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리포트 기타 November, 2019 전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한눈에 읽을 수 있는 ‘2019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이 지난 9월 런던 전역에 펼쳐졌다. 환경을 생각한 에코 디자인 작품부터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탄생한 아이코닉 가구, 과거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오브제까지. 볼거리 가득했던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현장을 현지 취재를 통해 생생하게 전한다.

올해로 17회를 맞이한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매년 창의적인 디자인은 물론 전반적인 리빙 트렌드 이슈를 반영한 전시까지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세계 3대 디자인 페어 중 하나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V&A)이 위치한 브롬프턴(Brompton)을 중심으로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의 진두지휘하에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킹스 크로스(King’s Cross), 젊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쇼디치 트라이앵글(Shoreditch Triangle)까지 런던 곳곳이 신선한 영감으로 가득 찼다. 특히 이번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화두에 오른 주제는 바로 환경 오염. 심각성을 각인하고 친환경적인 디자인으로 환기할 수 있는 조형물 설치와 전시, 이벤트, 세미나 등을 통해 방문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방문객 역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하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창립 100주년을 맞은 바우하우스. 초기 모더니즘의 한 획을 그은 바우하우스와 이에 큰 영향을 받은 미드센추리 모던을 반영한 가구들의 등장이다. 이는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져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기도 하고 오리지널 제품이 현재의 공간에 믹스되기도 했다. 과거의 디자인 정신을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이어가자는 뜻이 담겨 있기도 했다. 이번 페어에서 눈여겨볼 것은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의 핸드크래프트를 모아놓은 ‘아이-메이드(I-MADE)’ 전시였다. 새롭게 선보이는 만큼 방문객의 인기와 관심 역시 남달랐다.


1 ‘사려 깊은 디자인’ 전시에서 선보인 재스퍼 에릭슨의 작품. 사용 후 버려진 숯으로 디자인했다.
2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입구에 설치된 샘 야콥의 ‘시 싱스(Sea Things)’.



환경을 위하여, 에콜로지 디자인
환경 오염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디자인에 촉각이 곤두서 있는 듯하다. 브롬프턴 구역에는 ‘네이처/너처(Nature/Nurture)’를 테마로 시각적으로 경각심을 일깨우는 퍼포먼스는 물론 버려진 것들을 이용해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전시가 펼쳐졌다. 그중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입구에 설치된 랜드마크 프로젝트 ‘시 싱스(Sea Things)’가 대표적. 샘 제이컵이 디렉팅한 이 프로젝트는 천장 아래 설치한 거울 큐브 안의 모션 그래픽 영상이 마치 수면 아래에서 위를 쳐다본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한 것인데, 영상에 나오는 오브제를 모두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형상화해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 큐레이트 디자인 숍 민트는 ‘로(Raw)’를 주제로 ‘지속 가능한 디자인’과 함께 ‘사려 깊은 디자인(Considerate Design)’ 전시를 통해 석탄 조각 등 버려진 자연 소재로 만든 에콜로지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1 스튜디오 콘스테레이션&칸즈아키테티(Studio constellation & Kanz Architetti)가 제작한 리미티드 에디션 테이블.
2 버려진 조개껍질로 제작한 베산 그레이의 더 익스플로링 에덴 컬렉션.
3 프란세스코 마리아 메시나(Francesco Maria Messina)가 디자인한 테이블은 바다 수면의 높이를 표현한 것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



미드센추리 모던의 재해석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바우하우스를 기념해 이에 영향을 받은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가구들을 전시장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공간 디자인과 브랜딩을 전문으로 하는 셀라 콘셉트(Sella Concept)가 콘란샵과 협업해 선보인 설치 작업이 돋보였는데, 곡선을 이용해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이색적이었다. 이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시간의 흐름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이곳에서 테런스 콘런(Terence Conran)의 브림스톤 사이드 테이블과 에로 사리넨의 움 체어 등 디자인 아이콘을 함께 전시해 이목을 끌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크바드라트 패브릭을 사용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킨 새뮤얼 윌킨슨의 라티스 체어를 만날 수 있었으며, 디자인 정션에서는 톤(Ton)과 프랑스 디자이너 아릭 레비와 협업한 모던한 형태의 의자도 주목되었다. 덴마크 하이엔드 브랜드 엥겔브레츠(Engelbrechts)는 전시장 중심에서 상징적인 미드센추리 모던 가구를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해 재생산한 가구들로 시선을 모았다.

