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함께 하는 집 하우징 January, 2019 모두가 바라는 ‘행복한 집’은 어떤 집일까? 가족들이 각자 또는 함께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집이라면 응당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여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네 식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배진화 씨의 가족은 최근 일산 덕이동에 보금자리를 꾸렸다. 집은 아파트의 편의성과 단독주택의 장점을 합쳐놓은 테라스하우스로, 주택살이를 꿈꿔온 가족이 자신들의 생활 방식을 고려해 선택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게 해주고 싶어서 정발산 인근의 전원주택을 찾아봤어요. 하지만 노후한 집이 대부분이었고, 사업가인 남편은 늘 바빠서 정원을 관리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때 덕이동이 떠올랐어요. 오래전에 이곳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 아이를 키우기에 적합한 여건을 갖추었지요.”



가족을 모이게 하는 공간은 따로 있다
따뜻하고 안락한 집을 꾸미고 싶었던 진화 씨는 봄디자인의 진용희 대표에게 리노베이션을 의뢰했다. 리노베이션의 핵심은 ‘기본이 되는 집’. 진 대표는 질리기 쉬운 화려한 마감재를 걷어내고 도화지처럼 깨끗한 배경을 만들었다. 흰 벽은 무지 패턴의 실크 벽지를 시공한 것으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페인트칠을 한 듯한 효과가 있다. 조명은 포인트 조명 외에는 가급적 눈에 띄지 않도록 매립했으며, 바닥은 밝은 회색의 포슬린 타일을 깔았다. 그리고 중문과 비내력벽을 철거해 주방과 다이닝 룸, 거실을 하나로 연결한 오픈형 LDK를 완성했다. 공용 공간을 잇는 LDK는 가족을 한데 불러 모으는 매력이 있지만 인테리어를 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벽이나 파티션 없이 가구만으로 공간에 역할을 부여하고 인테리어 효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진화 씨는 다이닝 룸을 집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세련된 블랙 컬러의 8인용 테이블을 고르고 여기에 어울리는 요소를 더해갔다. 바람개비처럼 도는 버티고 펜던트, 테이블과 같은 색감, 장식을 활용한 놀의 플래트너 암체어와 언와인드의 케인 의자를 매치해 감각적인 다이닝 룸을 연출했다. 주방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꾸몄는데, 특히 감추고 드러내는 수납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디자인이 예쁜 것으로 구입해 잘보이게 배치한 반면 자리를 많이 차지하거나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는 모두 수납장 안에 정리한 것. 정성껏 만든 음식과 갓 내린 향긋한 커피, 여기에 흥겨운 음악까지 더해지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정찬이 된다.

거실의 중심인 소파와 벤치는 그레이 컬러로 통일하고, 커피 테이블과 사이드 테이블, 파티션은 프레임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무겁지 않게 매칭했다. 안락의자는 이탈리아 말모 제품으로,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가구다.


1 공간의 톤 앤 매너에 맞춰 가구를 놓으면 집이 깔끔해 보인다. 흰 벽과 매칭해 루이스 폴센의 판테라 조명, USM의 모듈 가구, 플로스의 스누피 조명을 배치했다.
2 집의 포인트 컬러는 블랙. 서로 다른 디자인도 컬러를 통일하면 근사한 조화를 이룬다.


거실과 다이닝 룸, 주방이 연결된 오픈형 LDK 구조로 꾸미되, 집에 손님이 왔을 때 가장 오래 머무는 장소가 식탁인 점을 고려해 다이닝 룸을 집의 중심 공간으로 정했다. 블랙 컬러와 와이어를 공통 사용한 디자인 요소들을 모으자 개성있는 다이닝 룸이 완성되었다.



