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라이프를 위한 복합주거공간의 자세 기타 June, 2019 날씨와 환경에 극도로 민감해진 현대인을 위해 안식처가 급변하고 있다. 주거 트렌드의 두 번째 이야기는 필환경 시대에 대처하는 복합주거공간의 민첩한 패턴 변화다.

‘날씨가 영업상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조건이 완벽해도 날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 산업 전반에 형성되고 있다. 가장 더디게 바뀌던 건축 시장에서도 날씨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 필자는 한국의 소비 트렌드와 그 시사점을 연구해 매년 출간해온 <트렌드 코리아>의 2019년 판에서 친(親)환경시대의 뒤를 이어 맞게 될 시대를 지칭해 ‘필(必)환경시대’라는 단어를 제안했다. 동참하면 좋은 미덕으로서의 친환경 소비가 아닌 ‘절대적인’ 환경 수칙에 대한 사회 변화를 의미하는 이 말은 삽시간에 강력한 트렌드 용어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많은 이가 공감했다는 방증이다.




청정 구역을 디자인하라
최근 공동주택 트렌드에 주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공기 질이다. 복합주거단지에는 건설사마다 앞다투어 초미세 먼지까지 걸러주는 필터를 적용한 ‘공기청정 환기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미세 먼지 저감 수종 식재, 먼지 저감 분무 시설, 미세 먼지 알림 신호 등을 통해 단지 외부의 공기를 정화함은 물론 그린 카페, 실내 놀이터, 에어커튼 등 단지 내부까지 미세 먼지를 해소하기 위한 혁신적인 시스템을 개발·적용하는 다양한 사례가 늘고 있다. LH는 신규 발주하는 공동주택 승강기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한다고 밝혔으며,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은 아파트의 공동현관에 에어샤워 부스를 설치해 먼지나 오염 물질을 제거하도록 했다. 입주민이 마시는 공기 질이 분양가 견인과 직결되면서 브랜드 아파트는 가능한 한 넓은 청정 구역을 디자인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데 쓰는 돈을 아끼지 않는 이른바 가심비 현상이 공기 관련 가전 품목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헤파필터가 장착된 청소기나 공기청정 기능 혹은 가습기 기능이 추가된 스마트 에어컨을 고르고, 공기청정기는 물론 건조기와 의류관리기까지 다양해진 에어 가전에 대한 수요는 날로 커지고 있다. 앞으로 청정 디자인은 에어케어 시스템을 빌트인하거나 기본 가구화, 모듈화를 함으로써 보다 확장되고 전문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새롭게 발표한 뉴 푸르지오 조감도. 조경 디자인에 특히 신경 쓴 ‘어반 힐링 파크’를 구현함은 물론 아파트 출입구마다 에어샤워 부스를 설치해 한층 강화된 클린 에어 시스템을 제안한다.




숨 쉬는 단지를 위한 생태 조경
공기 질에 대한 관심은 아파트 내부뿐 아니라 외부로까지 확대되었다. 아파트 외부의 조경은 공기 질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는 요소 중 하나다. 단지 내에서 산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편백나무 숲을 조성하기도 하고, 조경 부문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해 그린매니저를 두기도 하는 등 차별화된 조경 시설과 운영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경도 그냥 보기 좋은지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수종을 심었는지, 수변 공간은 함께 마련되어 있는지, 조경과 동선이 어울리는지, 바람길은 확보되었는지 등 보다 세세하고 전문적인 부분까지 고려한다. 실제로 조경은 분양가뿐 아니라 거래가까지 높이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하는 실질적인 콘텐츠이기도 하거니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가장 강력한 니즈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과거 주차장으로 조성해 편의성에 집중했던 아파트 외부 공간을 오늘날은 가능한 한 자연의 모습, 더 나아가 생태 환경까지 복원하고자 한다. 최근 조성되는 아파트 단지 역시 자체적으로 전체 부지에서 조경이 차지하는 면적 비율을 점점 늘리는 추세다. 아파트의 조경 면적 법정 기준치는 15% 이상으로, 통상 20%대 조경률을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제는 30%를 넘어 최대 40% 이상으로 끌어올린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경 특화 설계는 결국 우수한 분양 성적과 입주민의 높은 만족도로 이어져 건폐율이 낮을수록 아파트의 가치가 올라가는 기이한 방정식에 기여했다. 단지 내 조경의 조망권을 갖춘 동이나 층에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것은 현대인에게 녹지가 어떠한 위상인지를 잘 보여준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훌륭한 조경 디자인에는 구체적인 테마가 필요하다는 점. 조경은 살아 있는 식물을 소재로 하는 만큼 시간이 갈수록 진가가 드러나게 마련이므로 무엇보다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고 그들이 공간을 메우고 생활하며 비로소 완성된다는 전제하에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환경의 심각성은 복합주거공간은 물론 우리네 삶까지 모두 변화시키고 있다. 상향 평준화되어가는 복합주거공간의 시설과 콘텐츠, 공기 질을 위한 각종 시스템의 도입과 생태 조경 조성은 앞으로 더욱 진화할 것이다. 바라건대 정원의 어원이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는 울타리 안 공간’인 만큼 이 모든 노력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공간 안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미약하나마 사라져가는 공동체 회복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제트에어’와 ‘제트스팀’ 기능을 갖춤은 물론 미세 먼지 필터가 옷에서 분리된 잔류 먼지까지 집진·제거하고 각종 냄새까지 없애주는 삼성전자의 에어드레서.




안지용 건축가는
매니페스토 디자인랩의 안지용 대표는 명동의 M플라자, 코엑스 메가박스의 공간과 브랜딩 리뉴얼, 삼성+하만(MARMAN) AV 공간 기획, 남산타워 리뉴얼 기획, 복합쇼핑몰 동춘175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리뉴얼한 건물의 가치가 상승하고 새롭게 기획한 공간이 핫 플레이스가 되면서 상공간 전문 아키텍트로 자리매김했다. 뉴욕에서 활동했을 당시 미국건축가협회 디자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실력파로 한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뒤 3년 연속 한국건축가협회 100인의 건축가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Red dot, iF, IDEA의 디자인상을 모두 수상했다.


이향은 교수는
UX 트렌드와 사용자 심리를 연구하는 성신여자대학교 서비스디자인공학과 이향은 교수는 2009년부터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와 함께 트렌드를 연구하며 <트렌드코리아 2011>부터 <트렌드코리아 2019>까지 총 10권을 공동으로 집필했다. 2012년 서울대학교 디자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향은 교수는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 어워드인 독일 iF Design Award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으며, 교육 외에도 디자인과 소비 문화를 아우르는 통찰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로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유 위니아 등 기업들의 디자인경영 컨설팅과 자문, 혁신 제품 콘셉트 개발과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ditor홍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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