1 디자인 정션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발표한 톤(Ton).
2 셀라 콘셉트와 콘란의 협업으로 완성한 부스의 모습.
3 콘란샵에서 선보인 새뮤얼 윌킨슨의 새 컬렉션 ‘더 라티스’.



헬로 런던! 이탤리언 크래프트맨십
이번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는 새로 열린 전시가 주목받았다. 바로 이탈리아 디자이너의 작품을 선보인 ‘아이-메이드’가 그것. 줄리오 카펠리니가 큐레이팅한 이탤리언 아트 디자인 전시로 안토니오 치테리오, 피에로 리소니, 지오 폰티, 알도 로시, 재스퍼 모리슨 등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50개 이상의 브랜드와 디자이너 작품을 ‘사치 갤러리’에 한데 모아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에 맞춰 몰테니&C는 올해 새로 오픈한 브롬프턴 로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빈센트 반 두이센을 초대해 그들의 디자인 철학을 소개하기도 했다.

1 사치 갤러리에서 펼쳐진 ‘아이-메이드’ 전시. 이탈리아의 아이코닉한 가구를 모아놓았다.
2 몰테니&C의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는 빈센트 반 두이센이 맡아 완성했다.
3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모로소를 위해 디자인한 고간 소파와 릴로 윙 암체어.



Mini Interview
몰테니&C 마케팅 디렉터 줄리아 몰테니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인 ‘아이-메이드’가 중요 전시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의 훌륭한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어 뜻깊다. 이번 전시에는 브랜드 몰테니&C를 소개하고자 아이코닉 아이템인 알도 로시의 파리지(Parigi) 체어와 지오 폰티의 암체어(D.153.1, D.154.2)를 놓았다.

새롭게 오픈한 브롬프턴 로드 플래그십 스토어를 소개한다면?
첼시 중심에 있는 런던의 세 번째 스토어로 런던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 특히 1800년대 지어진 건축물과 내부 구조가 이탈리아의 개인 주택과 닮아 런던에서도 몰테니&C의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몰테니&C 코리아의 오프닝 소식을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11월 8일, 몰테니&C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가 학동로에 오픈한다. 넥서스와의 오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하며, 한국 디자인의 벤치마크가 되길 기대한다.



섬세한 디테일 터치 위드 핸드
대량 생산되는 가구 시장에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가치를 더한 핸드크래프트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소비자는 물론 브랜드까지 그 물결에 동참하고 있는 것. 최근 삼성전자가 ‘콜 드롭스 야드’ 쇼핑몰에 오픈한 브랜드 전시관 ‘삼성 킹스크로스((Samsung KX)’가 좋은 예. 이곳에서는 영국 핸드크래프트 브랜드 VG&P의 크래프트맨십으로 완성된 가구들로 공간을 꾸몄는데 테크놀로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핸드메이드 감성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도 크래프트맨십이 돋보이는 전시가 주목을 받았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디렉터 지미 맥도널드는 자신이 큐레이트한 공간에 각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아트, 핸드크래프트로 전시를 열었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는 영국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메시지를 담은 그룹전 ‘레거시(Legacy)’가 진행되었다. 전시는 재스퍼 모리슨, 맥스 램, 서배스천 콕스 등 런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가 영국 문화를 만드는 여러 디렉터를 위해 기획된 작품을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1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기획전 ‘크로스 오버’의 이탈리아 갤러리.
2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 펼쳐진 ‘레거시’ 전시에서 재스퍼 모리슨이 만든 푸구(Fugu)가 보인다.
3 맥스 램이 테이트 갤러리의 디렉터를 위해 디자인한 발렛(Valet).


1, 2 ‘마스터스 오브 디스가이즈’ 전시에서는 디자이너들이 직접 자화상으로 만든 마스크를 선보였다.
3 삼성 킹스크로스에 놓은 존 트리의 VG&P 체어.
4 페스티벌 기간 동안 마르티노 감페르와 삼성이 협업해 ‘이디오신크라티코(Idiosincratico)’를 주제로 공간을 꾸몄다.



Mini Interview
VG&P 가구 디자이너 존 트리

삼성 킹스크로스에서 당신이 디자인한 HD 체어를 만날 수 있었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브링크워스(Brinkworth)가 삼성 킹스크로스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았다. 런던의 정신을 공간에 담고자 했는데 HD 체어 역시 그 역할을 한 것 같다. 과거 런던 동부의 공장 지대에서 많이 사용하던 의자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체어로 영국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 적합했다.

