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 멀티 하우스 전체공간 May, 2020 영역을 넘나들며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는 김우리가 한남동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입체적인 표정을 띤 그의 보금자리는 한 줄기 빛도 총천연색으로 산란하는 거대한 프리즘을 닮았다.

사람이 곧 브랜드라는 문구는 김우리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스타일리스트이자 비주얼 디렉터, 사업가이자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그는 결국 하나의 직업군으로 묶이기보다 ‘김우리’로 표현할 때 가장 적확해서다. 그 자신조차 “정체성이 모호하다”며 웃어 보일 정도니까. 굳이 한마디로 정의해야 한다면 경계를 허물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방위 크리에이터가 그나마 가까울까. 까다로운 안목과 취향으로 일찍이 ‘센 오빠’란 닉네임을 얻은 그가 지난해 12월 나인원 한남으로 생활의 터전을 옮겼다. 용산의 새로운 럭셔리 주거 공간으로 일찍부터 관심을 모아온 핫 플레이스지만 정작 김우리가 입주를 결심한 이유는 따로 있다.
“공간의 레이아웃이 가장 만족스러웠어요. 성장한 두 딸과 아내의 라이프스타일을 우선에 두고 생활 편의를 고려했지요. 거실과 주방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각자의 영역이 보장되는 평면에 마음이 기울었어요. 여럿이 함께 쓸 수 있는 공적 영역과 사적 공간이 리드미컬하게 공존한달까요?”
247m²의 집에는 27년을 함께한 아내 이혜란과 두 딸 예린, 예은 여기에 올해로 열두 살이 된 반려견 이슈가 함께한다. 길게 뻗은 엔트런스를 지나면 모노톤의 반투명 중문이 나타나고 전면의 아트 월이 가장 먼저 이방인을 반긴다. 안으로 한 발자국 옮기면 마치 코어처럼 집의 중심부 역할을 하는 주방과 거실이 이웃하고 사방의 꼭짓점 부분에 구성원 개인의 메인 룸이 위치한다. 저마다의 방에는 개인 배스 룸이 딸려 있어 보다 프라이빗한 생활이 가능하다. 구조만 아니다. 너른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시티 뷰도 이곳만의 매력. 특히 밤에는 총총한 불빛이 시야를 가득 메워 리버 뷰와는 또 다른 정취를 선사한다. 물론 핵심은 하드웨어에 개성을 더하는 김우리식 소프트웨어 이른바 ‘스타일’이다.


N극과 S극처럼 서로 기질이 달라 남다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김우리·이혜란 부부와 반려견 이슈.


빌트인으로 깔끔하게 매립한 TV 월이 인상적인 리빙 룸. 포피(Poppy) 암체어 핑크, 터키석 컬러의 줄리아(Julia) 암체어, 라이트 그레이 컬러의 뉴욕(New York) 4인&3인 소파, 더스크(Dusk) 커피 테이블은 모두 일바. TV 옆의 뱅앤올룹슨 스피커는 베오플레이 A9 화이트 에디션. 공간에 생기를 더할 뿐 아니라 공기 정화에도 탁월한 효과를 자랑하는 아라케야자는 틸테이블.



맞추는 게 아니라 함께 쌓아 올리는 것
“전에 살던 집은 대대적 리모델링을 통해 화이트 베이스로 깔끔하게 연출한 반면 이번 공간은 컬러와 물성에 좀 더 집중했어요. 우리 혜란 씨-그는 아내를 이렇게 불렀다-와 덴마크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곳 호텔에서 기존의 북유럽 가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컬렉션을 만났죠.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물론 직접 경험한 편안함 덕에 귀국 후 바로 시장 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답니다. 결국 찾아내고야 말았고요!(웃음)”
그렇게 만난 브랜드가 바로 일바(ILVA)다. 북유럽 디자인이라고 하면 흔히 우드 톤 일색에 곡목 구조를 연상하게 마련이지만 일바는 다양한 컬러와 패브릭, 스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믹스 매치가 가능한 컬렉션으로 보다 풍성하게 홈 스타일링을 할 수 있다. 거실의 소파부터 침대, 다이닝 룸의 식탁에 이르기까지 볼륨감이 느껴지는 아이템은 하나의 브랜드로 통일감을 주고 요소요소에 한 끗 다른 개성을 더한 것이 이곳만의 스타일 해법. 발품을 들이는 수고와 다소 번잡한 의사 결정 과정, 여기에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온전히 우리 집, 그곳에 놓기까지 인내의 과정도 녹록지 않았으련만 이 역시도 그는 ‘즐겁게’ 해냈다. 아니, 해내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다이닝 룸에 설치한 새 모양의 무이(moooi) 퍼치 라이트 브랜치(Perch Light Branch) 조명은 유럽에서 공수해 오느라 족히 서너 달을 기다리는 번거로움을 감수했다. “맞추는 게 아니라 함께 쌓아 올리는 것”. 가족의 소박한 대화를 엮어낸 그의 책 <우리 가족>의 한 챕터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가족은 서로 맞춰나가야 하는 퍼즐이 아니라 함께 쌓아 마침내 완성하는 레고란 뜻인데, 스타일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셈이다.



