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복합주거공간 기타 May, 2019 주거 공간은 개인의 욕망뿐 아니라 사회적 흐름도 투영한다. 최근의 공동주택은 영위하는 방법이 달라지며 공간 이상의 의미도 갖게 되었다. 건축과 설계, 각종 시스템 도입과 프로그램 기획까지 급변하고 있는 공동주택의 주거 트렌드를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성장의 흔적, 아파트
전주만 들어도 흥이 절로 나는 신나는 리듬의 국민가요 ‘아파트’는 1980년대 가수 윤수일 씨를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로 만들어준 곡이다. 잘생긴 혼혈의 외모가 서구식 라이프스타일을 상기시키는 아파트와 맞아떨어진 것은 우연이었을까. 아파트가 부의 상징성을 극대화한 상품이던 시절 초인종 누르는 소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분명 사람들에게 일종의 선망의 마음을 자극했을 것이다. 우리네 삶의 가장 기본 공간인 주택, 특히 도시 인구 밀집화를 해결하고자 등장한 공동주택 아파트는 주거용 고밀도 건축의 발전을 의미한다. 1960년대 한국의 산업화와 함께 시작된 아파트의 역사는 한국의 고도 압축 성장만큼이나 가파른 발전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고 그들의 니즈에 맞는 실생활 중심의 어메니티를 구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추세다. 좁은 건 참아도 진부한 것은 못 참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어쩔 수 없이 균질한 경험 양식을 갖게 되는 공동주택 안에서도 본인의 존재감을 달래줄 명분을 찾는다. 편의 시설과 문화 환경을 원하고 추가 비용을 내고서라도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한다.


1 대우건설의 서초 푸르지오 써밋은 입주민의 커뮤니티 강화를 위해 스카이 브릿지 카페를 마련했다.
2 한강과 서울숲의 조망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트프레임’을 적용한 대림산업의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커뮤니티 전성시대
성장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아파트는 한국이 어떻게 발전했고 생활 양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대변해준다. 이를테면 오늘날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즐비한 도심에서는 전용면적 84㎡에 방을 5개나 뽑아내는 평면의 마술을 부리며 진화하고 있다. 채광과 환풍의 중요성과 함께 뷰에 대한 니즈가 날로 커지며 판상형과 타워형을 합친 복합형 구조에 2베이에서 3베이로, 급기야는 4베이 설계까지 자유자재로 타입을 구사한다. 놀이터와 경로당이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의 전부였던 과거 공동주택과 달리 외관 특화와 함께 커뮤니티 시설의 차별화가 신축 단지들 사이에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을 면밀히 분석해 필요에 따른 공간 구획과 구성을 발빠르게 반영하다 보니 아이들의 통학버스를 배웅하는 부모들을 위해 대기하는 공간을 따로 만들거나 반려동물 전용 샤워 시설 등을 구비하는 일까지 등장한다. 운동 시설 또한 세분화되었다. 시설보다 더 놀라운 건 운영 프로그램이다. 자녀방 특화 설계에 맞추어 교육을 특화 테마로 독서실과 스터디 룸을 만들더니 아예 원어민 영어 강사와 중국어 강사를 상주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소유와 향유의 교집합
이는 대형 아파트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집은 작아도 어메니티와 편의 시설을 포기할 수 없는 1인 가구들을 위해 세탁, 청소 등 집안일을 아웃소싱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 등장했다. 최고 입지에 들어선 한 여성 전용 임대주택은 코리빙(Co-living) 하우스 멤버십을 통한 취향과 문화생활 공유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코리빙 모델의 원조 격인 런던의 셰어하우스 컬렉티브 올드 오크는 가구를 완비한 546개의 유닛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무엇보다 여러 층에 다양하게 자리한 도서관, 극장, 게임방, 식당 등의 어메니티 공간과 그 외에 요가 수업 및 청소 서비스 프로그램이 2015년 오픈 당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사적인 공간은 9m²남 짓한 방뿐이지만, 건물 전체에 포진한 공용 공간을 모두 활용할 수 있어 건물의 총면적 1만5867m²중 71.3%를 개인이 사용하는 셈이다. 세 집 중 한 집이 1인 가구인 오늘날의 추세로는 우리나라 역시 분명 코리빙이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이끌 것이다. 사람들은 점차 교환의 가치로 보던 시선을 벗어나 자아실현의 공간으로서 집을 기대하고, 초연결시대의 아파트는 더욱 ‘소유’가 아닌 ‘공유’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삶의 질을 견인하는 커뮤니티센터의 발전 가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혼자 사는 이유도 연령도 다른 1인 가구들은 독립성을 추구하면서도 공용의 니즈, 즉 ‘따로 또 같이’를 추구하는 획기적인 공간과 서비스를 동시에 원한다. 이들은 공간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점유하는 데 가치를 지불한다. 이제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을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는지, 1인 가구들의 생활 양식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공동주택 디자인의 핵심이 될 것이다.

여럿이 있을수록 확연히 자아를 느낄 수 있어야 하고, 클 필요는 없지만 부족해서는 안 되며, 비싸지 않아도 누릴 것은 다 누려야 하는 현대인의 니즈가 주거 환경과 공간을 바꾸고 있다. “공간의 양상은 인간의 행태를 그대로 규정한다”는 앙리 르페브르의 말이 불멸의 고전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적어도 현대 공동주택의 트렌드를 보면 인간의 욕망이 과연 공간의 양상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3, 4 성공적인 코리빙 모델을 보여주는 런던의 컬렉티브 올드 오크. 키친, 오피스 등 다양한 공용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소통하며 즐길 거리를 향유한다.




안지용 건축가는
매니페스토 디자인랩의 안지용 대표는 명동의 M플라자, 코엑스 메가박스의 공간과 브랜딩 리뉴얼, 삼성+하만(MARMAN) AV 공간 기획, 남산타워 리뉴얼 기획, 복합쇼핑몰 동춘175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리뉴얼한 건물의 가치가 상승하고 새롭게 기획한 공간이 핫 플레이스가 되면서 상공간 전문 아키텍트로 자리매김했다. 뉴욕에서 활동했을 당시 미국건축가협회 디자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실력파로 한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뒤 3년 연속 한국건축가협회 100인의 건축가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Red dot, iF, IDEA의 디자인상을 모두 수상했다.


이향은 교수는
UX 트렌드와 사용자 심리를 연구하는 성신여자대학교 서비스디자인공학과 이향은 교수는 2009년부터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와 함께 트렌드를 연구하며 <트렌드코리아 2011>부터 <트렌드코리아 2019>까지 총 10권을 공동으로 집필했다. 2012년 서울대학교 디자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향은 교수는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 어워드인 독일 iF Design Award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으며, 교육 외에도 디자인과 소비 문화를 아우르는 통찰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로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유 위니아 등 기업들의 디자인경영 컨설팅과 자문, 혁신 제품 콘셉트 개발과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ditor홍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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