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을 엮은 아파트 옆 출판사 전체공간 July, 2020 집이자 사무실인 동시에 일과 삶이 사이좋게 ‘반려’하는 안식처. 음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는 한집에 주거와 사무 공간을 함께 꾸렸다. 집으로 출근하고 집에서 퇴근하는 ‘아파트 옆 출판사’ 풍경.

과감한 레이아웃, 명민한 공간 분리
“일할 맛 나는 집, 영감의 장, 초대하고 소통하는 공간, 아늑한 주거 환경이 되길 바랐어요.”
악보집부터 인문학 서적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책을 출판하는 프란츠 김동연 대표 그리고 그와 함께 사는 작가가 꿈꾸던 공간이 235m²(71평) 아파트에 고스란히 펼쳐졌다. 이곳에 산 지 10년이 훌쩍 넘어가자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충분히 집이 큰데도 일부 공간만 사용한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필름이 벗겨진 문과 낡은 마룻바닥, 올드한 체리 컬러 몰딩에도 변화를 주고 싶었죠. 집과 프란츠의 사무실을 함께 만들면 좋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프란츠의 분위기나 취향을 그 어느 장소보다도 잘 녹여내는 동시에 프라이빗한 소규모 모임을 진행하기에도 좋을 것 같았죠.”
삶과 일, 생활과 사무 기능을 실리적으로 엮은 홈 오피스. 완벽한 공간 구현을 위해 817디자인스페이스 임규범 대표가 파트너로 함께했다. 그는 가장 먼저 ‘ㄹ’자처럼 복잡하고 구획이 많은 기존 동선을 정리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레이아웃을 완성했다.
“집과 사무실, 공간을 명확히 분리하기 위해 동선을 짜면서 슬라이딩 도어와 히든 도어를 활용했습니다. 화이트를 베이스로 하되 차가운 느낌을 덜고자 밝은색 우드를 사용했어요. 또 화이트와 어두운 색 우드를 함께 사용해 극대비를 주기도 했고요. 대리석 물성이 돋보이는 가구를 배치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화이트를 기본으로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공간마다 역할이 다르지만 하나의 흐름을 이어가는 동시에 강약을 부여한 홈 오피스. 덕분에 따뜻하면서도 강렬하고, 아늑한 동시에 세련된 ‘아파트 옆 출판사’가 탄생했다.


음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는 주거와 사무 공간이 공존하는 홈 오피스를 완성했다.


1 우드 진열장에는 영감을 주는 인물과 관련 있는 물건을 감각적으로 배치했다.
2 오피스로 탈바꿈한 안방의 모습. 악기와 오브제, 직접 만든 굿즈, 전시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감성을 자아낸다.


3 화이트와 짙은 우드의 극대비가 색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4 오피스 한쪽에는 우드 소재의 카운터를 마련했다. 손님 응대 공간, 굿즈 포장 작업대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입체적이고 유연한 멀티 스폿
프란츠는 출판 이외에도 ‘아파트먼트 프란츠’라는 쇼룸이자 문화 공간을 운영한다. 이곳에 독자나 손님을 초대해 강연이나 음악 모임 등을 진행하는 만큼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유연하고 열린 공간이 필요했다. 가장 큰 안방을 사무실 겸 모임 장소로 개조한 이유다. 이곳은 때로는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공연장이 되기도, 때로는 아늑한 강연장으로 그리고 취향 가득한 갤러리로. 다재다능 멀티 공간으로 거듭났다. 한쪽 벽면에 우드 진열장을 달아 프란츠에서 만든 굿즈나 두 사람의 취향을 담은 물건, 영감을 주는 인물과 관련한 오브제 등을 함께 두었다. 또한 별도로 카운터를 만들어 손님을 응대하기도 하고, 상품을 포장하는 작업대로 활용하고 있다.
거실 겸 주방은 기능과 역할을 자유자재로 달리한다. 주거 공간으로 사용할 때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지만, 손님이 방문할 때는 라운지나 강연장 등으로 사용하는 것. 아일랜드 테이블은 짙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작가 사인회나 설명회 진행 시 케이터링 테이블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스타일도 놓치지 않았다. 화강석 느낌의 대리석으로 완성했는데, 진한 우드 벽면과 어우러져 무게감을 드러내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소들이 무척 맘에 들어요. 틀에 박히지 않고 열린 공간과 요소들이 활동 영역을 다채롭게 만들어주죠. 우리 두 사람뿐만 아니라 손님들 또한 화사하고 쾌적한 이곳에 만족스러워합니다.”


출판 서적을 전시한 디스플레이 공간. 심플한 조명과 은은하고 밝은 대리석이 말끔한 인상을 선사한다. 왼쪽 벽면과 동일한 마감재를 활용해 감쪽같이 연출한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주거 공간이 나온다.


1 주거와 사무, 공용 공간으로 사용하는 거실. 때로는 쉼터로, 때로는 행사 공간으로 유연하게 활용한다.
2 은은한 느낌을 자아내는 대리석으로 마감한 아일랜드와 다크한 우드 벽이 어우러져 중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주방이 완성되었다. 벽면의 히든 도어를 열면 실외기실과 수납공간이 나타난다.



창의적 울림을 선사하는 소우주
임규범 대표는 홈 오피스를 구성할 때 주거와 사무 공간의 동선이 겹치는 구역, 공유의 장소로 활용할 곳 등 ‘범위’를 명확히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프라이빗한 공간과 오픈해도 무방한 곳도 정리할 것. 김동연 대표 역시 손님들 시야에 주거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인테리어를 첫 번째로 요청했다. 임규범 대표는 슬라이딩 도어로 고민을 해결했다. 입구를 따라 이어진 벽면과 동일한 마감재를 활용해 감쪽같이 연출한 이 문을 열면 방과 드레스 룸, 화장실이 나타난다. 작가의 방은 책으로 둘러싸여 있고, 김동연 대표의 방에는 침대와 TV만 두어 심플하게 꾸렸다. 사무실이면, 나를 가장 나일 수 있게끔 하는 아지트이자 창의적 영감을 주는 소우주인 셈이다.
“주거 공간은 이전보다 대폭 축소되었지만, 전에 없던 아늑한 영감의 장으로 거듭났달까요. 방에서 쉴 때면 소박한 호텔이나 에어비앤비 숙소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카페에서 일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부러 나가서 일하지 않아요. 이렇게 가까이 둘러보면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기도 하고, 또 알맞게 비어 있기도 하잖아요. 일하기에도, 쉬기에도 좋은 집이 참 만족스러워요. 결국 좋은 집이란 취향인 것 같아요. 물건뿐만 아니라 삶의 지향점과 일의 방향성도 함께 녹아 있는 공간이요.”
최근 <스타인웨이 만들기>를 펴낸 프란츠는 올 연말에 이브 생로랑에 관한 책을 선보인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것들, 음악들, 사람들에 관한 책을 꾸준히 펴낼 계획이다. 공간도 성장하고 진화한다. 새로운 기능이 더해지면 완전히 달라지고 새롭게 태어나기에. 생활과 창작이 사이좋게 반려하는 프란츠. 이곳에서 두 사람에게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 817디자인스페이스(02-514-1723, www.817designspace.co.kr)


1, 2 프라이빗하게 꾸민 두 사람의 방. 최소한의 가구와 1 소품만 놓아 쉼과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3 이전보다 축소된 방은 되레 아늑한 영감의 장이 되어준다.
4 우드와 대리석이 조화된 욕실. 따뜻함과 차가운 느낌의 물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 깊다.

Editor김주희

Photographer진성기(SOULGR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