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크리에이터 12인의 공간 - PART ④ 기타 December, 2019 공간에는 머무는 이의 취향과 감각이 오롯이 새겨진다. 성문이나 지문처럼 고유한 인장이 찍히게 마련. 한 해의 끝자락, 남다른 스타일과 철학으로 주목받는 리빙&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이상적 공간 연출에 관한 가장 현실적인 대답이 여기 있다.

믹스 매치가 빚어낸 또 하나의 스타일
마르멜로 디자인 이경희



특정한 스타일을 정해두지 않는 것도 꽤나 멋진 스타일이 아닌가. 공간 디자이너 이경희 대표의 쇼룸에 다녀와 든 생각이다. 본인의 콘셉트를 ‘이클렉틱’이라 소개하는 ‘마르멜로 디자인’ 이경희 대표는 다양한 컬러와 소재의 믹스 매치를 즐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한 마르멜로 디자인의 쇼룸은 한 가지 스타일을에 국한하지 않고 폭넓은 스타일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특색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공간 디자이너로 오래 일하면서 갖게 된 생각은 공간 자체보다 가구에 힘을 주는 게 간단하면서 가성비도 높다는 거였어요. 공간 자체가 심플하더라도 패브릭이나 가구를 활용하면 포인트를 주기 좋죠.”

이경희 대표는 많은 소재를 섞기보다는 두 가지 정도의 컬러나 소재로 포인트를 주는 방법을 제안한다. 쓸데없이 모든 것에 품을 들이지 않아도 공간에 적절한 강약 조절이 이루어질 때 보다 완성도 높은 스타일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그녀의 일터이기도 한 마르멜로 디자인 쇼룸의 제품 전시 방식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거실이나 다이닝 룸처럼 특정한 공간을 연출한 그녀의 쇼룸은 모든 섹션에 법칙이 있다. 바로 공간의 포인트가 명확하다는 것. 여러 개를 두면 과하다고 느껴질 법한 컬러의 가구는 톤 다운된 색이나 심플한 디자인의 다른 제품과 매치해 공간에 안정적인 균형을 꾀했다. 조금 밋밋하고 뻔한 연출이 될 법한 공간에는 과감한 패턴이 들어간 가구나 소품으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식이다. 컬러와 패턴에 강한 애정을 드러낸 그녀는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한다. 매년 유럽으로 출장을 갈 때마다 패브릭의 경향과 패턴의 트렌드 흐름을 많이 보고 연구하려 한다고. 다양함을 아우르는 시야를 가진 그녀에게서 비롯될 또 하나의 이클렉틱 스타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_marmelo


1 창가에는 에스닉풍의 패턴을 입힌 1인 체어와 사이드 테이블 그리고 식물을 매치해 유니크하게 연출했다.
2 아치 타입의 전신 거울에 비친 마르멜로 쇼룸 전경.
3 비비드한 블루 컬러로 포인트를 준 거실 스타일링. 유리 소재의 사이드 테이블과 퀼팅 디테일을 더한 스툴 등 이색적인 분위기의 아이템이 색다른 조합을 이룬다.



1, 2 동화 일러스트에서 볼 수 있는 쨍한 컬러와 스트라이프 패턴을 가구와 조명에 적용했다.
3 이경희 대표가 특별히 애정을 보인 ‘앨리스 소파’와 동양적인 무드의 ‘블랙 라인 라이팅’ 펜던트 조명을 매치해 담백한 무드의 공간으로 연출했다.
4 페이버릿 아이템으로 손꼽은 벨벳 소재의 ‘그린 라인 소파’. 불필요한 장식이 없으면서 우아한 실루엣을 자랑한다.
5 쇼룸 한쪽 선반에 놓은 다양한 쿠션. 마르멜로 디자인 특유의 율동적인 패턴과 과감한 컬러 사용이 매력적이다.



색과 자연에 관한 마땅한 이해
스튜디오 페이스트 최지아


2층에 자리한 미팅 룸 안쪽에 최지아 대표의 작업실이 있다. 폴딩 도어를 달아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개방형으로 꾸몄는데 덕분에 볕을 공간 깊숙이 들일 수 있다.


