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기 위하여 전체공간 March, 2020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 덕에 개인의 힘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가장 사적이고 그리하여 힘이 센 어느 누구도 아닌 나만의 공간. 이토록 입체적인 증명의 무대에서.

낯선 그래서 새로운
누군가는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고 말했다지만 공간만큼 확실하게 개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것도 없다. 지난해 11월 보금자리를 옮긴 까사 알렉시스의 전희준 대표, 남희정 부사장 역시 두 사람의 감성과 체취가 곳곳에 스미길 바랐다. 리빙은 물론 패션 브랜드 제시 뉴욕을 아우르며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전방위적으로 넘나드는 그들에게 집은 일종의 시그너처 패션이자 또 하나의 쇼룸이고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인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백스테이지이기도 하다. 공적인 동시에 사적이어야 한다니, 어찌 보면 고약한(?) 과제였던 셈.
“도심 속의 리조트 같길 바랐어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그에 맞춰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해 말 그대로 공간을 커스터마이징했지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스스로 만족스러워야 한다는 거였어요(웃음).”
개성 혹은 취향으로 대변되는 남다른 ‘스타일’을 공간에 완벽히 구현한 건 파트너로 함께한 카민디자인이었다. 상공간에 쓰일 법한 과감한 컬러를 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묵직한 물성의 가구를 자유자재로 섞어 완성한 공간은 덕분에 까사 알렉시스 특유의 러프한 라인이 심플한 바탕과 조화를 이뤄 모던하면서도 자연스럽고, 고전적인 듯 유니크한 믹스 매치를 보여준다. 빈티지한 멋을 품은 동시에 컨템퍼러리한 브랜드 정체성이 그대로 유전된 모양새랄까. 채도가 낮은 그레이시 그린을 메인으로 삼고 블랙을 키 컬러로 통일한 스타일링은 짐짓 낯설지만 그래서 되레 새롭다. 말장난을 하자면 과연 그녀 ‘답고’ 까사 알렉시스 ‘스럽다.’


거실 중앙의 아이스 펜던트는 티모시 울튼, 온몸을 감싸듯 푹신한 착석감이 특징인 네스트 소파는 까사 알렉시스 제품으로 구스나 메모리폼 등 내장재를 선택해 선호하는 착석감을 누릴 수 있다. 아이스버그 테이블에는 까사 알렉시스가 새롭게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러빈플레임의 친환경 연소 제품을 놓아 공간을 한층 고급스럽게 연출했다.


1 현관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긴 복도 라인을 그레이시 그린 톤으로 도장해 통일감을 주었다. 덕분에 반대편 복도 벽의 노블한 대리석과 대비되면서 기존의 공간에 감각적인 녹색 공간이 불시착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같은 컬러로 신발장을 제작했고 마주보는 장은 블랙 금속 프레임과 모루 유리 디테일을 추가해 완성했다.
2 엔트런스를 지나 만나는 시크릿 도어. 붙박이로 제작한 신발장 일부를 보조 주방과 헬퍼 공간으로 통하는 통로로 활용할 수있도록 디자인했다. 남 부사장이 상하이에 머물 당시 화랑에서 구입한 벨기에 작가의 1 ‘EXIT’ 작품을 걸어 위트를 더했다.


1 조리보다 ‘소통’에 집중해 오픈형으로 시크하게 연출한 다이닝 룸. 블랙 철제 프레임의 슬라이딩 도어가 자리해 자연스레 주방과의 분리도 가능하다. 천장에 존재감을 더하는 아이리스 펜던트와 아이스버그 다이닝 테이블은 티모시 울튼. 함께 매치한 스파 체어와 스파 암체어는 까사 알렉시스.
2 원래 장식장이 놓였던 자투리 공간은 과감히 비우고 쉼표 같이 꾸며 유동성을 꾀했다. 기분에 따라 작품을 걸거나 포인트 가구를 들일 수 있도록 가변적으로 연출한 것. 아트 미러 클락과 제인월 테이블은 까사 알렉시스.
3 모임이 잦고 홈 파티를 즐겨하는 까닭에 붙박이장에는 다양한 글라스와 저그는 물론 가벼운 간식거리를 준비해놓았다.


1 전체 공간 중 거실부의 대리석 마감과 주방, 욕실은 보존하되 부분적인 공사를 통해 변신을 꾀했다. 까사 알렉시스의 묵직한 가구 컬렉션과 한몸처럼 맞아떨어지는 주방은 에거스만.
2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풍경. 남희정 부사장의 바람대로 넓게 펼쳐지는 공간의 요소요소가 고급스러운 리조트를 연상케 한다.



공간은 기획이다
“단순히 쉬거나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영감을 주는 데 일조했으면 했어요. 경험이야 말로 안목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공간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구조와 설계 여기에 가구 따로, 나중에서야 더해지는 스타일링은 몰개성할 수밖에. 공간 콘셉트를 확실히 세우고, 거기에 놓을 가구와 스타일링은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남희정 부사장의 생각이다. 시크하면서도 생활과 맞닿은 공간 연출이 핵심이었던 만큼, 올드한 브라운 컬러를 덜어내는 데 집중해 블랙 컬러를 메인으로 삼고 묵직하면서도 노블한 느낌의 포인트 가구로 멋을 더한 배경이다. 반갑게도 계획은 성공했다. 그녀의 공간은 장식적인 조명이며 빈티지한 가구 컬렉션이 어떻게 주거 공간에 멋스럽게 융화되는지를 명민하게 보여주고 있어서다. 스틸과 글라스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도모하고자 젊은 감각의 ‘아이스버그’ 컬렉션을 믹스하는 센스도 더했다. 공간이야말로 콘셉트와 기획의 산물이라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프로젝트 내내 함께 고민한 카민디자인의 솔루션도 여기에 힘을 실었다. 특히 거실 전체와 각 룸에 오동나무 재질의 전동 우드 블라인드를 제작해 달아 이국적인 멋을 더했다. 블라인드는 화이트와 아이보리 톤의 공간에 무게감을 더해 가구와 조명 등의 커다란 스케일을 조용히 뒷받침하면서도 블랙 톤 마감과 어우러진다. 각각의 방은 톤 다운된 민트색 벽지와 애시 톤의 원목마루로 따뜻한 느낌을 조성하되 모든 창틀과 방문 역시 동일한 블랙 무늬목으로 통일했다.

