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가정집을 닮은 아파트 전체공간 April, 2019 아파트에서의 편리한 생활은 누리되 틀에 박힌 듯 똑같은 구조와 마감재를 취향에 맞게 바꾸고 싶다면 홈 리노베이션이 정답이다. 클래식 무드를 바탕으로 이국적 스타일을 너그럽게 끌어안는 영국식 가정집을 모던하게 풀어낸 김포 한강신도시 아파트를 소개한다.

따뜻하고 이국적인 공간을 꿈꾸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드림하우스가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는 집, 잡지에서 본 외국의 집처럼 이국적인 공간을 원했던 한정아 씨는 최근 이사를 하면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신혼집을 꾸밀 때 셀프 페인팅을 할 만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울이(6세)와 여울이(15개월)를 키우면서 아이 방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그래서 리빙 잡지를 즐겨 보곤 했는데 몇 년 전 <까사리빙>에서 모던 프렌치 스타일의 아파트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훗날 우리 집도 그렇게 꾸미겠노라 다짐하고 디자이너의 이름을 외워 두었지요.”

지난가을 첫 집을 장만한 그는 김영미 디자이너를 떠올렸다.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터라 디자이너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다른 업체와도 미팅을 했지만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그는 온라인을 샅샅이 검색한 끝에 디자이너와 연락이 닿았다. 디자이너는 영국 유학을 다녀와서 자신의 인테리어 사무실을 차린 후였다. 기존 레퍼런스를 통해 서로의 취향과 스타일을 공유하자 리노베이션 작업은 물 흐르듯이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디자인의 출발선은 영국의 가정집이었다. 김영미 디자이너는 타국에서의 경험을 발판 삼아 영국풍 클래식을 모던하게 풀어냈다.

“클래식 인테리어도 나라마다 뉘앙스가 달라요. 프랑스가 화려하고 장식적이라면 영국은 보다 정갈하면서도 따스함이 느껴지지요. 게다가 다른 스타일을 믹스 매치해도 너그럽게 포용하는데, 완성된 공간을 보면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습니다.”



1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전경. 몰딩으로 장식한 벽장과 벽난로로 클래식한 무드를 연출하고 곡선 디자인의 가구와 북유럽 디자인 아이콘인 VP 글로브 펜던트로 모던한 분위기를 더했다.
2 현관에 들어서면 아치와 격자무늬로 디자인한 프레임 중문이 반갑게 맞아준다. 벽에는 가방이나 머플러, 외투 등을 걸어 놓을 수 있도록 구비의 코트 랙을 설치해 놓았다.




선택과 집중으로 완성한 LDK
제한적인 구조와 한정된 예산 안에서 리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려면 전략을 잘 짜야 한다. 김영미 디자이너는 가족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자 집의 인상을 좌우하는 주방과 거실을 메인으로 삼고 영국의 가정집 분위기를 옮겨오는 데 집중했다.

“클래식한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마감재 선정에 공을 들였어요. 온돌마루에서 사용 가능한 셰브런 패턴의 마루를 시공하고, 천장 몰딩과 걸레받이, 방문과 가구 도어의 장식으로 무드를 이어갔지요. 마스터 베드 룸의 문을 비롯해 포인트 요소는 클래식하게, 그외 공간은 모던하게 접근함으로써 전체적인 밸런스를 조절했습니다.”

주방은 정아 씨가 가사일을 하는 중에도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대면형 구조로 설계했으며, 창 앞에 가벽을 세우고 고풍스러운 벽시계와 장식용 선반, 황동 수전과 타일, 격자무늬 덧창을 활용해 이국적인 무드를 더했다. 대면형 오픈 구조가 돋보이려면 철저한 수납 계획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법. 김영미 디자이너는 아일랜드 키친과 식탁을 중심으로 좌우에 커다란 수납장을 짜고 주방 기기를 깔끔히 수납할 수 있도록 수납 칸의 폭과 깊이를 조절함은 물론 전기 배선까지 꼼꼼히 정리했다. 생활 살림이 감쪽같이 사라지자 아름다운 요소만이 공간을 채웠다. 베르너 팬톤의 VP 글로브 조명, 구비의 식탁과 의자 그리고 거실. 거실은 커피 테이블을 중심으로 소파와 암체어, 베드 벤치, 스툴을 원형으로 배치해 더없이 안락한 가족실이 되었다. 마지막까지 고민한 거실 가구의 셀렉션은 신의 한 수였다. 베이지, 민트, 우드 톤으로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도 곡선과 비정형적 형태로 모던한 감성을 가미했기 때문. 스타일이 다른 가구를 믹스 매치하자 개성 있는 인테리어가 완성되었다.


