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바꾸 는 건축의 힘 기타 August, 2019 ‘2019 젊은 건축가상’을 받은 세 팀을 만났다. 그들에게는 아름답고 견고한 건축물로 더 나은 삶을 꾸리고, 세월의 흐름을 멋스럽게 담아낼 지속 가능한 건축물을 완성하고자 하는 신선한 결의가 느껴졌다.

예상을 빗나가는 조화로움
푸하하하프렌즈

한 회사의 선후배로 만난 윤한진, 한승재, 한양규 소장은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뭘까에 대한 고민 끝에 다니던 곳을 나와 함께 팀을 꾸렸다. 드디어 의뢰가 들어와 첫 계약서를 작성하던 날, 회사 이름을 적어야 했는데 “얼마나 하겠어”라며 한승재 소장이 즉흥적으로 지은 것이 푸하하하프렌즈의 시작이 되었다. 수주한 프로젝트는 세 명이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한 명이 주도해 팀 작업으로 진행한다. 성수연방 프로젝트는 건물 완공 후 사용자의 상상력이 더해져 채워질 최종 상황을 고민했다. 어떤 모습으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변하지 않는 요소들에 초점을 맞췄다. 발코니를 연장해서 두 건물을 연결한 것은 사람들이 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기를 의도한 것이다. 어라운드 사옥 작업도 흥미롭다. 기존에 사람이 사용해온 도로를 건물로 막지 않으면서 대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해 삼각형 건물을 제안했고 겹겹이 쌓은 도형의 모습으로 적용했다. 도형의 틈새와 건물의 수직 동선을 통해 빛을 끌어들였고 계단식으로 포갠 도형의 하부는 비를 막을 수 있는 커다란 캐노피의 역할도 하게끔 완성했다. 3대가 어울려 사는 제주 삼양동 프로젝트는 제주도 전통 주거의 독특한 평면을 반영해 계획했으며 각 세대가 각각의 공간을 가지면서도 한곳에서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설계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푸하하하프렌즈 작업은 건축물 자체는 독특함을 지녔지만 주위 경관과 잘 어우러지는 점이 인상적이다.


Interview
성수연방 프로젝트에서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고 했는데?
심사평에 무표정한 상업 시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말씀이 있다. 상업 시설은 건물이 상업적인 기능에만 치우친 것이 대부분이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일지라도 도시가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면 건물의 역사 또한 간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수연방은 제조업과 상업 시설이 복합적으로 들어설 예정이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이 들어올지 모르므로 공간을 유연하게 만들 필요성이 있었다. 단절과 확장을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고 공장이 들어설 것을 고려해 물건을 나를 동선도 고려해야 했다. 건폐율을 기준으로 건물이 가득 차는 형태라 건물 뒷면의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대신 앞쪽으로 발코니 공간을 확보하면서 통로를 마련했다.

푸하하하프렌즈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나는 작업을 꼽자면?
결과물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한강여의나루 공모전과 광화문광장 공모전은 전 직원이 의견을 하나로 낸 작업이다. 한강여의나루 공모전에서는 도시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시작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애착이 가는 게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함께 도출했다. 광화문광장 공모전 역시 하나의 커다란 공간을 전체로 뭉뚱그려 광장이라고 하지 말고 우리에게 가까운 이야기를 접목해 스토리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었다.

지속 가능한 건축, 좋은 건축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 번 지으면 오래가는 건물을 만들고 싶은 것은 건축가의 기본적인 목표이자 바람일 것이다. 가성비만 따지거나 비용 문제로 어느 순간에 타협하기보다 처음부터 잘 짓는 게 지속 가능한 건축의 핵심일 것이다. 오랫동안 쾌적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이끈다면 그것이 바로 지속 가능 건축이 아닐까 한다.


1 ‘집을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재미있는 제목을 붙인 제주 삼양동 단독주택의 신축 공사 시 모습. 3대가 어울려 사는 이 집은 제주도 전통 주거의 독특한 평면을 반영해 계획했다.
2 개방과 단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슬라이딩 도어를 단 제주 삼양동 주택의 외부 전경.
3 윤한진 소장은 해외 일정으로 함께 자리하지 못했다. 유쾌한 인터뷰를 선사한 한승재·한양규 소장.
4 어떤 상업 시설이 입주하더라도 건축물 자체가 오래 유지되길 바라며 완성한 성수연방.
5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어라운드 사옥.