1 나무 질감을 그대로 살린 침대와 고풍스러운 조명만 들여 완성한 침실. 고재로 제작해 멋스러운 프레임을 천연 염색한 징크 베드는 까사 알렉시스. 천장의 조명은 새시 샹들리에.
2 침실 한쪽에 자리 잡은 토우사이드보드는 까사 알렉시스. 안방 내부의 기존 드레스 룸을 철거하고, 가벽을 세워 새로운 드레스룸을 만들었다. 도어는 2개로 부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드나들기 편하게 정리했으며 칸살 도어를 대칭으로 배치해 도어 자체를 디자인 요소로 삼았다.



멋, 일상이 즐거워지는 주문
그런가 하면 거실 복도의 가장 끝부분에 위치한 알파 공간은 서로 다른 느낌을 보여준다. 4연동 칸살 도어를 설치해 서재 공간으로 분리했는데 까사 알렉시스 컬렉션과 조화를 이루도록 도어 프레임에 두께감을 주고 블랙으로 중후한 멋을 더했다. 작은 디테일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 그린 톤 벽체를 고려해 모든 방문은 부러 블랙 무늬목으로 디자인했는데 기존의 붉은 브라운 터치를 덜고 블랙 특수 도장으로 매력을 배가했다.
“까사 알렉시스는 특유의 유러피언 스타일을 품고 있지만 시크한 선의 중첩으로 일견 동양적인 멋이 배어 있어요. 젠(Zen)의 감수성도 엿보이고요. 해서 선이 매력적인 꽃가지와 함께 연출하면 고유한 매력은 해치지 않으면서 한층 풍성한 멋을 누릴 수 있지요. 곧게 뻗은 선과 줄기가 러프한 가구와 그럴싸한 조화를 이룬답니다.”
패션과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필터를 거쳐 만족스러울 때래야 그 자신감이 고스란히 상대에게도 전달된다는 그녀. 하긴 어디에 애정과 호기심을 쏟느냐야말로 타인과 나를 구분 지을 수 있는 대목이고 그것이 곧 경쟁력이기도 할 터다. 대세를 좇기보다 자신의 관심에 더 귀 기울일 것. 바로 그것이 변치 않는 나만의 스타일이자 멋, 나아가 인생을 한 뼘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이리라.
“윌리엄 홀랜드(William Holland)라는 브랜드 아세요? 욕조며 세면볼이며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어요! 제 눈에 멋진 것, 제가 욕심나는 것. 앞으로도 그런 것들을 세상과 나누며 살고 싶어요.”
그래, 마틴 스코세이지가 이야기한 개인의 힘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취향에서 비롯한 관심, 호기심과 집중 그리고 마침내 다다른 지극히 개인적인 발견. 그녀를 꼭 닮은 공간 구석구석을 다시금 바라보며 집은 이내 그 사람이고 한 사람은 곧 하나의 세계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1 창호와 블라인드를 모두 블랙으로 연출해 하나의 분위기로 통일했다. 서재의 메인 가구인 메탈 우든 서랍 선반은 까사 알렉시스.
2 공통 공간인 주방과 거실을 제외하고 나머지 자녀 방은 코지하게 꾸몄다.
3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킴벌리 데스크는 까사 알렉시스.



과감한듯 모던하게, 럭셔리 인더스트리얼 홈 TIP
고정관념을 버리면 더 많은 스타일을 오롯이 누릴 수 있다. 실제로 까사 알렉시스에서는 전문 컨설턴트가 각 공간에 맞는 가구를 시뮬레이션해 제안한다. 평면도에 따라 메인 가구부터 홈 액세서리, 데커레이션까지 전체적인 공간의 톤을 맞춤하게 기획해주는 것. 남 부사장의 집은 묵직한 가구와 소품이 어떻게 주거 공간에서 포인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곳곳에 자리한 작은 아이디어가 큰 차이를 빚어낸다.


1 소품도 전체 콘셉트를 고려해 선택할 것. 남 부사장이 한눈에 반해 어렵사리 구했다는 오드(ODE)의 오디오는 크래프트맨십이 살아 있는 빈티지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배가한다.
2 세면볼 하나도 허투루 들이지 않고 개성 있는 디자인을 택해보자. 부담스러운 전체 욕실 공사 없이도 색다른 연출이 가능하다.
3 조명은 공간의 성패를 결정짓는 화룡점정. 진흙 구슬로 만든 까사 알렉시스의 새시 샹들리에가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압도하며 입체적인 표정을 빚어낸다.
4 침실 한쪽에 라인형 펜던트 조명을 달아 코지한 매력을 더했다. 무조건 과하다는 편견을 버리고 소재와의 믹스 매치를 꾀하면 평범을 탈피한 나만의 분위기를 완성할 수 있다.
5 디테일의 힘이 결국 완성도를 좌우한다. 카민디자인은 붙박이장의 라인조차 돌출형으로 맞춰 깔끔하고 모던한 터치를 더했다.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 카민디자인(02-545-2208, www.carmine-design.com)

Editor홍지은

Photographer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