뷰 파인더 너머 그녀가 수줍게 웃는다. 하긴 촬영장에서 일로만 만나던 사이였으니,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로 대면한 이 순간 서로가 낯설고 새삼 쑥스러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과감한 컬러 플레이와 대담한 스타일링으로 수많은 매체와 브랜드에서 활약해온 최지아 대표가 마음 맞는 이들과 의기투합해 올해 초 스튜디오 페이스트를 열었다. 페이스트는 ‘비정형의 반죽 덩어리’라는 이름 그대로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겸 플로리스트로 활동 중인 최지아 대표를 주축으로 플로리스트 한은화,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출신 아트디렉터 김윤영이 힘을 보탰다. 2층 주택을 개조해 쇼룸과 갤러리, 편집숍과 사무실 등으로 꾸민 복합문화공간도 마련했다. 계동 골목 어귀, 어깨를 살짝 넘는 야트막한 문을 열면 나타나는 스튜디오는 그녀를 닮아 소담한 듯 구석구석 한 끗 다른 스타일로 가득하다.

“공간 디자인과 제품은 물론 세트와 인테리어 스타일링, 브랜딩과 플랜트 컨설팅, 파티 플래닝과 클래스까지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어떻게 반죽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구조지요(웃음).”

활동의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공간 또한 다채롭다. 1층은 다양한 클래스를 진행하는 워크숍 룸이자 국내 작가와의 협업 전시를 선보이는 갤러리, 안쪽에 위치한 살롱은 페이스트의 취향을 담은 메인 공간으로 시즌마다 새로운 주제로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쇼룸으로 쓴다. 2층에는 각자의 오피스를 두고, 옥상은 아웃도어 퍼니처로 꾸며 한뼘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다종다양한 물성이 그럴싸하게 어우러지고 대범한 색감과 패턴이 되레 에너지를 더해 페이스트 스튜디오를 ‘그들답게’ 만들어준다.


고풍스럽게 연출한 살롱 한쪽. 클래식한 바탕에 볼륨감 있는 3D 템바보드 기둥 장식으로 현대적 터치를 더했다.


1, 3 기다란 원목 테이블로 부러 단출하게 마련한 워크숍 룸은 최지아 대표가 손수 준비한 윈터 플라워 데커레이션으로 드라마틱하게 연출했다. 페이스트에서는 플라워 클래스는 물론 다도, 모빌, 페인팅, 자수, 캔들,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채로운 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2 최지아 대표의 작업실 한쪽. 등나무 소재의 체어에 아끼는 토끼 프린트 쿠션을 놓아 마치 집처럼 편안하게 꾸몄다.
4 루프톱에는 파라솔, 아웃도어 테이블과 소파를 배치해 계동의 가지런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도록 했다.


기꺼운 충돌, 신고전주의
“가장 마지막 순간에는 자연에 기대요. 꽃 한 송이, 풀잎 하나. 공간에 생명을 덧입히는 순간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거든요. 물론 스튜디오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패션이든 공간이든 삶이든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는 최지아 대표에게 자연은 늘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클래식 중의 클래식이다. 어떠한 의도나 계획 없이 스스로 피고지는 속에서도 맞춤한 컬러와 실루엣을 보여주는 ‘생명’이란 얼마나 놀라운 크리에이터인지. 그녀가 사랑하는 텍스타일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인 윌리엄 모리스 역시 “자연의 형태야말로 아름다움으로 보나 친밀함으로 보나 우리의 목적에 가장 적합한 소재”라고 말한 바 있는데, 다채로운 요소의 충돌이 빚어내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이렇게 시공간을 초월하게 마련인 것이다.

“최근에는 독점으로 선보이는 패브릭 상품군을 준비 중이에요. 브라이덜 샤워나 소모임에 적합한 공간 렌털도 진행 중이고요. 각자의 목적과 취향에 맞게 완벽하게 셋업된 공간에서의 시간을 제공해보자는 건데, 일종의 경험 서비스라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다양한 요인에 따라 전혀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페이스트. 규정되지 않은 한 덩이의 반죽이 내일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오븐 혹은 가마 앞에서 찬찬히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studiopaste


1 ADM(Art&Design Market)은 그들의 취향과 안목으로 큐레이션한 국내 작가의 다양한 작품과 오리지널 제품을 전시, 판매한다. 현재는 유희송, 이보미, 한수영 작가의 세라믹 컬렉션을 전시한다.
2 페이스트의 특별한 집들이, 하우스 워밍(House Warming)을 콘셉트로 연출한 살롱. 윌리엄 모리스의 고전적인 보태니컬 패턴이 시선을 압도하는데 여기에 채도가 낮고 부드러운 컬러, 포근한 소재와 칠이 벗겨진 페인티드 우드를 곁들여 한층 내추럴하고 포근한 공간을 완성했다.



무드를 압도하는 톤 그러데이션
딜레 현수진


딜레 현수진 스타일리스트의 작업 공간. 부드러운 채광에 따뜻한 무드를 강조하는 우드 소재의 가구와 베이지 톤의 소품들로 공간을 꾸몄다.