1 복도 안쪽에서 거실을 바라본 뷰. 거대한 아트 월을 연상하게 하는 아트워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정재훈(후니 훈)의 작품. 처음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를 위해 직접 구입했는데, 최근 영화 <기생충>에 참여한 이후 재평가받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창가 벽 한쪽에는 빌바오 시계와 포르나세티의 콘솔을 놓아 고풍스럽게 연출했다. 10꼬르소꼬모.
2, 4 오크 소재로 자연스러운 나뭇결이 살아있는 칼리아 다이닝 테이블(Calia dining table), 클라우드 다이닝 체어(Cloud dining chair), 스윙 바 스툴(Swing bar stool), 프레야 러그(Freya rug)는 모두 일바. 천장의 펜던트는 무이의 퍼치 라이트 브랜치 조명으로 PP판과 구리판을 접어 구조적인 새 모양을 완성했다. 살짝 건드리면 부리 부분과 꼬리 부분에 달린 금속 장식이 부드럽게 앞뒤로 움직이며 서정적인 리듬감을 선사한다. 웰즈.
3 개방형으로 연출한 다이닝 룸의 아일랜드. 몰테니&C 컬렉션으로 한층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Fashion is Passion
“무조건 고가라고, 유명 브랜드라고 해서 선택하지는 않아요. 직관적으로 아름다운 것에 반응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그게 스타일이 되는 거니까요. 그렇게 키워가는 게 안목이기도 하고요.”
물론이다. 이제 패션과 뷰티, 리빙은 결코 동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통합되면서 큐레이션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김우리가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삶의 요소요소를 나누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감각의 뿌리는 누가 뭐래도 패션. 집은 그의 스타일을 보다 ‘공감각’적으로 펼쳐놓는 거대한 런웨이나 다름없다. 얽매이지 않는 컬러 팔레트, 과감한 선택과 집중, 무엇보다 ‘나’와 ‘우리 가족’의 취향과 필요를 반영한 공간 구석구석에서 김우리의 패션(Fashion)과 패션(Passion)이 두루 읽힌다. 부부가 함께하는 메인 룸은 이를 압축해 보여준다. 차분한 그레이를 바탕으로 한 침실은 오롯이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심플하게 꾸몄는데 거실에서 침실 사이에 자리한 전실은 부부만을 위한 소규모 작업실 겸 티 룸으로 연출해 활용도를 높였다. 여기에는 밝고 화사한 머스터드 컬러의 2인용 소파와 네스팅 테이블을 놓아 아늑하면서도 코지한 분위기를 살렸다.
모던한 스타일링이 기본이지만 유화가 취미인 이혜란 씨가 손수 그린 작품을 무심히 놓은 듯 배치해 경쾌한 컬러 포인트도 놓치지 않았다. 김우리가 컬러만큼이나 애정을 쏟는 건 바로 식물. 무표정한 공간도 꽃 한 송이, 초록 하나가 더해지면 일순 생동감을 얻지 않던가. 그의 공간에서도 기하학적이고 화려한 가구 사이에 숨통을 틔워주는 플랜테리어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식물만 아니다. 화기 컬러와 질감, 다지인까지 허투루 챙기는 법이 없는 그다.