재스퍼 모리슨과 함께 삼성을 비롯한 세계적인 전자 제품 브랜드와 협업했다. 테크놀로지와 가구와의 연결성은?
테크놀로지와 디자인이 접목된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디지털 전자 제품과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가구를 어떻게 연결할지 많이 고민했다. 이제는 기능을 담은 가구, 즉 ‘디지털 퍼니처’ 시대에 돌입한 것 같다. 앞으로 가구는 기술과 만나 더욱 풍부하고 광범위한 디자인으로 탄생할 것이라 예상한다.

올해의 트렌드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집중되고 있다. 높은 가격일지라도 환경을 생각해 만든 제품을 선택하고 소장 가치가 높은 핸드크래프트맨십 제품에 눈을 돌리는 듯. 내추럴 자재를 활용해 높은 퀄리티의 핸드메이드를 추구하는 디자이너들에겐 좋은 환경이 찾아온 것 같다.



오감을 경험하는 연구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기간 동안 방문객의 눈을 사로잡은 공간, 톰 딕슨의 ‘더 컬 오피스’가 오감을 경험하는 연구실로 변신했다.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로 꾸민 ‘터치스멜리필리노이지테이스티(TouchSmellyFeelyNoisyTasty)’란 테마로 공간을 구성한 것. 전시는 미래의 컬러와 텍스처, 소리, 향기, 맛으로 가득했다. 남성용 면도기 브랜드 해리스와 협업한 ‘터치 필리’ 구역에서는 촉감을 극대화하는 텍스타일로 커버링한 벽면이 돋보였고, ‘스멜리’ 구역에서는 새로 론칭한 ‘언더그라운드’와 ‘알카미’ 컬렉션을 만날 수 있었다. ‘노이지’ 구역에서는 스웨덴 신시사이저 브랜드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조각 같은 LED 조명과 사운드로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그리고 더 컬 오피스 레스토랑의 테라스에 설치된 샴페인 브랜드 피에르 주네의 팝업 공간 ‘테이스티’는 생생한 오감을 전했다.

1, 2 톰 딕슨의 새로운 헤드쿼터 ‘더 컬 오피스’. 기존의 제품과 신제품,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1 오감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강렬한 벽의 인상
올해도 벽면을 장식하는 태피스트리 위빙의 인기는 이어졌다. 러그를 벽면에 장식으로 거는 트렌드를 넘어 이젠 벽면 장식용 태피스트리가 따로 출시되고 있는 점이 새롭다. 또한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강렬한 그래픽 패턴이 돋보이거나 페인팅을 연상시키는 위빙이 눈에 많이 띄었다. 다이내믹한 그래픽 패턴의 일러스트로 알려진 카미유 왈라라(Camille Walala), 독특한 아트워크를 선보인 존 부스(John Booth) 등의 디자인 제품이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 카미유 왈라라가 디자인한 그래픽 패턴의 이클립틱(Ecliptic).
2 더 싯 스틸 스튜디오의 전시 부스. 웨일스의 풍경을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한 ‘트리 패널 스크린’이 돋보인다.



다양한 모습으로, 새로운 그리너리 홈
에코 디자인의 열풍과 함께 플랜트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이제는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플랜트로 집을 꾸미는 추세. 가구, 조명 브랜드부터 리빙 액세서리 스토어와 인테리어 업체까지 그리너리 홈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나섰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스웨덴 브랜드 노르드그뢰나(Nordgr?na)가 개발한 플랜트 장식. 흡음에서 습기 제거까지 효과적인 레인디어 이끼 소재의 패널인데 특별한 유지 관리가 필요 없어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장식 요소로 활용하기 좋은 플랜트 오브제도 눈여겨볼 만하다. 영국 브랜드 다우징 앤 레이놀즈(Dowsing & Reynolds)는 손쉽게 플랜팅하는 방법을 활용해 실제 식물처럼 생생한 조화로 장식한 아이템들을 선보였다. 킹스크로스에는 글라스 브랜드 LSA의 ‘더 그린 하우스’ 팝업 스토어가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플랜트를 고르는 방법부터 데커레이션 노하우까지 알려주는 다양한 워크숍과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 가능한 리빙을 위한 인테리어를 제안했다.


1, 4 LSA의 더 그린 하우스 팝업 스토어 전경. 페스티벌 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플랜테리어를 제안했다.
2 노르드그뢰나가 개발한 제품으로 흡음과 습기 제거에 뛰어나다.
3 조화로 장식한 아이템을 선보인 다우징 앤 레이놀즈.

Editor김소현

Photographer레이문(Moon Ray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