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신전 기타 January, 2019 투명하고 고요하다. 설명 대신 교감한다. 패션하우스 펜디의 이토록 우아한 기념의 방식.

ⓒFENDI
10개의 작품 중 팔라초 델라 치빌타 건물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한 컬렉션. 수지로 주형을 뜬 블록에 1965년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펜디의 FF 로고를 더하고 윗면의 얕은 수조에 물을 담았다. 펜디.


브랜드의 화법이 달라졌다. 제품보다 영감과 새로운 자극을 향유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 중이다. ‘디자인 마이애미 2018’에서 선보인 펜디의 프로젝트도 다르지 않다. <물의 형태(The Shapes of Water)>라는 이름의 전시는 펜디가 디자인 마이애미와 함께해온 10년을 기념해 아티스트 사빈 마르셀리스와 협업했다. 그간 펜디가 천착해온 ‘물’을 디자인 도구로 삼아 10개의 분수를 형상화했는데 트래버틴 석재에 물과 투명 수지를 더해 독창적인 조형물을 빚어냈다. 트래버틴은 펜디의 로마 본사이자 이탈리아 건축 역사의 기념비적 건물로 자리 잡은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의 자재로도 썼는데, 그 자체로 펜디의 헤리티지를 담아낸 셈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시각 효과와 독특한 음영이 깃든 마르셀리스 특유의 감수성도 여전하다. 따스하고 우아한 컬러와 군더더기 없는 선,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몽환적 디자인으로 마치 펜디라는 사원을 구현한 듯한 설치 작품은 이렇게 브랜드의 역사적, 창의적, 심미적 유산을 한 단계 진보한 형태로 영민하게 표현하고 있다.

Editor홍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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