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잇는 꿈의 집 하우징 June, 2020 맑고 밝고 순하다. 담백하지만 깊고 소란스럽지 않게 명민하다. 이휘재·문정원 가족의 새로운 터전은 머무는 이를 섬세하게 존중하면서도 일상을 사유할 수 있는 충분한 여백을 간직했다.

고요하게 스미는 백색 미감
“백색의 공간은 가능성으로 충만한, 깊고 완벽한 적막이다.” 굳이 칸딘스키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좋다. 여백이야말로 그 자체로 완벽한 무늬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니까. 공간에서는 그 매력이 배가하는데 ‘아름다운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섬세함과 모두를 포용하는 배려는 입체적인 곳에서 더욱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드러내지 않으면서 드러나는 조용한 미감이 도리어 모던하고 대담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방송인 이휘재·플로리스트 문정원 부부가 새롭게 손본 보금자리도 다르지 않다. 청담동에 위치한 217m²(66평) 빌라는 마치 물기를 머금은 하얀 조약돌을 세공한 듯 맑은 화이트 컬러를 중심으로 간결한 선의 중첩과 빛의 기울기마저 인테리어의 요소로 끌어들인다. 채우기보다 비우는 데 집중하면서도 가족 구성원의 필요를 자연스레 반영하고, 시간의 켜가 고유한 멋을 자아내는 빈티지 가구와 식물로 그들 가족만의 취향을 담았다. 이 집은 원래 이휘재 씨가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지내던 곳으로 이제 서언, 서준 쌍둥이가 대를 이어 머물며 추억까지 공유하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처음에는 작업실 보수 작업 정도로 생각했는데 현장 컨디션을 꼼꼼히 점검 후 전체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돌렸어요. 아무래도 계단이 많은 3층 구조라 아이들의 안전에 가장 신경썼고요.”
감각과 쓸모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무엇보다 안전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가 쌓이는 집. 부부의 바람에 힘을 실어준 건 플레이스투비 서동민 실장이었다. 덕분에 두 아이가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는 바탕은 기본, 어떤 소품이나 가구를 놓아도 자연스레 녹아드는 지금의 모습이 완성되었다.


안전을 위해 카펫 시공한 계단를 밟고 올라가면 차분한 인상의 우드 컬러 핸드 레일과 중문이 이방인을 반긴다. 풍경이 액자처럼 걸리는 거실의 뷰 포인트가 인상적인데 여러 개로 나뉘어 바깥 풍경을 한눈에 담지 못했던 기존 창호의 아쉬움을 보완해 군더더기 없는 통창으로 교체했다. 덕분에 사계절의 변화를 파노라마처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짙은 그린 컬러의 1인 암체어와 네이비 컬러 데이베드 겸 소파로 아늑하고 따뜻하게 연출한 거실. 바닥은 그레이 타일, 벽은 화이트로 통일해 갤러리 같은 느낌을 담았다. 가구는 모두 빈티지 제품으로 세컨드 핸즈 숍 원오디너리맨션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 구입했다. 조명은 DCW 에디션.



걷는 듯 천천히, 모던 빈티지 하우스
빌라는 총 3개 층으로 좁다란 현관 계단을 오르면 바로 2층부터 시작되는 구조다. 먼저 2층에는 목가적인 거실과 다이닝 룸이 자리하고 3층은 부부의 마스터 룸, 서언과 서준 형제의 방과 서재, 드레스 룸 겸 작업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공지붕 형태의 다락도 갖추었다. 문정원 씨는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동시에 플로리스트와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데, 유튜브 크리에이터-그녀는 ‘문정원의 정원’이라는 채널을 운영한다-로서 영역을 넓힌 지도 벌써 1년여. 소화해야 할 역할이 많은 만큼 공간에 대한 기대도 남달랐다. 각 층은 다양한 활동에 가능하도록 꾸몄는데 어느 하나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게 연출한 다이닝 룸도 마찬가지다.
“벽면에 키큰장과 하부장으로 깔끔한 수납을 계획하고 화이트 테이블과 빈티지 체어, 유리 펜던트만으로 심플하게 연출했습니다. 다이닝 룸 옆 키친에 특히 신경 썼는데 ㄱ자 주방을 배치해 폭넓은 조리 공간을 마련했지요.”
서동민 실장은 문정원 씨의 바람을 십분 녹여내면서 사려 깊은 해법도 살뜰히 챙겼다. 같은 화이트 컬러라도 모자이크 타일로 유니크한 변화를 꾀하고 싱크대 코너에 언제든 소소하게 꽃을 걸어놓을 수 있도록 변주를 주는 식이다. 개수대 맞은편의 키큰장에는 세탁기와 건조기, 전자레인지 등을 보이지 않게 수납해 생활 편의와 함께 디자인적 완성도까지 배가했다. 모두 저마다의 역할에 충실하지만 욕심부리거나 애쓰지 않고 생활의 리듬과 박자에 맞게 조용히 자리한 모습이다.


