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펜트하우스 전체공간 November, 2019 새하얀 도화지 군데군데 집주인의 취향과 감각을 녹여낸 집. 복잡한 구조나 억지스레 공간을 채운 가구 없이도 사는 이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는 공간에 다녀왔다.

도심 속의 힐링 하우스
천장이 높고 면적이 넓은 곳일수록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법이다. 온 가족이 어울리는 공용 공간과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을 철저하게 분리한 네 식구의 보금자리는 그 지혜를 톡톡히 발휘한 훌륭한 예. 부부와 두 자녀 그리고 반려견 미키가 함께 일상을 보내는 서울의 한 펜트하우스는 3개월간의 대대적인 공사 끝에 완성되었다.

이들의 집은 일반적인 아파트와는 달라 눈길이 가는 점이 여럿 있었다. 월등히 높은 천장과 중앙에 위치한 나선형 계단, 복층 구조와 넓은 테라스가 바로 그것. 석촌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창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 집의 매력이다. 특히 거실의 두 면이 유리로 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해 햇빛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는 화이트 톤의 마감재로 집에 전체적인 통일감을 부여했다. 여기에 여러 컬러를 활용하거나 자질구레한 소품으로 공간을 채우는 대신 꼭 필요한 가구만 배치하고 화려한 디자인의 펜던트 조명으로 공간에 포인트를 주어 화사하면서도 담백한 무드를 완성했다.


복층 구조와 천장의 경사진 형태가 이색적인 인상을 주는 펜트하우스. 바닥은 화이트 톤의 천연 대리석으로 마감해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밝은 느낌을 살렸으며 공간연구소 봄의 오길주 아트 디렉터가 선별한 가구와 소품을 조화롭게 배치해 감각적인 거실을 완성했다. 소파는 까시나, 암체어는 B&B이탈리아, 소파 옆의 사이드 테이블은 놀, 거실의 펜던트 조명은 무이 제품.


블랙 컬러의 프레임이 세련된 인상을 주는 중문. 현관의 한쪽 벽면에는 큰 거울로 포인트를 주었다.



디테일의 힘
언뜻 보기에는 쉬울 듯하지만 막상 깔끔한 공간을 그려내고자 하면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무조건 가구와 소품의 수를 줄인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납과 같이 생활 속에서 꼭 필요한 실용적인 부분을 충족하면서 시각적인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아야 한다. 소파 옆의 무늬목 마감 기둥은 별도의 가구 없이 구조물을 활용해 수납 고민을 던 좋은 사례다. 일반적으로 공간 절약을 위해 최소화하는 H빔 구조를 확장하고 문을 달아 그 안에 의류 가전을 설치한 것. 손님들이 방문했을 때 겉옷을 두는 용도로 구조물의 위치도 현관과 가까워 사용하기 편리하며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거실 공간의 포인트 월로도 부족함이 없다. 공간의 인테리어와 시공을 담당한 공간연구소 봄의 안성배 소장은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를 구현하고자 집 안 곳곳의 세부적인 부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집 안의 문이 총 17개나 되므로 모든 문에 프레임과 몰딩을 더하면 심플한 인테리어를 연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1층의 문은 포켓 도어로, 그리고 2층의 여닫이문은 프레임이 없는 타입으로 제작했는데 이는 불필요하게 시선이 갈 만한 요소를 배제하고 문을 여닫기 위해 남겨두어야 하는 공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모든 문의 높이를 천장 라인과 맞추어 문을 닫았을 때는 모두 벽처럼 보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집주인을 위해 집 안 곳곳의 아트워크 또한 철저한 계획 아래 배치했다. 작품을 놓을 위치의 조명과 조도를 고려해 전기 작업을 진행한 것은 물론 마감재 또한 아트워크가 돋보일 수 있는 것으로 선택했다.


1 화이트 톤의 가구와 마감재로 통일한 주방은 유니크한 감성을 더한 오브제나 그림을 곳곳에 들여 활력을 불어넣었다. 경쾌한 색감이 돋보이는 그림은 이진영 작가의 작품.
2 천장에 창을 내 햇살이 가득 드리우는 공간에는 가구를 두어 특별한 다이닝 공간을 완성했다.


조형미가 돋보이는 나선형 계단은 천연 무늬목으로 마감했으며 난간 안쪽에는 센서 조명을 더했다. 계단 입구 벽면의 감각적인 자개 아트워크는 정현숙 작가의 작품.

벽면과 바닥을 대리석 패턴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배가한 욕실. 호텔의 욕실처럼 넓은 공간을 확보해 세면대와 욕조, 샤워 부스로 나누어 디자인했다. 특히 스탠딩 욕조 앞에는 편백나무 소재의 벤치를 배치해 옷이나 타월 등을 올려둘 수 있도록 했다.



다시 정의한 공간
안성배 소장은 새로운 공간을 설계하기에 앞서 ‘제로 베이스’를 강조한다. 바로 공간의 용도를 정할 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

“많은 분이 화장실이 있는 방은 당연히 침실로 꾸미고 주방이 있던 자리는 그대로 주방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숨은 공간을 살려낼 수 있죠. 아파트는 특성상 더더욱 그래요.”

그는 집주인의 평소 생활 패턴과 동선을 고려해 집을 재구성했다. 원래 가로로 긴 형태였던 마스터 룸을 두 개로 나눠 서재와 드레스 룸으로 탈바꿈시키고 전망이 가장 좋은 그 옆의 방을 부부의 마스터 룸으로 꾸몄다. 새로운 마스터 룸은 침대만을 배치해 편안한 숙면을 돕는 침실과 가방이나 액세서리를 보관할 수 있는 쇼룸 공간으로 나누어 활용도를 배가했다. 그 옆에는 에디터의 시선을 사로잡은 야외 테라스가 위치하는데 널찍한 공간이라 날씨가 좋을 때 가족과 함께 혹은 손님을 초대해 시간을 보내기 더할 나위 없이 좋으며 루프톱 카페 부럽지 않은 전망을 자랑한다. 마스터 룸과 욕실, 드레스 룸, 서재 등의 공간은 중문을 통해 거실과 분리했다. 문 하나를 열고 들어가면 온전히 프라이빗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 집주인이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선형 계단을 통해 이어지는 2층에는 두 자녀의 방과 화장실이 있다. 시공 과정에서 방 하나를 두 개로 나누어 청소용품 등 계단을 오르내리며 옮기기 힘든 도구를 수납할 수 있는 창고를 만들어 복층 구조의 단점을 극복했다.


1 집주인의 취향에 맞추어 심플하면서도 정갈한 침실을 완성했다. 나란히 배치한 침대는 덕시아나 제품.
2 침실과 이어지는 공간은 가방과 액세서리 등을 수납할 수 있는 별도의 쇼룸으로 꾸몄다.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 공간연구소 봄(070-8235-8069)

Editor오하림

Photographer박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