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할 틈 없는 일상의 놀이터 전체공간 August, 2019 높은 천장과 고벽돌로 마감한 벽, 과감하게 공간을 가로지르는 철제 계단과 예상을 뒤집는 가구 배치까지. 탑층 구조를 십분 활용한 아파트는 거주 공간은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지루한 공식을 깨고 나만의 화법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빚어냈다.

이토록 즐거운 배신
어디 한 군데 고만고만한 구석이 없다. 벽이며 천장, 상공간에서나 볼 법한 실링팬과 철제 계단까지 으레 보아왔던 아파트의 결과는 사뭇 다르다. 요소요소 짚어보자니 억지스럽다기보다 되레 신선하고 낯선 발상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이런 걸 보고 기분 좋은 배신이라고 해야 할까.

“일하거나 운동할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냅니다. 그래서 답답하지 않은, 재미있는 공간을 꿈꿨지요. 앞이 탁 트여 있고 층고도 높은 이곳을 발견했을 때 주저없이 계약하기로 마음먹은 이유예요. 리모델링을 고려하면서 염두에 둔 건 하나였어요. 집이 너무 집 같지 않았으면, 아파트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아마도 ‘나다웠으면’ 하는 바람 또한 덧붙였으리라. 안성무씨의 집은 그러니까 30대의 싱글 라이프를 완벽하게 구현한 나만의 아지트인 셈이다. 평소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자료를 스크랩하고 살고 싶은 공간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해온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디자인 투 플라이는 이런 그의 막연한 생각을 시각화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했다. 옥탑 공간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계단의 위치를 바꾸고 거실의 소파와 집기 방향 등을 틀고 심지어 TV를 창가 쪽 모퉁이-그것도 공중에!-로 보냈다.

“창가 쪽 천장에 달아놓은 TV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아요. 면적을 크게 차지하지 않으면서 어느 위치에서나 잘 보이고 거실에서 친구들과 이야기에 집중할 때는 의식되지 않죠. 덕분에 카페나 펍의 분위기를 배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생활 편의는 물론 디자인 감각까지 아우른 해법은 거실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지인을 자주 초대하는 그를 위해 마련한 홈바, 베드 룸 한쪽에 구현한 윈도 시트, 복층에 자리한 소규모 홈 시어터까지 실용성은 물론 머무는 이의 감성까지 두루 살핀 남다른 디자인이 돋보인다.


탑층 구조를 최대한 살려 빈티지한 카페처럼 연출한 아파트. 거실과 주방을 한 덩어리로 연결하기 위해 기존의 가벽을 없애고 계단을 거실 벽 쪽으로 옮겼다. 덕분에 보통의 아파트 거실에서 한쪽 벽면에 자리하는 TV를 창쪽 천장에 매다는 개성있는 인테리어가 가능해졌다.


복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입구에 마련한 나만의 서가. 평소 읽는 잡지며 책을 단출하게 수납할 수 있고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탑층 구조의 아파트는 다락방이 있었지만 계단이 가파르고 거실과 주방, 방 입구를 가로막아 답답하고 불편했다. 주방 또한 냉장고를 놓는 공간 마련을 위해 가벽으로 거실과 분리해놓았던 형편. 개방감 확보를 우선으로 가벽을 없앤 후 계단의 위치를 바꾸는 솔루션이 주효했던 이유다. 여기에 높은 층고를 활용한 고벽돌 벽과 천장의 목재 트러스 구조, 철제 계단의 조합으로 빈티지한 콘셉트의 개성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맞춤 공간 속 싱글 탐구 생활
집 같지 않은 집을 목표로 했기에 각 공간에 역할을 부여하는 일도 남달랐다. 각각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활동에 집중하고 차별화된 동선과 스타일을 구현한 것. 이를테면 리빙 룸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용 공간이기 때문에 상공간을 연상케 하는 인더스트리얼 분위기로 꾸미고, 사적인 공간인 베드 룸은 안락함과 편안함을 우선으로 두고 우드 톤의 내추럴 스타일로 연출했다.

