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집으로 변신한시크릿 터널 하우징 April, 2020 런던의 한 주택가. 빛바랜 콘크리트 벽에서 세월의흔적이 느껴지는 이 낡은 집에는 작은 비밀이 있다.

어느 허름한 집의 이야기
평범한 직사각형 주택의 전형적인 외관, 낮고 허름한 벽돌담. 겉보기에 특별할 것 없는 이곳에서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진 지하 터널이 발견되었다. 이야기는 이 건물의 소유자였던 해크니 몰 맨(Hackney Mole Man)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40년 동안 터널을 굴착하며 세월을 보냈는데 그 결과 2층으로 보이는 집 아래 일종의 지하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현대 미술가 수 웹스터(Sue Webster)는 그가 떠난 후 한동안 빈 채로 방치된 이곳을 자신의 보금자리로 골랐다. 감춰져 있던 큰 터널을 새집으로 개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33톤가량의 잔해를 제거하는 것. 꽉 막힌 터널을 청소하자 모티머 로드로 이어지는 두 개의 진입로와 다수의 출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진입로는 새롭게 탄생한 ‘몰 하우스’의 지하 스튜디오와 중앙의 생활 공간으로 이어진다. 버려진 벙커 같은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과도하게 훼손된 석조는 벽돌로 대체하고 바탕 칠은 그대로 두는 등 전체적인 모습은 그대로 살리고 안전성을 위한 내부 보수에 집중했다.


1 1층에 자리한 생활 공간. 빛이 사방에서 들어오도록 곳곳에 넓은 유리 창을 배치했다.
2 메인 공간인 지하 스튜디오. 공간을 가로막았던 벽을 허문 개방형 구조로, 탁 트인 천장이 넓은 느낌을 배가한다.


작은 정원이 있는 뒤뜰로 이어지는 지하 출입문.



차가운 콘크리트와 포근한 빛의 조화
총 4층인 건물은 지하 작업실을 비롯해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리빙 룸, 서재, 간단한 업무를 보는 오피스 등이 자리한다. 몰 하우스는 빛을 현명하게 활용한 집이기도 하다. 높은 천장이 특징인 지하 스튜디오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낮은 천장과 콘크리트 벽 때문에 어딘가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빛이 잘 들어오는 통창을 선택했다. 층마다 설치한 커다란 창을 통해 건물 전체에 자연광이 고르게 스며드는 덕분에 본래 크기보다 더 넓어 보이는 효과까지 있다고. 원래의 내벽과 바닥은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부식되어 완전히 제거한 후 현대식으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오래된 터널을 현대식 생활 공간으로 변모시킨 이곳이야말로 올바른 공간 재생이라 할 수 있지 않을 까.


1 거친 콘크리트 벽과 대조되는 원목을 조화롭게 사용해 현대식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2 간단한 미팅을 하거나 책을 읽는 서재. 러스틱한 느낌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3 커다란 채광창을 설치한 꼭대기 층의 오피스로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4 몰 하우스의 뒷모습. 평범한 앞쪽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색이 변한 쇠 파이프와 부식된 콘크리트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Editor문소희

Photographer에드 리브(Ed Ree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