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패션 아이템 August, 2016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와의 작업으로 브랜드의 가치관을 공간으로까지 확장한 오피치네 파네라이. 디자인과 기술에 대한 파네라이의 오랜 관심과 실험 정신은 지난 5월 피렌체에서 열린 대규모 전시에서도 입증되었다.


파네라이만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대형 벽시계와 브랜드가 탄생한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떠오르게 하는 피렌체 성당 이미지로 꾸민 파네라이 롯데 애비뉴엘 본점.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을 담다
휴가철이면 어김없이 회자되는 도시 중 빠지지 않는 이름, 바로 피렌체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에 위치한 피렌체는 두오모로 잘 알려진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을 비롯해 곳곳에 중세 유럽의 예술과 문화유산을 품고 있으며 빼어난 솜씨와 전통을 자랑하는 장인 정신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럭셔리 스포츠 워치 메이커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오피치네 파네라이 역시 피렌체에서 시작했다. 1860년 시계 제조 공방으로 출발해 수십 년 동안 이탈리아 해군, 특히 특수 잠수 부대를 위한 초정밀 시계를 공급해온 파네라이는 제작 기술과 디자인이 군사 기밀로 분류되어 대중에게 선보일 수 없었으나 1997년 리치몬트 그룹이 인수한 후 비로소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파네라이의 가치는 단순히 제품에 머물러 있지 않다. 오랜 역사와 브랜드 철학을 오롯이 담아낸 부티크 또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서다.

생각을 담은 공간의 힘
2014년 11월 파네라이는 피렌체의 유서 깊은 플로란스 부티크를 재개장하면서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에게 총괄 디자인을 의뢰했다. 사실 둘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밀라노 트리 엔날레 디자인 박물관에서 열린 <어클록(O’Clock)-시간이 디자인하고 시간을 디자인하다>의 디자인 및 예술 감독을 맡고 있던 우르퀴올라와의 만남을 계기로, 브랜드와 부티크 디자인 크리에이터라는 파트너로까지 발전한다. 비첸자 주얼리 박물관, 바르셀로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밀라노 포시즌스 호텔 스파 작업을 비롯해 지안비토 로시, BMW, 플로스, 미쏘니, 모로소, H&M 등 유수의 브랜드와 작업해온 우르퀴올라가 이번에도 남다른 시너지를 발휘했음은 물론이다. 플로란스 부티크는 그녀의 손에서 브랜드의 미적이고 기술적인 코드를 재해석한 특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산 조반니 광장에서 대성당을 마주 보고 있는 부티크는 285㎡로 확장했으며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모던하게 연출해 브랜드의 과거와 미래, 디자인과 기술적 전문성을 이상적으로 융합했다. 호두나무 원목과 격자형 대리석, 황동 소재를 활용해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오피치네 파네라이의 철학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반갑게도 둘의 시너지는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6월 27일 국내에서는 세 번째로 롯데 애비뉴엘 본점 2층에 오픈한 부티크는 49.5m²의 공간에 시계의 기능과 심플한 디자인을 반영한 인테리어를 녹여냈다. 바다와 함대를 연상케 하는 오크 참나무, 칼라카타 루치코소라 부르는 줄무늬 대리석, 광택을 낸 청동과 목재 등을 소재로 브랜드의 철학과 유산이 자연스레 관통하는 공간을 연출했다. 매장 안쪽에는 피렌체 성당의 대형 이미지를 담아 파네라이의 탄생 기반인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연상할 수 있도록 했다.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리뉴얼 디자인에 참여한 피렌체의 플로란스 부티크.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공간은 파네라이의 정체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는 파네라이와의 작업이 ‘신뢰와 일관성 그리고 품질’이라는 동일한 가치관을 확인하는 일이라고 고백했다. 스페인 정부에서 수여하는 예술 금메달(Medalla de Oro al Merito en las Bellas Artes)을 수상한 바 있으며 건축, 전시 기획, 실내 및 가구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역량을 펼치고 있다.