“제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변경 가능한 구조물 위치, 공간 분할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며 각 방의 역할 같은 거시적인 면은 물론 동선과 조명 계획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상의했죠. 특히 주방은 거실까지 확대되면서 홈 바를 품은 라운지의 역할을 겸할 수 있어 좋아요.”

주방은 폭이 좁은 빈티지한 타일로 마무리하되, 바로 옆에 스틸 소재의 진열장을 제작해 넣어 모던한 바처럼 꾸몄다. 뒷베란다도 확장해 냉장고를 수납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덕분에 냉장고의 방향이 정면에서 측면으로 바뀌면서 동선도 한층 자유로워지고 여분의 공간도 생겼다. 스타일과 실용성을 두루 챙긴 디자인 투 플라이의 감각이 빛을 발한 대목이다.


1 가볍게 한잔하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게 연출한 홈 바. 조명에 따라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내 그 자체로 하나의 인테리어 요소로 기능한다.
2 베드 룸은 오롯이 숙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거실과는 전혀 다른 내추럴 톤으로 연출했다.
3 바처럼 꾸민 다이닝 룸. 지인을 초대해 베이킹이나 홈 파티를 즐기는 그를 위해 여럿이 앉을 수 있는 우드 슬랩 테이블을 놓고 측면에 진열장을 맞춤 제작했다.



주방뿐 아니다. 베드 룸 역시 작은 아이디어를 더해 입체감을 살렸다. 평소 독서를 즐기는 그를 위해 창가에 기대어 책을 볼 수 있도록 독립된 공간을 마련한 것. 좌식형으로 꾸민 윈도 시트는 하릴없이 종일 해바라기만 해도 좋다. 그는 말한다.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은(?) 공간이지만 그 역시도 현재진행형이라고. 아니나 다를까, 안방이며 복층의 시어터 룸은 여전히 조금씩 가꾸어가고 있고, 다른 방 2개는 아직도 비워둔 상태다. 부러 무엇인가로 채우기보다 변화하는 생활에 맞도록 차근차근 만들며 고쳐가고 싶다.

“거실 소파에 기대면 보이는, 천장에서 벽과 계단, 바닥으로 쭉 이어지는 공간을 ?아해요. 아침에 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올 때, 해가 진 뒤 조명을 켰을 때 광원에 따라 이어지는 차갑고 선선한 공간감은 차분하고 따뜻하게 마음을 다독여주지요. 집은 일종의 ‘놀이터’라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 미끄럼틀 아래를 아지트 삼아 책을 읽고 낮잠 자던. 신기하게도 종일 뒹굴거려도 지루하지 않았지요(웃음).”

누군가는 우려의 목소리를 낼지 모르겠다. 벽돌이 그대로 노출된 공간이나 자칫 날카로워 보이는 철제 계단이 놓인 곳이 과연 아늑할 수 있겠느냐고. 그렇다면 되묻고 싶다. 모두의 편안함에 과연 정답이 있을까라고. 우리네 지문처럼, 저마다의 생활은 다르고 무릇 집이란 그 일상을 담는 그릇이자 거울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집의 쓸모도 그 속에서의 안식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

1 빔 프로젝터와 전용 스크린을 달고 빈백으로 단출하게 연출한 복층의 홈 시어터 룸.
2 베드 룸 한쪽에 마련한 윈도 시트. 좌식형으로 독서 공간은 물론 다실의 역할을 겸한다.



INFO
면적
112m² + 복층 23m²
구조 거실 + 주방 + 방 3 + 화장실 2 + 복층 홈 시어터 룸
주요 마감재 고벽돌, 원목 마루, 벽지
가족 구성원 싱글남
리모델링&인테리어 포인트
1
가벽을 없애고 복층 계단의 위치를 바꿔 유기적 동선의 LDK 구조 완성
2 주방을 확장하고 견고한 진열장을 제작해 트렌디한 홈 바 연출
3 탑층 구조를 활용해 층고가 높고 아늑한 프티 홈 시어터 구현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 디자인 투 플라이(070-4120-2678, www.designtwoply.com)



Editor홍지은

Photograp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