1 머스터드 옐로 벨벳 소재로 커버링한 플루엔테(Fluente) 2.5인용 소파, 더스티 민트와 라이트 민트 컬러를 믹스 매치할 수 있는 프레임 네스팅 테이블(Frame nesting table)은 모두 일바. 선박의 뱃머리에서 모티프를 얻어 루카 니케토가 디자인한 무이의 카날 체어(Canal Chair)는 웰즈에서 구입했으며 2중으로 레이어링한 모던한 커튼은 카민디자인에서 직접 제작했다.
2 거실에서 메인 침실을 바라본 모습. 겹겹의 중첩과 슬라이딩 도어로 마치 공간을 탐험하는 느낌을 준다. 안쪽 깊숙이 자리한 베드 룸은 덕분에 독립적인 형태로 프라이빗 시간을 누릴 수 있다.


3 베드 룸 한쪽에 마련한 이슈의 스위트 홈. 집 안 군데군데에 이슈가 쉴 만한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4 모던하고 차분하게 연출한 베드 룸. 라이트 그레이 컬러의 나이키(Nike XL bed) 벨벳 매트리스와 나퍼 데이베드(Napper daybed), 울과 비스코스로 제작한 임필레티 러그(Impilati rug)는 모두 일바.



하고 싶어 vs 하고 있어
너도나도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이야기하는 요즘이건만 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 같다. 정기적인 방송 출연은 물론 팔로어 수 18만의 인플루언서이자 유튜브 채널 ‘김우리 TV’를 운영하는 그는 일상의 대부분을 대중과 공유해서다. 그에게 일과 휴식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으며 집은 곧 또 하나의 오피스인 셈이다.
“가끔은 피로를 느낄 때도 있지요.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회의가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매일 그 자체를 즐기려고 해요.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요, 아직까지는(웃음). 확실한 건 아마 이 모두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가족이 없었더라면 즐겁게 일하기가 불가능했을 거라는 사실이에요.”
에너지맨 김우리의 동력은 역시나 가족. 그의 말마따나 가족 덕분에 웃고 그 때문에 울며 다시 힘을 내는 김우리다.
“두 딸에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하고 싶어’와 ‘하고 있어’는 천지 차이라고요. 시간이 흐르면 그 차이는 더 확연히 나타날 테고요. 무엇이 되었든, 실수하고 상처받더라도 일단 시작해야 해요. 도전해야 하고요. 물론 이건 저를 향한 말이기도 해요.”
그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Woori’s run the world’라는 카피가 써 있다. 늘 달리는 사람 김우리는 또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 곧 컬래버레이션한 새로운 아이웨어 브랜드를 론칭하고 운영 중인 김우리샵의 셀렉션도 보다 확대할 예정이다. 어쩐지 그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는 인테리어만큼 그 끝을 알 수 없을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끝을 몰라도 된다는 것뿐. 한계를 가늠하기 어려운 빛의 파장처럼, 일단 시작하고 부딪치는 것. 어쩌면 그게 전부니까.


1 둘째 딸 예은이의 방. 짙은 블루 컬러의 페스토 베드(Pesto bed) 프레임은 일바. 벽에 건 월 데커레이션은 익시.
2 첫째 딸 예린이의 방은 블루 벨벳이 몽환적인 느낌을 더해주는 하바나 베드(Havanna bed), 옐로 컬러의 페리 푸프(Peri pouf), 화이트 컬러의 스트라다 데스크(Strada desk)로 아늑하게 연출했다. 모두 일바.


3 마치 하나의 세계로 이끄는 듯 길게 이어지는 현관은 불투명한 중문으로 공간을 나눴다. 블루와 그린 컬러의 시구르드 푸프(Sigurd pouf) 모두 일바.
4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복도를 아트 월로 연출했다. 이혜란씨의 작품을 리드미컬하게 배치하고 여기에 여인초, 겐차야자, 아라리아, 홍콩야자 등의 식물로 숲속에 들어선 듯한 쾌적함까지 더했다. 모두 틸테이블.
5 부부 침실 옆에 위치한 메인 배스 룸은 화이트와 그레이를 중심으로 바쁜 일상을 릴랙스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스탠드형 욕조 등 기존에 셋업된 인테리어를 그대로 살렸다.

Editor홍지은

Photographer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