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그린 로프트 전체공간 May, 2019 붉은 벽돌에 고만고만한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친근한 동네 풍경 속에서 오아시스를 떠올리게 하는 청량한 집을 만났다. 30년이 넘은 오래된 상가주택을 초록으로 단장한 이국적인 로프트 이야기다.

* 로프트 Loft 높은 층고를 이용해 위층에 다락이나 실을 별도로 구성, 실내에서 계단을 통해 오갈 수 있도록 만든 공간. 일반적으로 건물 가장 고층부에 위치한다.




30년 세월을 품은 리뉴얼
1980년대에 지은 것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튼튼해 보였다. “아마도 2~3번은 증축과 개축을 했을 거예요.” 리모델링을 맡은 이태경 건축가는 건물에 쌓인 시간의 흔적을 나직이 설명한다. 예전의 2층 상가주택은 뒤쪽으로의 수평 증축과 층을 올리는 수직 증축을 거쳐 지금의 형태로 바뀌었다. 애초에 튼튼하게 지었기에 이러한 대수술을 견디며 지금까지 건실하게 제 몫을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젠 건물을 튼튼하게 보강할 시점이라 판단한 주인은 배관과 창문, 기둥 등 ‘성능’과 직결된 부위의 보수를 건축가 그룹 아르케이브에 의뢰했고, 3층의 로프트 주택도 이때 탄생했다. 건축가는 기둥(Column)의 열이 미묘하게 틀어져 있고 주 계단 부분이 스킵플로어로 변경된 것을 통해 증축 전의 모습을 추측해냈다. 녹슨 상하수도 배관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낡은 창도 성능 좋은 시스템 창호로 바꾸었다. 틀어진 기둥의 열 때문에 혹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를 튼튼히 하고자 H형강으로 기둥을 보강했으며 1층의 일부는 보(Beam)도 추가했다. 부수고 새로 짓기보다 고쳐 쓰는 쪽을 택한 주인 덕분에 건물은 또 한번 새로운 삶을 얻었다.


옥상의 창고 부분을 튼 뒤 실내와 연결 계단을 만들어 실내 공간으로 편입시켰다. 공간의 일부를 일부러 틔워두어 햇빛이 아래층까지 은은하게 비추도록 유도했다.




관점을 바꾸면 보이는 다른 삶
사실 건물의 ‘성능 개선’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3층에 위치한 로프트 구조의 주택이다. 따뜻한 나라의 여름 별장을 보는 듯 이국적 정취를 지닌 이 집의 클라이언트는 아르케이브의 건축가 중 한 명인 이태경 소장의 친언니. 어릴 때부터 눈썰미가 좋고 감각이 뛰어난 동생의 안목을 믿고 자신의 집을 의뢰했다.

“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편하고 창의적인 공간을 원했어요. 출장이 잦아 호텔 생활에 익숙했기때문에 청결하게 유지되는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재택근무가 가능하면서도 주거와 일이 분리되는 것도 필요했고요. 반려견과 함께 지내도 이웃에 문제가 되지 않으면 좋겠고 언제든 햇볕을 쬘 수 있는 밝은 테라스도 있으면 했어요.” 집은 공간을 나누는 방식부터 창을 내는 위치, 마감재의 컬러와 소재까지도 살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디자인되었다. 따스한 아침 햇살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클라이언트의 생활 습관, 식물을 사랑하는 그의 취향을 이해하고 이를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작업의 시작이었다.


오픈형 스튜디오 구조는 친구와 지인뿐 아니라 업무 관계자를 집으로 초대하기에도 유용하다. 더구나 주거에 필요한 공간을 분리한 덕분에 초대받는 이가 부담스럽지 않다.


위층에서 내려오는 간접광이 실내 구석구석을 은은하게 밝힌다. 제작 가구 소재와 천장 마감재로 나왕 합판을 사용했으며 레드브라운 컬러 오일 스테인으로 색을 입혔다.




스튜디오형 로프트의 다층적 구성
“일반적인 아파트보다 층고가 높거니와 그 위에 창고 공간도 있어서 수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였어요.” 건축가는 높은 층고를 활용해 창고의 바닥을 조금 낮춘 후 로프트로 만들었다. 아래층은 거실과 워크스테이션, 주방이 있는 범용 공간이고 위층은 침실과 욕실, 그리고 개인 옥상으로 향하는 문이 있는 프라이빗 공간이다.
현관에 들어서면 높다란 그린 월이 먼저 시야를 반쯤 가린다. 현관과 거실의 경계 역할을 하는 그린 월은 아르케이브의 세 건축가가 직접 디자인해 만들었다. 클라이언트가 물을 주고 관리하기에 쉽도록 손이 닿는 높이까지만 화분인 것이 독특하다. 그 외는 시야를 가려주는 오브제 역할을 한다.
거실과 현관은 하나의 공간으로 넓게 텄다. 실로 구분하기보다 영역을 나누고 적절히 차폐하는 이런 구조는 대개 ‘스튜디오형’이라고 부른다. 사용 빈도가 낮은 주방은 가장 안쪽에 배치했다. 드레스 룸과 세탁실, 손님용 욕실도 마찬가지. 이 공간들은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거실과 분리된다. 이 구조 덕에 재택근무가 잦은 클라이언트는 일과 삶이 구분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그린 월의 반대편, 계단을 이용해 위층으로 오르면 프라이빗한 침실이 나온다. 아침 햇살과 함께 잠을 깨는 습관이 있는 클라이언트를 위한 맞춤형 구조다.


