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뜨클레이스튜디오, 박휘원 기타 May, 2020 커다란 유리창으로 햇살이 가득 쏟아지는 세라믹 스튜디오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만난 그녀의 도자기는 자연을 닮은 색감으로 은은하게 물들어 있었다.

테이블 위의 공예품을 만들다
한적한 성산동 주택가 골목의 흰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치 동화 속 세계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은 바로 박휘원 작가가 도자 작업을 하는 에뜨클레이스튜디오다. 아기자기한 화분과 식물로 가득한 정원을 지나면 그녀가 대부분의 일상을 보내는 작업실이 나온다. 에뜨클레이스튜디오라는 이름은 ‘Above the table’을 줄인 ‘att’에서 따왔는데 테이블 위의 공예품을 만드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두고두고 오랫동안 쓰고 싶은 도자기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흙의 촉감과 감성을 나누며 사용할 수 있는 정직한 물건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흙의 매력을 솔직함으로 꼽는 그녀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흙을 다루는 모든 과정에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결국에는 마지막 결과물에서 티가 나는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흙은 온도나 습도처럼 세세한 외부 조건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모르는 소재라는 그녀의 말이 과장은 아니다. 지금도 결과물을 보며 반성한다는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그녀지만 사실 박휘원 작가의 작업 기간은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취미로 다도를 즐기시는 어머니의 물건을 자주 접하며 자랐는데 그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중학생 때 진로를 정하고 지금까지 쭉 도예를 해온 것. 도자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도 관련 공부를 하며 작업의 끈을 놓지 않던 그녀는 스튜디오를 차리면서 본격적으로 개인 작업을 시작했다.


박휘원 작가는 기존에 독립 서점이었던 공간을 그녀만의 감성이 묻은 스튜디오로 탈바꿈시켰다. 앞으로는 식기와 패브릭 아이템까지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녀가 작업 중인 머그 시리즈. 식기는 화병과 다르게 유약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매트유를 사용한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풍경에 녹아드는 도자기
에뜨클레이스튜디오의 주력 아이템은 단연 화병이다. 학부 시절 주로 하던 화병 작업이 이어져 현재 그녀만의 시그너처로 자리매김한 것. 일률적인 대량 생산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물건 하나하나를 물레 성형 기법으로 빚어내기 때문에 보다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녀가 의도한 색감을 온전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컬러의 색소지를 활용한다. 초벌 가마를 뗀 후 유약 처리를 하는 대신 물레 작업 전에 흙을 따로 반죽하는 과정인 꼬막 밀기를 하는 것. 초벌 단계에서 유약을 묻히지 않은 바깥 면에 오랜 시간 사포질을 하고 높은 온도의 가마에서 불을 때고 나면 차분하고 은은한 색감이 고스란히 담긴 박휘원 작가만의 화병으로 탄생한다.
그녀는 주로 풍경이나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이를 잘 담아낸 영화나 동화책을 찾아보며 일상생활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자 한다. 박휘원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라인이 그려내는 아름다움이다. 꽃이나 식물을 꽂지 않고 오브제로 활용하려면 특히 라인이 중요한데 물레는 별다른 기교 없이도 그녀가 추구하는 유려한 선을 구현해주는 좋은 도구다. 손잡이 외의 장식을 더하지 않은 간결한 실루엣과 따스한 색감만이 그녀의 작업을 정의하는 요소인 셈이다. 박휘원 작가는 앞으로 식기를 주축으로 한 제품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더 나아가 패브릭 제품까지 아우르며 에뜨클레이스튜디오 고유의 색을 가진 브랜드로 키워가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을 에디터 또한 애정을 담아 함께 바라본다.


1 원래 쇼룸으로 사용하던 곳을 최근 물레실로 바꾸어 개인 작업을 하거나 클래스 공간으로 활용한다. 클래스는 원데이 클래스와 물레를 포함한 다양한 성형 기법을 배울 수 있는 정규반이 있으며 정규반의 경우 대부분 1:1로 진행하기 때문에 개인 수준에 맞는 체계적인 수업을 받을 수 있다.
2, 3 꽃을 꽂지 않아도 그 자체로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는 에뜨클레이스튜디오의 화병 시리즈. 편안한 느낌의 파스텔 톤이라 따로 또 같이 사용하기 좋다.

Editor오하림

Photographer오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