공공건축의 단조로움에 변화를 꾀한 그들의 가치관
아이디알

부부 건축가인 이승환·전보림 소장의 첫 작업인 울산 매곡도서관은 여러모로 아이디알에 의미 있는 작업이다. 첫 공모전에서 상을 거머쥔 것은 물론 기존 도서관의 전형적인 형태로부터 탈출을 시도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레벨 위에 펼쳐진 열람실의 서가를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산책하듯 거닐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외부 디자인은 숲의 나무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입면의 수직 루버를 채택했고 소재의 조합을 통해 도서관 건물이 숲과 어우러지는 외부 공간의 일부로 인식될 수 있도록 의도했다. 학교의 다목적강당의 설계에서도 여느 학교의 그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언북중학교 다목적강당은 구조와 형태, 공간과 빛이 하나의 원칙을 통해 부드럽게 자연광을 받아들이는 구조로 빛의 띠를 형상화한 것처럼 완성되었고 압구정초등학교의 외벽은 종이접기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미세하게 다른 각도로 이루어진 면들의 조합이 빛과 반응해 미묘한 질감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내부 또한 제한적인 재료의 목록에서 무채색 계열의 차분한 색상이 가능한 것을 선택해 내부 색채를 최대한 통일하고자 했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위해서라며 알록달록한 원색을 쓰거나 아기자기한 장식을 다는 것이 아니라 두어 개의 단정한 재료로 물성의 섬세함과 단아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단순한 톤의 공간에서 자연스러운 빛, 그 속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건물을 만들고 싶은 그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다.


Interview
공공건축이 첫 프로젝트였다. 이후 많은 공공건축 작업을 했는데 민간 건축과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공공건축은 용도와 예산이 정확하게 짜여 있는 작업이나 민간 건축은 조금 더 유연할 수 있다. 건축주의 성격에 따라 변화 가능성도 다양하고 말이다. 하지만 공공건축이나 민간 건축 모두 우리의 가치관을 담으려 노력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기존의 것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건물에 담고자 하는 가치다. 앞으로 설계될 공공건축이 이럴 수도 있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건축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나 나만의 철학이 있나?
건축가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디테일을 만드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크고 작은 디테일을 만들어가는 작업, 삶의 환경을 아름답고 쾌적하게 조성하는 것이 건축가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이다. 건축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말을 하고 싶다. 작가로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비평가의 시각으로 사용자의 입장이 되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 건축주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건축가의 가치관을 어떻게 잘 담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것. 이렇게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좋은 건축이 아닐까 한다.

지속 가능한 건축, 좋은 건축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마감재의 퀄리티는 내구성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새롭게 건축을 할 때 초기에 드는 비용만을 따지기보다 전체적인 수명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 측면에서 패시브하우스를 설계하는 것에도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초기에 비용이 들더라도 단열재에 신경을 쓰면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공공건축은 한 용도로 영원히 쓰게 되지는 않으므로 건물의 유연성을 고려해 내부 구획이나 변형을 고려해 설계하면 오래도록 사용 가능한 건물이 된다.


1, 4 숲의 나무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입면의 수직 루버는 소재의 조합을 통해 도서관 건물이 숲의 일부로 인식될 수 있도록 의도했다.
2, 3 서로 다른 층에 위치한 열람실의 서가는 완만한 경사로로 연결되어 산책하듯 거닐 수 있도록 계획했다.
5 압구정초등학교 다목적강당의 외벽. 미세하게 다른 각도로 이루어진 면들의 조합은 빛과 반응해 미묘한 질감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6 재료가 지닌 물성의 섬세함과 단아함을 보여주고자 차분하게 가라앉은 단순한 톤의 공간에 자연스러운 빛을 들인 압구정초등학교 다목적강당의 내부.