1 건물의 구조를 이루는 콘크리트 보를 일부 노출해 옛 모습을 떠올리게끔 디자인했다.
2 현관으로 들어오면 그린 월이 적절히 시선을 차단해준다. 현관에 배수로를 설치해 식물에 물을 주면 자동으로 배수된다.
3 계단과 함께 위아래층을 관통하는 버티컬 가든 역할을 하는 그린 월.




마감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터치
창을 교체하고 단열재를 덧대고 구조를 변경한 것이 기본 틀을 잡는 작업이었다면, 여기에 더한 아르케이브 세 건축가의 섬세한 터치는 실내 마감재를 선택하고 가구의 소재를 고르는 디테일에서 재차 확인할 수 있다. 평소 따뜻한 느낌을 좋아하는 클라이언트의 공간 취향을 반영해 흰색 벽과 나무의 편안한 질감을 조화롭게 매치, 마감재의 톤 앤 매너를 정했다. 관리하기 편한 타일 바닥과 깨끗하고 맑은 느낌의 흰색 벽 위에 부분적으로 마루를 시공하고 간접 조명을 설치해 따뜻한 느낌을 조성했다. 건물이 지닌 30여 년의 기록도 살렸다. 새것과 오래된 것이 어우러진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콘크리트 마감을 보와 벽 등에 부분적으로 노출했으며 비용을 절감하고자 선택한 제작 가구용 합판 위에도 레드 브라운 컬러 스테인을 칠해 세련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을 놓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룬 이 집은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곳곳에 자리한 식물의 생기까지 더해져 온기로 가득하다.



1 위층 보이드에서 내려다본 아래층 모습.
2 숨은 수납공간이 많은 것도 집의 특징이다. 곳곳에 서랍과 장을 짜 넣어 살림을 최대한 정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3 재택근무가 잦은 클라이언트를 위해 볕이 가장 좋은 위치에 워크스테이션을 배치했다. 창가에는 걸터앉을 난간을 만들었고, 원목 마루로 마감했다.
4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쓰지 않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분리했다. 왼쪽 도어 안쪽에는 주방이, 오른쪽 도어 안쪽에는 드레스 룸과 세탁실, 손님용 화장실이 있다.




낡은 집도 고치면 멋진 삶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침실의 배치를 두고 사흘 밤낮을 고민하기도 하고 식물을 담는 그린 월을 제작하기 위해 300개가 넘는 전개도를 일일이 그리기도 했다. 로프트를 만들고자 슬라브를 헐고 높이를 변경해 공간을 확보했으며 예산이 넉넉지 않음에도 쓸 수 있는 친환경 마감재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즐거웠던 건 ‘낡은 집도 고치면 멋진 삶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클라이언트의 확실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아파트에 사는 것이 정답이라 하고 또 다른 이는 낡은 집에 왜 돈을 들이느냐며 의문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집을 리모델링한 뒤 그의 삶을 본 이들은 백이면 백 이렇게 말한다. “나도 할 수 있겠다!”라고. 집에서 머문 지 이제 1년이 되어가는 클라이언트는 자신의 삶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새 무대를 무척이나 만족해한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의 대체재로 적당한 삶의 무대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테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보고 나니 약간의 용기와 넓은 시야, 그리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단단한 신념만 있다면 누구나 이러한 집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더 나아가 ‘이런 집이 많아질수록 낡은 동네 풍경도 다시금 따뜻하고 살 만하게 바뀌지 않을까’라는 기대감까지도.


1, 2 위층에 자리한 프라이빗한 침실 공간. 아침에 햇살과 함께 잠을 깨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햇빛을 적극적으로 들일 수 있도록 창을 냈다.
3 침실에는 개인 욕실과 드레스 룸이 딸려 있어 생활하기 편리하게끔 했다.
4 왼쪽부터 아르케이브 세 건축가 이태경, 차지은, 성소현 소장과 클라이언트 이신우 씨.




Urban Remodeling Note
낡은 집을 고치는 데 사용한 4가지 마감 및 디자인 요소를 정리해보았다.


바닥과 벽
바닥재는 이건산업의 프리미엄 제품인 제냐 텍스쳐, 타일은 이탈리아 시저사의 록스톤 타일을 사용했다. 곳곳에 짜 넣은 철구조는 가루를 뿜어내 칠하는 방식의 분체도장으로 마감한 것으로, 내구성이 뛰어나다.


그린 월
폭 2.1m, 높이 4.5m의 그린 월은 총 324개의 유닛을 모은 것으로 56개를 하나의 모듈로 반복해 월을 형성했다.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레이저로 재단하고 이 위에 벗겨지지 않는 분체도장으로 컬러를 입혔다.


구조의 보강
건물의 낡은 흔적을 새것으로 덮어버리기보다는 부분적으로 노출해 옛것과 새것을 조화롭게 디자인했다. 벽 주변으로 간접 조명을 설치했는데, 이는 옛 구조를 부분적으로 드러내며 공간에 조형미를 더한다.


시스템 창호
건물 전체의 창을 이건산업의 시스템 창호로 교체했다. 시스템 창호는 열을 차단하게끔 만든 프레임을 사용해 전체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단열 성능은 높인 창으로서, 둔탁하지 않은 모양 때문에 건축가가 즐겨 사용한다.




건축 디자인 아르케이브(02-2207-5007, www.arcave.co.kr)

Editor정사은(프리랜서)

Photographer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