엄마 한정아 씨와 이하울·이여울 남매의 디저트 타임. 주방에서 아이들과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즐길 뿐 아니라 종종 함께 요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1, 2 주방을 이국적인 분위기로 꾸미기 위해 창 앞에 가벽을 세우고 클래식한 느낌의 벽시계와 장식용 선반, 황동 수전과 타일, 격자무늬 덧창을 설치했다.
3 마스터 베드 룸에서 바라본 다이닝 공간. 언제 어디서 보아도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4 철저한 수납 설계를 바탕으로 한 오픈형 구조의 주방. 시야를 가리는 요소를 없애기 위해 아일랜드 키친에 후드 일체형 인덕션을 매립했다.




집의 매력을 더하는 믹스 매치 스타일
예상치 못했던 스타일의 등장은 집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디자이너는 LDK를 제외한 곳은 기능과 가족의 취향을 담으며 각기 다른 분위기로 전개해나갔다. 먼저 네 식구가 함께 사용하는 마스터 베드 룸은 공간 활용을 높이는 데 주목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배치하거나 벽에 거울과 수납장을 걸어 화장대를 대신하는 방식을 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차분한 파스텔 톤의 핑크 컬러는 정아 씨의 취향을 반영한 부분.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반전 매력의 욕실이 나온다. 대리석과 블랙 컬러로 꾸민 모노크롬 스타일의 욕실은 이 집의 하이라이트 공간. 현관 쪽 욕실도 핑크 타일에 그레이 줄눈을 시공하고 블랙 프레임을 강조해 감각적으로 완성했다.

남매의 교구 방과 놀이 방도 상반된 무드로 완성했다. 교구 방은 원목으로 따뜻하고 정갈하게, 민트 컬러와 체크무늬 커튼으로 발랄하게 연출한 것. 자작나무 합판 가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디자이너가 직접 설계한 것으로, 손잡이나 바퀴가 달려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장난감을 정돈하기에 좋다. 동화 속 나라를 떠올리게 하는 앙증맞은 소품과 카펫은 정아 씨가 아이들을 위해 발품을 팔아 찾은 제품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공간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이 집 안 구석구석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아이들에게 완성된 인테리어를 처음 보여준 날 하울이가 ‘정말 아름답다’고 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어린아이가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요. 집에 머무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가족들을 볼 때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집’을 갖게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1 블루 그레이 컬러와 클래식한 장식, 손잡이로 포인트를 준 마스터 베드 룸의 문. 문을 열면 거실과 침실이 하나로 연결되며 개방감이 더해진다.
2 네 식구가 함께 잠을 자는 침실.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배치하고, 암막 커튼을 헤드보드처럼 연출했다.


1 벽에 거울과 서랍장을 설치해 화장대를 대신했다.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아서 더욱 편리하다.
2 핑크색 타일과 회색 줄눈, 블랙 프레임으로 꾸민 욕실. 욕실에 머무는 시간은 짧지만 확실히 기분 전환 효과가 있다.
3 침실에 딸린 욕실은 대리석과 블랙 컬러를 활용해 모노크롬 스타일로 꾸몄다.


1 자작나무 합판 가구로 수납장을 짜 넣은 놀이 방. 민트색 컬러와 체크 패턴의 커튼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2 수납 칸에는 손잡이와 바퀴를 달아 남매가 장난감을 정리 정돈하기 편리하다.
3 원목으로 꾸민 교구 방. 천체를 보여주는 모빌과 러그는 온라인으로 직구한 제품이다.




Renovation Note
영국풍 클래식을 한국의 주거 환경에 맞춰 모던하게 풀어낸 아홉 가지 스타일링 팁을 정리해본다.

1 집주인의 위시 리스트 중 하나였던 베르판의 VP 글로브 펜던트. 디스크를 브라스 버전으로 선택해 수전과 통일감을 이루었다.
2 델타의 황동 수전과 타일 장식이 어우러져 클래식한 분위기를 더한다. 수납용 행어와 고리는 수전의 색감에 맞춰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했다.
3 거실은 실링 팬과 제작 가구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영국의 가정집 분위기를 내는 일등공신인 장식용 벽난로는 함께 제작한 제품으로, 평상시에는 수납공간으로 활용한다.
4 집주인이 좋아하는 소프트 핑크 컬러를 포인트 컬러로 활용해 공간에 생기를 더했다.
5 온돌마루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셰브런 패턴의 바닥재는 구정마루에서 구입했다.
6 소파와 조화를 이루고 공간의 포인트 역할을 하는 민트 컬러의 볼리아 푸가 암체어는 에이치픽스 제품이다.
7 베이지 컬러로 공간에 차분하게 스며드는 동시에 곡선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모던한 멋을 뽐낸 매스프로덕션의 댄디 소파는 이노메싸에서 구입했다.
8 현관에 설치한 구비의 코트 랙도 브라스 버전으로 선택했다. 다양한 공간에서 브라스 소재를 반복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인 균형감을 이룬 점이 특징이다.
9 공간에 내추럴한 아름다움과 온기를 더하는 것은 물론 조형적 디자인으로 오브제 역할을 겸비한 헴의 올 우드 로켓 스툴은 이노메싸 제품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 토브디자인스튜디오(010-8861-8430, www.tovdesignstudio.co.kr)

Editor이새미(프리랜서)

Photographer오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