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안식처 하우징 July, 2020 초록 식물이 주인인 숲 한가운데 나무를 벗 삼아 지은 검은 집 한 채가 보인다. 신기하다. 그저 한자리에서 새순이 돋고 잎이 지는 것뿐인데 위로가 된다니.

나무를 지붕 삼아 땅을 집 삼아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갤러리 같은 집, 넓은 백사장이 마당이 되는 집. 작은 방 하나에도 취향과 로망이 담기듯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각자의 드림 하우스 하나쯤 품고 살지 않을까. 사실 드림 하우스에도 유행이 있다. 라이프스타일과 리빙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드림 하우스로 불리는 집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오프그리드, 제로 웨이스트와 같은 단어와 함께 떠오른 포레스트 하우스다. 요즘의 포레스트 하우스는 숲속의 집을 상상하면 흔히 떠올리는 작은 오두막과 달리 거주보다는 자연 감상을 우선으로 숲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설계한 집이 대부분이다. 도심이나 휴양지에 있을 법한 이 검은 ‘로열 하우스’가 바로 그런 집이다.


실내 측면에서 바라본 ‘로열 하우스’. 리빙 룸 너머로 우거진 나무숲이 보인다.


마치 나무가 호위하는 듯 비밀 아지트 같은 느낌이 드는 건물 외관. 숲과 대조되는 검은색이 두드러진다.



오늘의 드림 하우스
미국의 건축가 윌리엄 카벤은 나무가 우거진 땅 위에 발코니가 있는 검은 집을 세웠다. 포틀랜드 시내 중심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있는 삼림 공원에 자리한 이 집은 직사각형 프레임이 서로 겹친 듯한 외관이다. 어찌 보면 세련된,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식 건물이지만 넓은 발코니와 안이 훤이 들여다보이는 통창에서 일반 집과는 다른 독특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윌리엄은 나무 사이에서 일상을 사는 방법을 주제로 이곳을 디자인했다. “넓은 유리창과 외부 덱(발코니)이 집을 감싸는 형태를 띠고 있어요. 덕분에 어느 방향에서든 전나무, 포도나무, 단풍나무를 마음껏 내려다볼 수 있죠. 여름에는 나무가 해를 가려주는 캐노피 역할을 하기도 해요.” 팬시한 건축적인 장치 없이 그저 나무에 집중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 로열 하우스는 드림 하우스를 만들기 위한 작은 생각에서 출발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거실. 바닥에 드리운 빛의 무늬와 무심히 놓인 의자, 그 옆의 화분이 마치 그림 같다.


1 주방 너머로 보이는 서재.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꾸민 공간에 그림 한 점을 걸어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2 다이닝 룸에서 바라본 거실. 집주인은 메인 공간인 이곳에서 책을 읽거나 간단한 업무를 보는 등 많은 시간을 보낸다.



빛과 그림자가 하나 되는 곳
집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흰색 참나무 바닥이 깔린 거실이 나타난다. 집의 구조는 입구와 바로 연결되고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대형 창문이 있는 거실부터 시작된다. 회색 벽난로와 내추럴한 느낌의 목재 가구가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바로 옆 넓은 다이닝 플레이스와 함께 집의 중심 역할을 한다. 해가 비스듬히 들어와 집에서 저녁 노을이 가장 멋지게 드리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주방을 지나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침실과 욕실이 나온다.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비추는 동쪽에는 침실을 배치하고 상대적으로 그늘진 바로 옆 공간에는 모던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욕실이 자리하고 있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화려한 데커레이션 대신 나무와 이어지는 내추럴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1 통유리와 나무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나뭇잎의 질감은 물론 가지 위에 내려앉은 새나 다람쥐 등 작은 동물도 관찰할 수 있다.
2 넓은 덱과 미닫이문 덕분에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지는 침실. 바람과 해를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3 욕실이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세련된 골드 펜던트 조명과 검정 손잡이, 색감이 도드라지는 그림의 조합이 멋스럽다.
4 고급 호텔 같은 욕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꾸민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5 샤워 시설을 갖춘 또 하나의 욕실. 주로 집을 방문한 게스트가 사용하는 곳으로 식물을 배치해 싱그러운 느낌을 살렸다.

Editor문소희

Photographer제레미 비터만(Jeremy Bitterm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