인으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디테일한 설계를 전문적인 영역으로까지 발전시키고 있다. 머물지 않고 순환하며 시대에 부응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호텔.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기민하게 대응하는 그들의 유연한 DNA가 내일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자못 기대된다.





1 4년 여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헤리티지의 정수를 보여준 리츠 파리. 마치 영화 속 세트 같은 인테리어가 머무는 즐거움을 배가해준다.
2 글로벌 호텔 그룹 하얏트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 ‘안다즈 서울 강남’이 압구정동에 오픈한다. 런던에서 시작하여 전 세계 21번째이자 아시아 4번째로 개장하는 안다즈 서울 강남은 하얏트 그룹이 국내에 최초로 선보이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호텔로 개성 있는 서비스와 스타일리시한 시설로 기대를 모은다.



안지용 건축가는
매니페스토 디자인랩의 안지용 대표는 명동의 M 플라자, 코엑스 메가박스의 공간과 브랜딩 리뉴얼, 삼성+하만(HARMAN) AV 공간 기획, 남산타워 리뉴얼 기획, 복합쇼핑몰 동춘175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리뉴얼한 건물의 가치가 상승하고 새롭게 기획한 공간이 핫 플레이스가 되면서 상공간 전문 아키텍트로 자리매김했다. 뉴욕에서 활동했을 당시 미국건축가협회 디자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실력파로 한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뒤 3년 연속 한국건축가협회 100인의 건축가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Red dot, iF, IDEA의 디자인상을 모두 수상했다.


이향은 교수는
UX 트렌드와 사용자 심리를 연구하는 성신여자대학교 서비스디자인공학과 이향은 교수는 2009년부터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와 함께 트렌드를 연구하며 <트렌드코리아 2011>부터 <트렌드코리아 2019>까지 총 10권을 공동으로 집필했다. 2012년 서울대학교 디자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향은 교수는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 어워드인 독일 iF Design Award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으며, 교육 외에도 디자인과 소비 문화를 아우르는 통찰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로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유 위니아 등 기업들의 디자인 경영 컨설팅과 자문, 혁신 제품 콘셉트 개발과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ditor홍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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