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다양한 변주 전체공간 March, 2019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뉴트로라고 말한다면 과거를 현재에 맞게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모던 레트로’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비워내면서도 세련된 복고풍을 공간의 포인트로 살리는 방법. 레트로 스타일을 과도한 맥시멀리즘의 산물이라고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정제된 스타일의 아늑함
공간은 어떤 분위기를 입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정돈 된 이미지가 마음을 한결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집. 30년 된 아파트라 낡았을 거라는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시공할 때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군데군데에서 엿보인다. 좁아 보이는 낮은 천고와 답답한 방 구조, 비효율적인 가족의 동선, 노후화된 배선까지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큰 숙제였다. 바오미다의 홍상아 실장은 무의미하게 공간을 나눴던 벽을 허물고 일부 베란다를 확장해 확 트인 시야를 확보했다. 또한 수납장을 활용해 복잡한 요소들을 감추고 무채색 위주로 컬러를 최소화해 깔끔한 무드를 조성했다. “아파트 같지 않은 공간, 아이를 위한 집이 되길 바랐어요.” 주택으로 이사하고 싶었다는 집주인의 의견을 반영해 바오미다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가장 돋보이는 건 거실에 벤치 형식으로 블랙 컬러의 타일을 깐 것. 이는 모던 레트로 스타일링의 첫 단계가 되었다. 한옥에 많이 사용하는 전돌 타일을 과감히 택했는데 자재의 특성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특징. 특히 전돌 타일은 흙을 구워 만든 석자재로 표면의 텍스처가 매력적이며 고급스러운 컬러로 모던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부부 침실로 이어지는 발코니의 바닥까지 타일을 깐 것이다. 식물 재배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식물을 놓는 곳은 손쉬운 배수를 위해 움푹 들어가도록 단 차이를 주어 디자인했고 천장에 파이프 걸이를 설치해 행잉 플랜트를 걸어둘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아내만의 힐링 공간, 작은 정원이 탄생했다.


단조로운 공간에 네이비 컬러의 커튼을 이용해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별다른 장식과 가구 없이도 벤치 역할을 하는 벽면의 검은색 전돌 타일이 공간에 멋을더한다.


거실과 이어지는 발코니 부분. 식물의 관리가 편하도록 바닥의 높낮이를 달리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거실에서도 이곳이 잘 보여 플랜테리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1, 2 식탁 위에는 펜던트 조명 대신 모빌을 달았다. 여기에 역동적인 장식 요소를 더해 활기찬 다이닝 룸을 완성했다. 모빌은 디자인에 따라 쉽게 걸고 떼어내 연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공간
두 번째 포인트는 구조적인 변화다. 사방 모서리에 네 개의 방이 있는 사각형 구조인데 두 개의 방을 지나 거실 안쪽에 투명 문을 설치한 것이 특징. 현관 옆 방의 문은 떼어내 쉽게 거쳐 갈 수 있는 개방형 공간을 만들었고 세면대를 욕실 밖으로 빼내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코너 벽에 설치한 세면대는 집의 전체 컬러 톤과는 달리 대담한 핑크색의 격자 타일을 이용해 공간을 더욱 부각했다.
투명 문을 닫는 순간 온전한 가족만의 공간이 된다. 베란다 확장과 수납장 활용으로 한결 넓어진 LDK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해 움직임이 활발한 아이에게 최고의 놀이터가 된다. 부부가 거실에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많이 들이지 않은 것도 아이가 장애물 없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직은 어린아이에게 눈을 뗄 수 없는 엄마를 위해 홍상아 실장은 주방에 대면형 아일랜드 테이블을 들였다. 요리하면서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구조이기에 리노베이션 후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되었다고. 여기에 공간의 세련미를 더하는 컬러를 집 안 곳곳에 영민하게 사용했다. 부부가 좋아하는 블루를 포인트 컬러로 둔 것인데 명도가 높은 네이비 컬러를 선택함으로써 좀 더 캐주얼한 분위기를 살렸다.


1 발코니가 내다보이는 부부 침실. 투명한 중창 너머로 보이는 홈 가든이 싱그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한쪽에는 부부가 매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작은 테이블을 배치했다.
2 침실 한쪽에 가벽을 세워 드레스 룸을 만들었다. 화장대와 붙박이장, 수납 선반은 모두 바오미다에서 제작한 것.