1 키친은 다이닝 룸에서 바로 이어지는데 빌트인 냉장고와 키큰장 사이로 엿보이는 공간이 마치 비밀스러운 또 하나의 세계를 마주한 듯 기분 좋은 느낌을 준다. 대부분의 살림을 빌트인 수납장에 넣어 깔끔하게 보관했다.
2 깊이감을 더해 넓은 동선과 쾌적한 작업 환경을 도모한 ㄱ자 주방. 주방 가구는 모두 우드홀릭에서 자체 제작했다. 거실과 주방, 복도는 포슬린 타일로 마감하고 그 외의 공간은 강화마루로 정리했다.


무겁지 않은 커튼 속지로 우아하게 꾸민 다이닝 룸. 해 질 녁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다이닝 룸을 더 포근하고 드라마틱하게 연출해준다. 매끈하게 마감한 상판의 마블 테이블은 마블홀릭에서 자체 제작했으며 의자는 빈티지. 우아한 펜던트 조명은 루이스 폴센의 VL45.



두 아이를 위한 공간의 충분 조건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 숨어 있는 두 아이를 위한 배려다. 3개 층의 계단은 아이들이 오르내릴 때 충격을 흡수하고 다치지 않도록 전부 카펫 소재로 리폼했다. 집 안에는 각진 코너도 없다. 문을 여닫는 선이며 걸레받이 코너, 계단 턱 등 모서리 진 곳을 모두 라운드 처리했다. 기존의 계단 난간도 행여 아이들이 장난칠 경우를 대비해 벽체를 세우고 핸드레일을 더해 이중으로 보완했다. 특히 안방과 아이 방 사이에 자리한 욕실을 축소해 더 넓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복도로 과감히 구조 변경을 꾀했다.
“안방이 서언, 서준이의 방과 자연스레 연결된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워요. 아무래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안방 침대도 저상형으로 제작해 가족이 한데 모여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마련했어요.”
문정원 씨는 메인 침실은 숙면을 도울 수 있는 톤 다운된 그린 컬러로 아늑하게 연출하고 두 아이의 스터디 공간은 옐로와 그린 컬러의 체어와 펜던트, 테라초 상판 테이블로 꾸며 생동감 있게 완성했다. 스터디 룸에 놓은 테이블의 다리도 라운드 처리한 후 가죽으로 커버링해 다치지 않도록 한 세심한 배려가 숨어 있다. 쌍둥이 형제의 방도 원래 있던 벽체를 허물고 하나의 방으로 연출하되 스터디 공간과 침실 사이에 커튼을 내려 때에 따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1, 2 기존의 욕실을 축소하고 안방과 아이 방을 연결하는 복도형으로 재구성해 안전성을 도모했다. 온 가족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제작한 저상형 맞춤 침대는 우드홀릭.



화이트를 바탕으로 한 공간에 유쾌한 컬러 팔레트로 포인트를 준 서언, 서준이의 방. 테라초 소재의 테이블과 체어는 모두 마블홀릭. 펜던트 조명은 무토.