공간은 머무는 사람을 닮는다고 해야 할까. 매달 촬영 현장에서 어깨너머로 엿보기만 했던 ‘딜레’ 현수진 스타일리스트의 감성을 그대로 담아놓은 곳. 친구의 집이자 그녀의 작업실로도 사용하는 이 공간에는 온기가 가득하다. 한정된 크기의 세트에서 보이던 정제된 스타일을 벗어난 그녀의 공간은 아기자기한 오브제들이 코지한 느낌을 전한다. 건축을 전공했지만 큰 건물보다는 공간의 요소에 관심이 많아 스타일링을 시작한 그녀는 매거진 화보는 물론 광고, 팝업 스토어 등의 공간 스타일링을 기반으로 소품 및 세트 제작, 인테리어에 관련 된 전반적인 부분을 디렉팅하고 있다.

늘 색다른 공간에서 정해진 콘셉트에 맞는 소품들로 꾸미는 일을 하다 보니 자신만의 공간에는 사심이 담긴 오브제들을 들이게 되었다고. “공간은 목적과 용도에 따라 서로 다른 분위기를 그려야 하지만 어떤 곳이든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저 콘셉트에 딱 맞는 요소들을 한곳에 집약하기보다 전체적인 조화와 어울림이 중요하죠. 컬러로 공간의 톤을 맞추는 방법도 그중 하나예요.” 따뜻한 무드를 좋아하는 그녀의 작업실은 베이지 톤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차분한 우드 컬러의 가구와 퍼 제품들이 어우러져 포근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곳곳에 놓은 캔들 홀더와 향초는 그녀가 아끼는 아이템.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은 테이블이나 선반, 창가에 올려두기만 해도 장식 오브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 특히 겨울철에는 따뜻한 이미지를 연출하기에 좋아 자주 사용하고 있다.


프라이빗한 공간인 다락방은 개인적인 취미를 즐기거나 온전한 휴식 하기 위해 한스 베그네르의 플라그 할뤼아르 체어를 놓았다. 라운지 체어는 보에. 인센스 홀더와 토끼 오브제는 모두 루밍. 러그는 데이글로우.


시선이 머무는 포인트 오브제
“저는 스타일링할 때 공간 속에서도 시선이 머무를 수 있는 포인트를 하나씩 두려고 해요. 벽에 그림 또는 액자를 걸거나 패브릭이나 가구, 조명 등의 요소로 힘을 주는 식이죠. 확실한 방법은 컬러를 활용하는 것이에요.” 색감이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말하는 현수진 스타일리스트는 전체 공간의 톤을 맞추되 같은 컬러 팔레트에서 채도가 높은 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가장 쉬운 스타일링 팁이라 전한다.

스타일링에 감각을 가미하고 싶다면 계절의 느낌을 살려 공간에 변화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 한 예로 봄에는 꽃이나 행잉 식물, 여름에는 마크라메나 가벼운 소재의 월 데코, 가을에는 드라이플라워, 겨울에는 자연 소재로 만든 리스나 오너먼트를 벽에 걸어두면 더욱 손쉽게 계절감을 살릴 수 있다고. 이를 증명하듯 그녀의 공간은 이미 완연한 겨울 감성으로 가득했다. @diele_sj

1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앤티크한 가구는 패브릭으로 리폼하고 소가구를 함께 배치해 모던 스타일을 완성했다. 퍼 스툴과 화기는 보에. 쿠션은 하우스라벨. 우드 캔들 홀더는 루밍.
2 겨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솔방울과 드라이플라워 소재로 제작한 리스로 허전한 공간을 꾸몄다.
3 책상에는 평소에도 편히 꺼내 볼 수 있는 사진집이나 패턴 북, 그리고 여행에서 수집한 오브제를 올려둔다. 화기는 모두 데이글로우. 우드 트레이는 루밍. 종이 오브제는 하우스라벨.
4 따뜻한 느낌을 살려주는 캔들, 캔들 홀더, 향초.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우드 트레이와 캔들 홀더는 모두 하우스 라벨. 디퓨저와 캔들 리드는 데이글로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사이드보드에 포근한 느낌을 배가하는 퍼 소재의 매트를 깔아 겨울 감성을 더했다. 소재의 물성이 돋보이는 오브제 장식은 공간을 더욱 세련되게 만들어주니 참고할 것. 글라스 캔들 홀더와 화기는 모두 하우스라벨.

Editor홍지은, 김소현, 문소희, 오하림

Photographer이종근, 문성진, 이수연, 오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