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억될 타임리스 하우스 전체공간 June, 2020 삶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난 풍경, 온 가족의 취향이 짙게 묻어난 가구, 일상을 누리는 폭과 깊이를 더하는 공간들.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빛나는 타임리스 하우스를 찾았다. 이곳에서 가족은 날마다 자란다.

맞춤 가구처럼, 유연한 믹스 매치
서울 서초구 우면산 아래, 화려하고 번잡한 도심을 벗어난 정겨운 분위기가 비일상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보금자리를 찾았다. 유럽 가구 브랜드를 전개하며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디사모빌리 최가영 총괄이사 부부의 집이다. 아내 최은지 씨는 온 가족이 일상을 공유하는 다정한 안식처를 꿈꿨다.
“첫 자가인 터라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찾고 싶었어요.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는 점과 동네 특유의 감성이 참 좋았습니다. 언덕과 골목, 전봇대, 작은 떡집과 레스토랑 등 도심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풍경이 반가웠어요. 거실을 중심으로 각 공간이 미로처럼 펼쳐진 집의 구조 또한 맘에 들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누리는 동시에 각자 고유의 방을 완성할 수 있겠다 싶었죠.”
네 식구의 첫 인테리어를 완벽하게 구현해줄 파트너로 너의인테리어 by (주)동림메라민 이은혜 실장이 함께했다. 뉴욕에서 건축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폴리폼의 쇼룸 등 상업 공간과 주거 공간을 넘나들며 특유의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현장에서는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이 하나의 방향으로 유연하게 흐르는 듯한 믹스매치 스타일을 완성했다.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동선과 구조를 짜 맞추듯, 집 자체를 맞춤 가구처럼 완성했어요. 데커레이티브한 동시에 모던한 분위기를 살린 하나의 완성품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했죠. 우드, 베이지, 민트 세 가지 메인 컬러를 적절히 믹스 매치하고, 직선과 곡선, 민무늬 면과 프렌치 몰딩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게하는 데에도 집중했습니다.”


타임리스를 콘셉트로 모던함과 유니크함을 더한 거실. 작품 같은 가구와 함께 거실 한쪽에는 단차를 두고 한국형 평상을 마련했다. 부드러운 아치와 커브 형태의 구조와 자재를 활용해 리듬감을 부여한 것도 특징이다.


1 가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완성한 거실. 블루 컬러 소파는 로낭&에르완 부훌렉 형제가 디자인한 쁠룸으로 유기적 형태와 고탄성 소재의 내장재로 최상의 안락함을 선사한다. 라이트 그레이 컬러의 펌킨 소파는 1971년 프랑스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개인 관저를 위해 제작된 가구로, 리네로제에서 재생산하고 있다.
2 실용성이 낮은 기존 발코니를 확장해 평상을 만들었다. 한쪽 벽면은 책장으로 채우고 바닥에 열선을 깔아 아랫목 같은 정취를 살렸다. 오렌지 컬러의 토고 소파는 처음 선보인 후 46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받는 리네로제 제품. 소파 전체를 고탄성 폴리우레탄 폼으로 제작했으며 주름 하나하나는 수공 바느질로 완성했다.



스토리가 깃든 집
곁에 있는 가구가 곧 ‘나’라고 했던가. 다양한 가구 브랜드와 글로벌 디자이너 작품을 자주 접하는 부부가 생각하는 좋은 가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첫 집을 마련하면서 품은 꿈이 공간과 가구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었다. 타임리스 디자인의 가구를 선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성장하고, 가구는 그 가치를 더하도록 구현했다. 하나하나가 마스터피스처럼 아름답고 유니크한 리네로제 가구를 들여놓았는데 아이들이 직접 선택한 로낭&에르완 부훌렉 형제 디자인의 쁠룸 소파, 네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있는 피터말리2 침대 등을 곳곳에 살아 숨 쉬는 작품처럼 배치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연을 닮은 디자인 가구라는 점. 우드 소재를 비롯해 구름과 호박, 새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 등 아늑하고 내추럴한 가구들이 집에 풍성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곳에서는 소파 하나조차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곤 한다. 동화책을 읽어주듯, 가구 스토리텔링을 통해 아이들의 감성을 일깨워주는 시간 또한 특별한 즐거움이다.
“‘이 소파는 말이야, 이렇게 손바느질로 주름 하나하나를 만든 거야’ 등 가구에 담긴 스토리와 가치, 디자인을 알려주곤 해요. 그 속에서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키우고, 공간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말이죠. 이런 작은 기억들이 모여 아이들이 10년, 20년을 넘어 먼 훗날까지 집을 따뜻하게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1 주방 한쪽의 수납장에는 너의인테리어 by (주)동림메라민에서 붙박이장용으로 개발한 페일 베이지 컬러의 패널을 적용했다.
2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엄마가 함께하는 공간. 아일랜드를 추가한 ㄷ자 형태의 주방은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살린 동시에 상부장을 천장과 맞닿지 않도록 해 개방감을 부여했다.