각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담다
아파트 두 채를 연결한 테라스하우스는 현관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LDK와 부부의 침실, 오른쪽으로는 열한 살 승현이와 아홉 살 연주의 방, 필라테스 룸으로 구성했다. 곳곳에는 크고 작은 테라스가 있는데 지금은 아이들의 방에서 가까운 메인 테라스만 꾸며놓았다. 지난가을에는 아이들이 직접 무를 심었는데 무럭무럭 자라서 수확까지 해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사철나무를 심고, 퍼걸러 아래 이국적인 아웃도어 가구를 설치한 테라스 가든은 이 겨울이 지나면 가족들이 즐겨 찾는 아지트가 될 것이다.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남매의 거실 겸 놀이 공간이 나온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또래의 아이들처럼 게임이나 블록 조립, 클레이 아트에 빠져 있는 남매는 이곳에서 날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호기심을 키워간다. 한쪽 벽에는 화이트 컬러의 스트링 시스템을 설치했다. 원하는 대로 조합하는 모듈식 가구인 스트링 시스템은 성인이 되어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사로잡는 가구. 반대쪽 벽에는 무채색의 심플한 선반장을 배치했는데, 형형색색의 장난감을 쌓아두어도 공간이 깔끔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레드 컬러의 좌탁, 레드 쿠션의 튤립 체어, 엘즈워스 켈리(Ellsworth Kelly)의 ‘레드 화이트(Red White)’ 작품을 더하자 생동감이 배가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악기 연주를 좋아하는 꼬마 숙녀의 방, 요즘 한창 물고기에 심취해 있고 책을 즐겨 읽는 순수 소년의 방이 나온다. 좋아하는 컬러부터 취향,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두 아이의 공간이다.
“보통 첫째가 욕실이 딸린 커다란 방을 사용하는데, 저희 집에서는 둘째 연주가 그 방을 쓰고 있어요. 아무래도 여자아이니까 더 욕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상대적으로 승현이의 방이 좁아서 옆방과 합쳐서 침실 겸 공부방을 만들어주었어요. 중앙에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서 자유롭게 여닫으며 생활할 수 있지요.”

1 진화 씨는 다양한 커피&차 추출 도구를 갖추고 주방 한쪽에 홈 카페를 꾸몄는데, 그 이후 카페에 가는 날보다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날이 잦아졌다.
2 다이닝 룸의 벽에 배치한 라 샹스의 클라임 선반은 진화 씨가 평소 즐겨 찾는 리빙 편집숍 루밍에서 구입했다.


1 현관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향하면 아담한 필라테스 룸과 남매의 방이 나온다. 테라스와 마주 보고 있는 필라테스 룸은 집에서 가장 작은 방으로, 방문과 벽을 없애고 폴딩 도어를 설치해 개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2 아일랜드 키친과 메인 수납장을 11자형으로 배치해 가사의 효율성을 높였다.
3 남편의 취향을 살린 마스터 베드 룸. 침대 뒤에는 간이 서재를 마련하고 안마의자를 놓아 퇴근 후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4 욕실은 폭이 좁은 하얀 타일로 심플하게 마감하고 금속 소재의 수전, 거울로 포인트를 주었다.



인테리어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겼던 남편도 이번에는 적극 참여했다. 다이닝 룸에 왜건을 들이고 하나둘 모아온 양주와 액세서리를 자랑스럽게 올려놓는가 하면, 직접 고른 안락의자와 오토만을 이리저리 옮기며 최상의 휴식처를 만든다. 침실도 오롯이 남편의 취향으로 꾸몄다. 다크 그레이 컬러를 주조색으로 삼고 금속 소재를 포인트로 활용해 남성적이고 세련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사람은 집을 변화시키지만, 집도 사람을 변하게 한다. 온 가족이 애정을 듬뿍 담아서 집을 꾸미면 집은 그 이상으로 위력을 발휘해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선사한다.
“주말이 되면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하고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영화를 보곤 해요. 예전에는 곧장 외출 준비를 해서 쇼핑을 가거나 영화관을 찾았는데 이제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지요. 요즘은 남은 테라스를 어떻게 꾸밀지 고민 중이에요. 거실 옆 테라스는 야외 카페처럼 꾸며볼까 하는데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클래식한 장식의 중문을 열면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베어 브릭이 환영해주고, VP 글로브 조명이 은은한 불빛으로 따스하게 맞아준다.


1 승현이의 방은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공부방과 이어진다. 슬라이딩 도어는 책꽂이로도 활용 가능한데, 이처럼 책의 표지가 보이게 배치하면 아이들이 더욱 흥미를 느끼고 독서에 관심을 갖게 된다.
2, 3 거실 겸 놀이방에서 한창 클레이 놀이에 빠진 연주. 자유롭게 형태를 바꿀 수 있는 B라인의 4/4 테이블을 비롯해 모듈식 가구인 스트링 시스템, 헤이의 우디 선반장 등 포인트가 되는 가구는 모두 루밍에서 구입했다.
4 핑크 컬러로 사랑스럽게 꾸민 연주의 방. 가벽을 활용해 아담한 공간을 만들고 피아노를 들여놓았다.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 봄디자인(02-3144-3882, www.bom-d.com)

Editor홍지은

Photographer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