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 포르나세티 하우징 December, 2018 상상하기만 했던 공간을 그대로 실현한다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바르나바 포르나세티(Barnaba Fornasetti)의 집은 마치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다. 포르나세티의 컬렉션으로 가득한 카사 포르나세티는 아버지의 초현실적인 상상력과 그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것이다.

살아 있는 집, 카사 포르나세티
여인의 얼굴 오브제로 유명한 브랜드 포르나세티.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에로 포르나세티는 일상적인 소재의 곤충, 물고기, 건물, 구름, 태양, 그리고 사람의 얼굴과 손을 하나의 예술적 모티프로 삼아 초현실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런 그의 오브제가 가득한 이 집은 지금은 그의 아들 바르나바 포르나세티가 사는데 위트 넘치는 공간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밀라노 중심가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치타 스투디(Citt? Studi) 지역의 한적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바르나바의 집, 카사 포르나세티를 마주한다. 할아버지인 피에트로 포르나세티가 이 집을 짓고, 아버지가 작품으로 공간을 가득 메우고, 지금의 바르나바에 이르기까지 3대의 스토리가 공존하는 카사 포르나세티는 마치 역사를 품은 뮤지엄과 같다. “아버지의 자유로운 창조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이 공간은 신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하며 어떤 일이든 새로움에 도전할 수 있는 큰 힘이 됩니다.” 디자인은 물론 오페라, 발레 등의 공연 기획과 전시 기획까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바르나바는 집을 통해 영감을 얻고 이를 창조물로 표출한다고 한다. 이는 공간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마치 아버지의 공간을 덧칠하듯 그만의 관심사를 곳곳에 녹여 담아 더욱 유니크한 분위기가 난다.


2층의 뮤직 룸이 가장 그러하다. 그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바르나바는 자신이 수집한 수천 장의 레코드판과 DJ 부스로 뮤직 룸을 꾸몄다. “만약 집에서 가장 의미 있는 디자인 오브제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스테레오 시스템이라고 답할 거예요.”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의외의 대답이지만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그가 아끼는 스테레오 시스템은 뮤직 룸 전체를 가득 메운 빈티지 포르나세티 컬렉션과 어우러져 이색적인 장면을 그려냈다. 카사 포르나세티는 매일의 역사를 오브제를 통해 공간에 기록하는 현재진행형의 뮤지엄일지도 모르겠다.




포르나세티의 거울 컬렉션과 빈티지 오브제들이 한쪽 벽을 장식한 메인 거실. 야코포 포지니(Jacopo Foggini)가 디자인한 조명을 달아 빛으로 그린 텍스처로 공간에 생동감을 더한다.



카사 포르나세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 16세기 이탈리아의 고전 페인팅과 함께 디자이너 바르나바의 캘린더 접시 컬렉션을 벽에 줄지어 장식해놓았다. 페인팅 아래 우산꽂이 솔리(Soli)와 장식 오브제 트롱프뢰유 카펠리(Trompe-l’oeil cappelli), 캐비닛 리브리(Libri)는 모두 빈티지 컬렉션 제품.



음악에 대한 바르나바의 열정으로 가득 찬 뮤직 룸. 강렬한 레드 컬러의 피아노가 앤티크한 오브제들과 어우러져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커튼과 볼록거울, 1950년대에 제작된 대나무 소파와 의자는 모두 아틀리에 컬렉션 제품이다.




예술적 영감을 얻는 아카이브
2층의 중심이 되는 공간 라이브러리. 뮤직 룸 맞은편에 있는 이 방은 포르나세티의 아카이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에로 포르나세티의 아이디어가 피어나 초현실적인 작품들이 탄생한 곳. 빼곡히 벽면을 채운 두툼한 스크랩북은 세계적인 디자인이 그저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여실히 깨닫게 해준다. 각양각색 주제별로 나눈 스크랩북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종이 자료와 그의 생전 스케치 작업들이 묶여 있다. 발상의 원천부터 실현한 결과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셈.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피에로 포르나세티를 “섬세한 마력을 지닌 존귀한 마법사(The magician of precious and precise magic)”이라 표현한 적이 있다. 이에 바르나바는 “나만의 열정과 감성으로 아버지의 마법을 끊임없이 진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예술적 정신과 영감은 이어나가되 바르나바는 이를 자유롭게 다양한 예술 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것. 그의 창조는 모두 ‘디자인’에 기반을 두고 시각적인 예술로 승화시키는 데 집중한다. 그는 다양한 예술가와 사상을 공유하며 토론하는 것을 좋아해 매년 4월 밀라노 디자인 페스티벌 마지막 날이면 이곳 카사 포르나세티에서 파티를 연다고. 덕분에 이곳은 다른 예술가에게도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는 매력적인 공간이 되기도 한다.