세면대를 욕실 밖으로 빼낸 구조가 독특하다. 집의 포인트가 되는 스폿으로 다른 공간과 달리 강한 컬러의 자재를 이용했다. 그리고 모던 레트로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테라초 패턴을 활용한 세면대 받침대를 만들었다.




가족 개개인에게 맞춘 프라이빗 룸
부부의 침실과 아이 방은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바오미다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마치 숲속에 들어온 듯 식물과 어우러지는 부부의 침실. 발코니 쪽을 허물고 전면 투명 창을 설치해 침실을 더욱 넓어 보이게 했다. 가지고 있던 가구도 십분 활용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테이블을 베란다에 두어 둘만의 바를 만든 것. 또한 침대 프레임의 컬러에 맞춰 바닥재를 선택해 통일감을 줬다. 중후한 우드 컬러라 다소 어두워 보일 수 있지만 발코니로 들어오는 햇빛이 공간을 밝혀주는 역할을 한다. 방의 3분의 1 정도를 할애해 가벽을 세운 것이 눈여겨볼 만하다. 한 쪽에 화장대와 붙박이장을 짜 넣고 작은 드레스 룸을 만든 것.
반면 부부는 아이의 방이 다양한 놀이와 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활기찬 공간이길 원했다. 바오미다 홍상아 실장은 그 해결책으로 다른 방과 달리 철제 슬라이딩 도어를 택했다. 무엇이든 자석이면 쉽게 붙이고 떼어낼 수 있기에 창작이 가능한 놀이 공간이 된 것. 또한 도어 옆에 오픈장을 짜 넣어 문을 여닫을 때마다 장롱의 기능을 할 수 있게 했다. 아이 방 역시 가구는 최소화하고 수납장을 이용해 컬러감이 돋보이는 장난감과 책들을 정리했다. 각 방의 포인트 컬러는 패브릭을 이용해 꾸몄으며 이는 집 전체의 통일감을 살렸다.


1 아이 방은 모두 원래 있던 원목 가구에 맞춰 바닥재를 골랐다. 창문 아래 수납장 위에는 포인트 컬러의 매트를 깔아 데이베드를 만들었다.
2 타공판을 붙인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자석을 이용해 선반이나 훅을 자유롭게 배치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RENOVATION NOTE
공간의 역할을 분리하고 프라이빗한 방의 특징을 살리고 싶다면 중문이나 가벽을 설치하면 효과적이다. 집 전체의 스타일을 통일하고 싶다면 디테일에 신경 쓸 것.


손쉽게 공간 분할하는 방법
중문이나 가벽을 활용하면 방의 기능을 더욱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특히 입구 가까이에 설치하는 중문의 경우 외부의 소음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미세 먼지나 겨울철 냉기를 막아줘 활용도가 높다.


프라이빗한 가족의 공간을 위해 중문을 설치했다. 현관과 중문 사이의 방은 벽을 허물고 문을 없애 오픈 룸을 만들었다. 게스트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개방형 공간인 셈이다.


컬러로 스타일을 통일하자
스타일링에 효과적인 컬러 팔레트를 구성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 한정된 컬러만 사용한다면 전혀 다른 공간일지라도 동일한 분위기를 손쉽게 연출할 수 있다. 컬러 믹스가 어렵다면 포인트 컬러를 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모던 레트로 스타일을 강조하기 위해 채도가 낮은 보색의 컬러 타일을 활용했다. 불규칙적으로 배열한 벽면에 집 전체의 메인 컬러인 베이지 톤으로 마감 처리했다.




작은 요소도 세심하게 정리하기
스위치, 콘센트 등 벽에 노출되는 요소도 놓치지 말 것. 무심코 넘겼다가 스타일에 방해 되거나 거추장스러운 골칫덩이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 벽이나 레일 조명의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포인트 장식으로 활용하더라도 심플하고 단조로운 아이템이 어떤 공간에도 무난히 잘 어울린다.


1 간결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무광택 실버 스위치와 콘센트가 심플한 멋을 더한다.
2, 3 벽과 포인트 조명은 모두 어떤 공간에도 어울리는 화이트 컬러를 선택했다. 블랙의 라인 장식은 한층 모던한 분위기를 가미한다.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 바오미다(02-511-4702, www.baomida.com)


Editor김소현

Photographer문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