세계적인 원목 가구 브랜드 아티산의 라투스 식탁. 모서리를 라운드형으로 처리해 원목의 느낌을 극대화했다. 부드러운 곡선의 터치감이 돋보이는 네바 의자도 함께 배치했다. 아치 게이트, 민트 컬러와 어우러져 따뜻하면서도 유니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험하고 공감하고, 집에서 산책하는 방법
모든 걸 허물기보다 집의 기본 골격과 강점은 고수하되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부여한 인테리어 해법은 삶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거실을 중심으로 각 공간이 둘러싼 타워형 구조의 재미를 살린 덕분에 다채롭게 구성할 수 있었는데, ‘집으로 떠나는 피크닉’을 꿈꿔온 가족의 바람이 그대로 실현되었다. 집이 부부에게는 안락한 쉼터, 아이들에게는 영감의 놀이터가 되어주는 것. 집안에서 산책을 하듯 구석구석을 누비며 함께 경험하고 맘껏 노닐 수 있는 곳은 가족 모두에게 더없이 만족스럽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거실 한쪽을 차지한 평상. 기존 정사각형의 발코니를 한국형 평상으로 완성했는데, 바닥에 열선을 깔아 따뜻한 아랫목처럼 느껴지는 ‘낭만적 기능’을 더했다. 가족들은 소파에 한없이 늘어져 책을 보는가 하면 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고, 다 함께 둘러앉아 보드게임을 즐기는 등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침실과 이웃한 취미실도 가족이 오래 머무는 곳이다. 책상과 소파, 레고 테이블, 피아노로 채워 따로 또 같이 활동하며 공유의 시간을 쌓아간다. 또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할 수 있도록 주방을 꾸미는 등 집 어디에서나 온 가족이 한데 어울리는 일상을 만끽하는 중이다.


1 침실에는 피터 말리가 디자인한 피터말리2 침대를 놓았다. 헤드보드는 자유롭게 세팅이 가능하고, 쿠션의 개수 및 위치 또한 취향과 필요에 따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2, 3 서로 이웃한 침실과 가족취미실. 아치 형태의 중문이 공간 분리 기능을 톡톡히 하는 것은 물론 산뜻한 민트 컬러라 인테리어 포인트가 되어준다.


1, 2 중문을 사이에 두고 침실과 마주한 가족취미실. 책상과 소파, 레고 테이블로 구성해 가족이 따로 또 같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여성스럽고 심플한 위르실린느 책상, 간결한 라인과 은은한 컬러가 돋보이는 TV 체어는 피에르 폴랑이 디자인한 제품으로 창밖 풍경과 어우러져 색다른 감성을 선사한다.



작은 공간도 크나큰 위안
“좋은 집은 돈의 값어치를 뛰어넘는 행복을 준다고 생각해요. 내 생각과 취향, 정체성을 반영한 곳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잖아요. ‘집에 가서 그 책상에 앉아 차 한잔 마시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은 공간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거창한 인테리어가 아니더라도 아주 작은 소품, 자투리 공간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이 와닿는다. 이은혜 실장 또한 값비싼 마감재를 쓰거나 구조를 모두 변경하지 않고, 동선과 생활 패턴을 고려해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붙박이장을 설치하는 것으로도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집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집을 채우는 요소요소가 유의미한 메시지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가구 하나에도 추억이 깃들고, 공간에서의 경험이 자산이 되기도 하니까. 머물수록 일상을 누리는 반경이 넓어지는 공간, 자연스레 시간의 흐름이 녹아드는 풍경. 집 안에서 오늘도 가족은 함께 자란다.


1 아이가 자신의 공간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취향과 개성을 살려 꾸몄다. 딸 윤서 방은 뮤럴 벽지와 조형적인 조명으로 감성을 불어넣었으며 옷장에는 도어를 달지 않고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아늑한 다락방처럼 조성했다.
2 아들 준서 방은 블루 컬러의 볼드한 스트라이프 벽지로 경쾌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선사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기능성 책상을 놓았다.


1 수영을 즐기는 아이들을 위해 안방 욕실에 조적 욕조를 구성했다. 기존에 있던 샤워 부스와 욕조를 합쳐 넉넉한 크기로 만들 수 있었다.
2 수납장의 도어는 몰딩 없이 월 패널 형식으로 넓은 벽체처럼 제작했다. 전체 구조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거실 공간을 넓어 보이는 효과를 살렸다.
3 블랙&화이트 스타일의 서브 욕실. 프레임과 수전 등을 블랙으로 통일해 모던하면서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 너의인테리어 by (주)동림메라민(www.yourinterior.work, 인스타그램 @yourinterior_official)

Editor김주희

Photographer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