피에로 포르나세티의 1938년 작품인 ‘나비 상점’ 페인팅 앞에서 티타임을 갖고 있는 바르나바 포르나세티. 나비 표본 상점이었던 공간을 페인팅으로 묘사한 것인데 바르나바가 이를 하나의 패턴으로 재해석해 타일과 가구 등에 활용했다.



테이블 위 그릇은 ‘아르키테투라(Architettura)’ 티 컬렉션. 벽면을 장식한 스크린은 1950년대에 제작된 양면 폴딩 스크린으로 ‘바탈리아 나발레/리브리(Battaglia navale/Libri)’.


포르나세티의 아카이브인 라이브러리 룸에는 피에로 포르나세티가 생전에 수집하고 작업한 것을 모은 스크랩북을 테마별로 구분해 보존하고 있다.




포르나세티의 아이코닉한 나비 패턴을 입힌 ‘울티메 노티치에(Ultime Notizie)’ 컬렉션. 타일부터 테이블, 의자, 수납장, 스탠드 조명까지 생동감 있는 패턴이 마치 온 공간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환상적인 느낌을 더하는 샹들리에는 베니스 무라노 글라스 제품.



피에로가 그랬듯이 바르나바 역시 고서를 수집한다. 그중 그의 영감이 되었던 <르 몽드 데 파피용; 나비 세계(Le monde des papillons)>가 펼쳐져 있다.


바르나바가 어린 시절 사용하던 침실에 바다를 테마로 꾸몄다. 물고기를 비롯해 다양한 해양 생물이 모티프가 된 오브제로 가득한 이곳은 1950~1960년대 포르나세티의 빈티지 컬렉션으로 공간을 꾸몄다. 사실적인 그림체와 몽환적인 색감이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아름답게 잘 꾸민 공간은 좋은 디자인과 공존하는 것이지만 이는 단지 현실에 그친다.
하지만 여기에 포르나세티의 오브제를 놓는 순간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것은 바로 꿈이다.

필립 스탁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포르나세티의 공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16세기 고전 페인팅이, 붉은 벨벳으로 덮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벽면에 피에로 포르나세티의 드로잉 작품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 집 곳곳에는 디자인 접시와 오브제들이 한가득 진열되어 있다. 라이브러리에는 앤티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옛 고서들, 뮤직 룸에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레코드판이 빽빽이 꽂혀 있다. “빈 구석이 없는 것. 이것이 저의 데커레이션 규칙입니다.” 광적일 정도로 수집을 좋아하는 바르나바는 제한된 공간에서 영감을 선물하는 오브제 모으는 일을 절대 멈출 수가 없단다. 이조차 아버지와 닮았다. 그러다 보니 집은 어느덧 아이디어 스케치가 되어준 오브제로 가득한 공간이 된 것. 카사 포르나세티를 쭉 둘러보면 거실, 주방, 복도, 침실, 취미 공간까지 모두 다른 콘셉트로 각기 다른 분위기를 뿜어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욕실이 아닐까 싶다. 포르나세티의 가장 아이코닉한 컬렉션인 ‘테마 에 바리아치오네(Tema E Variazione)’를 바르나바가 타일로 재탄생시켜 더욱 현대적이고 세련된 공간을 완성한 것. 19세기 소프라노 리나 카발리에리의 다양한 표정을 오브제에 담은 대표 컬렉션이라 더욱 중심이 되는 공간 중 하나. 어디서 이처럼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포르나세티의 컬렉션을 만날 수 있을까? 여기에 바르나바의 감각적인 터치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오직 이곳, 카사 포르나세티 뿐일 것이다.



공간을 강렬한 레드로 가득 물들인 게스트 룸으로 이탈리아 북부의 코모 지방에 있는 포르나세티의 가족 별장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바르나바가 디자인한 ‘폴리오프(Poliop)’ 램프와 함께 빈티지 포르나세티의 제품으로 공간을 꾸몄다.



1950년대 오리지널 ‘누보레(Nuvole)’ 월페이퍼에 골드 컬러로 화려함을 더한 침실. 18세기 이탈리아 제품인 벽 거울은 앤티크한 분위기를 살리며 그 아래 빈티지 포르나세티 아르키테투라 서랍장이 공간의 무게를 더한다.



포르나세티의 대표 컬렉션 ‘테마에 바리아치오네’의 타일과 함께 손이 그려진 큰 러그를 매치해 유니크한 욕실을 완성했다. 특히 미니멀한 블랙과 화이트 컬러만 사용한 공간은 세련된 감각을 돋보이게 한다.

Editor김소현

Photographer레이문(Moon Ray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