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텐코, 조상현 기타 April, 2019 나다운 것, 그리고 내가 원하고 만족하는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이테크 디자인과 공예의 중간에 서서 가장 ‘조상현’다운 작업을 하고 있는 진짜 아티스트를 만났다.

프로세스를 디자인하다
대학교 졸업 후 네덜란드의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에서 디자인 공부를 한 하이텐코 조상현. 그는 자신을 “프로세스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결과물 못지않게 제작 과정을 중요시한다. 즉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프로세스 자체를 작품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것. 첫 작업 ‘사이매틱스(Cymatics)’ 시리즈만 봐도 이러한 작업 성향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기계 장치를 이용해 사람이 볼 수 없는 소리를 시각화한 흥미로운 작품인데 소리나 주파수가 물, 공기, 모래 등을 통과하면서 일으킨 파동이 무작위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사이매틱스 현상을 활용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한 건 스위스 바젤 여행 중 우연히 본 전시 포스터 디자인 때문이었다고. “유체의 움직임을 표현한 포스터 디자인에 눈길을 빼앗겼죠. 자유로운유체 운동을 나타낼 수 있는 재료를 만들거나 작품화하면 색다르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이렇게 주제를 선정한 후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다가 액체 상태에서 교반한 다음 성형할 수 있을뿐더러 쉽게 조색이 가능한 석고를 선택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플라스틱 몰드를 만들고 그 밑에 어느 정도의 출력을 유지하는 스피커를 놓는다. 그리고 2~3가지 컬러의 석고를 부어 교반하는 과정에서 주파수나 사운드를 조율해 패턴을 만드는 것. 교반한 석고는 완벽히 건조한 다음 원하는 패턴이 나올 때까지 절삭하는데 이것을 작품의 주 소재로 삼아 선반, 테이블, 스툴과 같은 가구와 각종 오브제를 만든다. 눈이 부시도록 강렬한 색감은 백색의 석고에 여러 가지 피그먼트를 테스트해본 다음 발색력과 원하는 분위기를 고려해 결정한 것이다.



작품을 향한 끊임없는 탐색
조상현의 두 번째 작업이자 가장 최근작인 ‘팝(Pop)’ 시리즈는 ‘사이매틱스’ 시리즈의 무게, 강도 등을 보완한 것이다. 전체적인 틀은 목재로 만들고 그 위에 타일 형태의 석고를 붙여 완성해 석고로만 만든 것에 비해 훨씬 가볍다. 또한 나무틀에 석고 타일을 붙일 땐 석재용 글루로 1차 접합한 후 폴리우레탄 폼을 써서 2차 접합을 하는데, 이때 석고의 중량감에 의해 석고 타일 틈 사이로 폴리우레탄 폼이 의도적으로 삐져나오게끔 연출해 위트까지 더했다. ‘팝’ 시리즈 중에는 사이매틱스 기법을 활용한 작품도 있다. 바로 유연한 패턴이 돋보이는 핑크색 체어인데 조형적인 면이나 디테일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쓴 아이템이라 더 애착이 간다. “평소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찾아보지는 않지만 워낙 관심사가 얕고 넓게 퍼져 있어서 그런지 좋아하는 음악 장비나 기계를 만지고,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가면서 공부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작업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죠.” 최근에는 게임 배경의 3D 그래픽과 AR, VR 등에 관심이 생겼으며 앞으로도 기계 장치나 하이테크를 이용한 작업 방식을 유지하면서 결과물은 수공예적 멋이 나는 작품다운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형태나 색깔 등이 다소 거칠게 보일 수 있는 작업이지만 자유로운 형태 안에서도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늘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마지막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프로세스 디자인’을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로 정립하고 이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 젊은 마인드로 꾸준히 작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답을 듣기 전에 알 수 있었다. 작품을 향한 열정과 끊임없는 탐색, 남들과는 다른 접근 방식과 독창적인 작품으로 그는 이미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1 하이테크 디자인과 공예를 결합한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조상현 작가.
2, 3, 5, 6 석고를 타일 형태로 만든 다음 원하는 형태로 접합한 팝 시리즈.
4 석고를 교반할 때 생긴 패턴이 돋보이는 유니크한 조명.
7 결과물만큼 프로세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상현 작가는 작품을 만들 때 기계 장치를 이용한다.
8 작업실 한쪽에 있는 선반에는 작품의 모형, 재료 등이 놓여 있다.

Editor김민선

Photographer오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