매일이 새로운 홈 아틀리에
부부 침실과 두 아이의 방 맞은편에는 이휘재 씨를 위한 서재 겸 전용 릴렉싱 룸이 있다. 편히 쉴 수 있는 안마의자 하나만 두어 오롯이 휴식에 집중하게 꾸몄으며 기존 집에서는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그의 모자며 용품을 오픈형 선반에 나란히 정렬해 언제든 편히 쓸 수 있도록 했다.
넓게 이어진 3층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드레스 룸 입구를 맞이하게 된다. 심플하게 연출한 드레스 룸은 문정원 씨가 개인 작업실로 쓰는 테라스 공간과 바로 연결된다. 드레스 룸과의 사이에 폴딩 도어를 배치해 분리와 확장이 용이하도록 했으며 계절과 용도에 따라 개방감을 누리면서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했다. 테라스 공간에는 수월한 작업을 위해 전용 작업대를 마련해두고 손때 묻은 각종 기물을 모아놓았다.
“꽃도 다양한 영감을 바탕으로 실험을 이어가야 해요. 수종별 컬러를 믹스해보거나 전혀 다른 묶음 방식이나 형태도 고민해보고요. 볕이 잘 드는 테라스는 더할 나위 없는 연구실이죠(웃음).”


1 갤러리처럼 연출한 3층 복도는 그림과 펜던트 조명만 배치해 심플하면서도 멋스럽다. 사진은 오중석 사진작가 작품.
2 언제든 개인 작업이 가능하도록 마련한 공간. 문정원 씨의 손때가 묻은 소품이 하나의 오브제처럼 다가온다.
3 드레스 룸에서 바라본 테라스 겸 아틀리에. 심플한 디자인과 수납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드레스 룸의 행어는 모두 제작 제품. 폴딩 도어는 삼중 유리와 단열 바로 실용성을 높였다.


자연광을 받아 동화 속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테라스 겸 아틀리에는 도심 속의 온실 같다. 자연스러운 나뭇결이 느껴지는 스툴과 협탁, 다양한 식물을 함께 배치해 유럽풍의 빈티지한 공간을 완성했다.



숨어 있는 다락은 집의 매력을 배가한다. 결혼 전 이휘재 씨가 쓰던 공간을 두 아이의 꿈이 자라는 곳으로 다시금 정비했다. 무엇보다 박공지붕 특유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깔끔하고 안전하게 형태를 재정렬하는 데 힘썼다. 원래의 구조적 특징은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가운데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동화책을 수납한 공간과 블록 놀이 등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나눠 다양한 놀이가 가능하다. 특히 체리목 소재의 난간 봉을 허물고 이를 대신할 벽체를 세워 아이들이 발을 디디고 올라설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했다. 벽체의 3면은 통유리로 개방감을 더했으며 이를 통해 충분한 채광을 획득하는 동시에 시야적 답답함도 말끔히 해소했다. 아이의 생활 패턴을 헤아린 솔루션은 더 있다. 기존에는 슬라이딩 벽체가 계단 바로 앞에 자리한 까닭에 발을 딛는 공간이 좁아 위험 요소가 다분했지만 벽체를 1m 정도 더 뒤로 물려 계단 앞 스텝 공간을 여유롭게 확보했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다시 그의 아들로. 아니 가족에서 가족으로, 세대에서 세대로. 하나의 집은 우리의 사적인 이야기가 담긴 살아 있는 자서전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세모 지붕이 멋스러운 이곳은 대를 이어가는 동시에 확장하는 삶의 새로운 챕터를 이제 막 시작한 건지도 모르겠다.


1 다락은 공간을 두 개로 구획해 서로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쪽에는 작은 사이즈의 벤치를 놓아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공간을 마련했다.
2 지붕의 네모난 창에서 쏟아지는 빛이 벽체의 유리 파티션 사이로 따사롭게 비친다. 그 앞에 아레카야자 화분이 바라보이는 공간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3 서언, 서준이를 위한 시크릿 플레이 룸. 한쪽은 블록 놀이가 가능하게 연출했다.


박공지붕 구조 덕에 입체적인 공간감이 느껴지는 다락. 벽체와 슬라이딩 도어로 안전성을 확보하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가구와 수납 등 요소마다 차별화를 두었다.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 플레이스투비(02-475-5854, www.placetobe.co.kr)

Editor홍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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