쾌적한 일상으로의 초대
건축공방

박수정·심희준 소장은 ‘일상의 건축’에 초점을 맞춘다. 그 일상이 평범한 일상이 아닌 좋은 건축을 통해 더욱 향상된 나은 삶을 위한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건축공방이라는 이름은 두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공예가의 작업실로서의 의미, 다른 하나는 서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토론이라는 의미다. 살아가는 사람의 다양한 삶의 질에 건축이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만큼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긍정적인 부분과 동시에 부정적인 요소를 함께 바라보며 그에 대한 솔루션을 고민하면서 작업을 실행한다. 야외도서관 프로젝트(지식허브 프로젝트)는 혁신파크의 이미지가 대지에 시각적으로 형상화되는 최초의 작업으로 혁신파크의 로고인 큐브 이미지가 시작이 되었다. 기본에 충실하되 함께 모이는 곳에서 다양한 변화를 창조해내는 것. 이것이 혁신파크의 주요한 정신이라 해석했고 세 개의 파빌리온은 큐브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색채, 소재, 형체의 다양성을 주어 기본과 창조성을 동시에 실험하였다. 그리고 세 개와는 다른 외형을 지닌 멤브레인 파빌리온은 큐브와 강한 대비를 이루는 곡선을 전면적으로 활용해 혁신파크의 오래된 공원인 숲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연출했다. 이는 건축공방의 글램핑 파빌리온과 비슷한 형태다. 글램핑 파빌리온 작업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조약돌(Pebble) 타입, 바위꽃(Rock Flower) 타입, 심플한 선으로 구성된 다이나믹 삼각(Dynamic Triangle) 타입, 자연의 기운을 듬뿍 담아 싱싱하게 자라난 나뭇잎(Leaf) 타입 등으로완성되어 숲 또는 호수의 방향으로 배치해 자연을 마주하며 그 속에 스며들도록 했다. 건축적인 언어와 대지의 맥락에 맞게 작업을 완성하며 하나씩 배우면서 건축공방의 스타일을 탄탄하게 다지는 중이다.


Interview
유럽에서 실무 경험을 쌓다가 한국에 건축공방을 차렸다.
유럽은 건축가의 입지가 공고히 다져진 편이라 건축물을 설계할 때 건축가의 견해가 중요하고 기꺼이 그들의 의견이 존중받는 곳이다. 아직 한국은 그런 면에서는 진행 중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 부분이 한국에서 시작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난 한국의 특성상 좋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습득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월등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 재미있는 시장이 될지도 모른다. 예측하기 어려워서 흥미로운 시장이랄까. 그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애착이 가는 작업이 있다면?
프로젝트별로 에피소드가 정말 많지만 두 개만 꼽아보려 한다. 먼저 혁신파크 모바일라이브러리는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의도와 아이디어가 담긴 4개의 공간을 설계부터 마감까지 3개월 내에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3개는 큐브 형태로, 하나는 글램필 파빌리온 형태를 띠고 있는데 프라이빗한 객실 역할을 하는 글램핑이지만 공용으로 오픈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었고 각각의 파빌리온은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어 더욱 뜻깊었던 프로젝트다. 레드 스퀘어 하우스의 건축주는 마당과 옥상 테라스를 함께 쓰고 싶어 했기 때문에 층별로 구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세 개의 층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슬라이딩 도어 등의 장치를 활용해 3대를 위한 공간의 단절과 연결을 실현했다. 2층의 임대 세대는 따로 입구를 내 드나들 수 있도록 해 재미있는 구조로 완성되었다.

폭넓은 범위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실천하는 것은?
아이디어는 대지 상황마다 다르게 떠오르는 편이다. 주어진 대지에 건축을 얹는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기본에 충실하는 것도 우리 스타일이다. 기본에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은 언제든 환영이지만 기본이 없이 응용으로만 구성하는 것은 혼란스러운 결과물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 세계적인 건축 시장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있는데 한국 시장에서도 기본을 바탕으로 디테일을 더하면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고민이 담긴 흥미로운 결과물이 많이 나올 것이다.



1 혁신파크 6층 건물에 붙어 있는 형태로 완성된 블록 어태치드 파빌리온(Block Attached Pavilion). 정형적인 큐브가 아닌 기울어진 형체로 붙어서 덩치 큰 건물의 볼륨감에 변화를 주면서 안정감을 회복하는 작업으로 완성되었다.
2 파이프 파빌리온(Pipe Pavilion)은 혁신파크의 나무들이 수직적으로 뻗어 있는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강한 색채를 활용해 인공적으로 만듦으로써 시각적 연속성과 변화를 동시에 주었다.
3, 4 하나의 세대가 세 개 층을 쓰는 것이 가능한 공간을 고민한 끝에 탄생한 레드 스퀘어 하우스.일반적으로 층별로 구획되는 다층 주택의 특성을 넘어서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5 자연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조약돌 모양의 외형으로 완성된 글램핑 파빌리온. 숲과 바위를 바라보며 한 개 층 정도의 높이에서 숲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Editor손민정

Photographer이수연(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