150여 년 전통의 오피치네 파네라이는 독창적인 디자인과 정교한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스위스 뇌샤텔에서 시계 부품과 본체를 개발 및 제작하고 있다. 스위스 시계 장인의 손을 거쳐 이음 없이 통으로 제작한 본체는 파네라이만의 멋과 역사를 담고 있다.

파네라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오피치네 파네라이의 남다른 열정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녹여낸 공간 설계를 넘어 새로운 시도로 이어진다. 일례로 지난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피렌체에서 개최한 <파네라이-DIVE INTO TIME> 전시회는 단순히 뉴 컬렉션을 소개하는 기회를 넘어 오피치네 파네라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적인 장으로 호평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제까지 공개한 적 없는 시대별 컬렉션을 다양하게 선보였는데, 20세기 초 파네라이 일가가 제작한 광학 기계를 비롯한 초기 장비, 193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이탈리아 해군에게 납품한 특수 시계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리치몬트 그룹의 일원이 된 후 약 20년간 가장 가치있는 고급 스포츠 시계 브랜드로서 명성을 쌓은 모델 라인업도 망라했다.

전통과 혁신의 새로운 얼굴
12개의 새로운 시계를 선보인 이번 전시에서 가장 혁신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뭐니 뭐니 해도‘ 루미노르 두에 ’케이스다. 1950년대의 클래식 루미노르 라인을 최소한으로 재설계해 스포티함과 우아함을 완벽하게 융합, 스틸과 레드 골드로 마감한 4개의 새로운 모델은 루미노르 케이스만의 고유한 DNA를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10.5mm 두께의 케이스에 담아냈다. 케이스 무게와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인 새로운‘ 루미노르 마리나 ’컬렉션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6가지 최신 모델은 3일의 파워리저브와 P.9010 칼리버를 갖춘 다양한 버전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새로운 무브먼트는 루미노르 마리나 고유의 정체성을 보존하면서도 가볍고 슬림한 케이스를 실현했다. 그런가 하면 파네라이 매뉴팩처 역사상 가장 복잡한 시계‘ 라디오미르 1940 미닛 리피터 ’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지 시간과 제2의 시간대에 맞춰 차임을 제공할 뿐 아니라 10분 주기의 트윈 리피터 메커니즘도 갖춰 디자인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정교한 기술력까지 느낄 수 있다.

시간을 초월하는 특별한 경험
<파네라이-DIVE INTO TIME> 전시는 피렌체 중심가에 위치한 마리노 마리니 박물관의 본체인 산 판크라지오의 구 교회 내 지하에서 열어 특별함을 더했다. 이곳은 9세기에 시작된 고대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주로 현대 예술 작품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파네라이는 지하 공간을 시간과 테마별로 구분해 연속적인 구역을 따라 걸으며 브랜드의 역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시가 열린 지하실 위로는 이탈리아 출신의 위대한 조각가이자 화가, 판화가인 마리노 마리니가 피렌체에 기부한 작품들을 전시한 마리노 마리니 박물관이 있으며,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가 건축한 루첼라이 예배당도 자리해 예술 작품을 즐기며 아름다운 시간 여행도 할 수 있었다.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오피치네 파네라이. 이번 전시는 글자 그대로 시간 속을 유영하는 동시에 초월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문의 02-2118-6256, www.panerai.com




<파네라이-DIVE INTO TIME> 전시 모습. 브랜드의 과거와 미래를 훑어보는 여정 속에서 파네라이가 어떻게 역사를 재해석하고 정체성을 유지해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마리노 마리니 박물관을 가로지르면 만날 수 있는 루첼라이 예배당.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가 건축한 이곳은 그리스도의 무덤을 완벽히 재현해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세계 최초로 공개해 관심을 모은 라디오미르 1940 미닛 리피터 카리용 투르비용 GMT- 49mm. 독창적인 디자인은 물론 로컬 시간 또는 세컨드 타임 존의 시간에 맞춰 차임이 울리는 기술적 정교함까지 담았다.

Editor홍지은(프리랜서)

Photograp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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