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로 교감하는 시간 하우징 April, 2020 아무리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일지라도, 고가의 오브제일지라도 공간에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하면 무용지물.아이템마다 다채로운 매력을 한곳에서 포용하고 각각의 존재감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게 완벽한 공간 스타일링이 아닐까.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뉴욕의 어느 한 아파트로 초대한다.

변화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공간
“엄마, 집이 또 달라졌네요!” 아이들이 집의 변화를 빠르게 알아챈다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엄마로서 이보다 뿌듯한 순간이 있으랴. 뉴욕 첼시에 거주하는 애니 트젠코바(Ani Tzenkova)와 가족들이 머무는 집은 시시때때로 옷을 갈아입는다. 아무래도 그녀가 하는 일의 영향이 클 터. 디자인, 패션, 아트를 아우르는 인터넷 매거진 <트렌드랜드(Trendland.com)> 회사를 설립해 10년간 편집장으로 활약해온 그녀는 현재 ‘위트니스 아파트먼트(Witness Apartment)’를 운영 중이다. 위트니스 아파트먼트는 매거진을 통해 소개해온 신진 디자이너와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 새로운 콘셉트 브랜드의 제품들을 셀렉트하고 실공간에 스타일링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일을 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셈. “아무리 멋진 오브제라도 실제 공간에 어울리는지 가늠하기 어렵잖아요. 위트니스 아파트먼트는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인큐베이터이자 생존 가능성을 점쳐보는 실험실입니다.” 가족이 거주하는 건물의 다른 층에 쇼룸 겸 오피스를 마련하고 1년에 두세 번씩 콘셉트를 잡아 인테리어를 선보인다. 올해는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힐러리 로버트슨과 호흡을 맞춰 이색적인 공간을 완성했다. 두 사람은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아트 박람회 등 현장을 함께 다니면서 6개월간 긴밀하게 소통하고 지금의 인테리어 스타일을 탄생시킨 것. “뉴욕 로프트에 진정한 유러피언 감성을 녹여내고 싶었어요. 통하는 게 많은 힐러리와의 작업은 매우 만족스러웠죠.”


여러 개의 긴 창이 멋스러운 거실. 창가 아래 붙박이벤치를 마련해 전망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벤치 앞에 놓은원형 스툴과 우드 체스트는 모두 어번 아웃피터스 제품,천장 조명은 브루클린에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트루잉(Trueing), 아치형 등받이 의자는 잭 래빗(JackRabbit)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것.


1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위트니스 아파트먼트 운영 대표자인 애니 트젠코바.
2 커튼을 설치해 두 공간으로 나눈 거실. 사교적인 모임이 이뤄지는 이 공간은 푹신한 소파와 식물을 두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소파와 안락의자, 우드 책장 선반 모두 헴(HEM) 제품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디자인, 사람이 모이는 집
연년생 남매를 키우는 애니는 같은 건물 내 두 집을 오가며 생활한다. 정확히 말하면 한 곳은 그녀의 오피스이자 작업실이지만 위트니스 아파트먼트에 손님 방문이 없을 때면 아이들과 이곳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하교 후 아이들은 애니가 직접 만든 테이블에서 숙제하고 거실과 욕실 곳곳에 놓은 화분에 물을 주곤 한다. 뉴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유러피언 감성을 담아낸 이곳. 그녀가 꿈꾸던 스타일을 실현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일반적으로 뉴욕의 아파트는 매우 좁아요. 그래서 공간의 제약을 해결할 수 있는 조립식 가구나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한 가구를 선별했어요.” 또한 애니는 집을 꾸밀 때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고가와 저가의 아이템을 믹스 매치해 편안하면서 흥미로운 분위기를 만들기 좋아한다. 그렇기에 유러피언 컨템퍼러리 가구와 스파 브랜드의홈 컬렉션, 빈티지 소품과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최근 애니의 관심사는 이 집에 많은 사람이 모여 교감을 나누는 것. “누군가의 집을 방문한다는 건 상대방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뉴욕에 살면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외롭다’였다고. 조만간 그녀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사회학적으로 접근해 이 집에 풀어낼 계획이다. 지역 사회 구성원의 관심사를 반영한 콘텐츠를 공간에 반영해 서로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이렇듯 그녀는 공간을 통해 인테리어로소통하고 경험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1 주방은 뉴욕 로프트 이미지에 맞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모듈러 시스템 가구로 완성했다. 블랙의 주방 가구는 스틸처럼 보이지만 나무 소재로 캐나다 모듈러 시스템 가구 브랜드 코쿼(Coquo)의 제품이다.
2 거실과 주방 사이 창가에 마련한 작은 휴식처. 키우기 쉬운 다육식물로 공간을 꾸몄다. 가운데 미스 반데어로에 디자인의 암체어와 구비의 2 TS 사이드 테이블을 멋스럽게 놓았다.


큰 창으로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다이닝 룸.가운데 테이블은 애니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것으로 타일로 마감한 상판이 돋보인다. 의자는구비의 비틀 체어, 펜던트 조명은 영국 디자이너리브룸(Lee Broom)의 제품으로 스타일링했다.


밝은 우드와 피치 톤으로 따스함이 돋보이게 꾸민 침실.침대 헤드보드 위 벽면의 그림은 미카 칼리 스튜디오,타일로 마감한 사이드 테이블은 애니가 직접 제작한것이다. 플라이우드 평상형 침대는 플로이드, 리넨베딩은 투 도슨(Two Dawson), 원형 스툴은 어반아웃피터스 제품이다.


1 구리로 만든 수공예 조리 도구 세트가 걸려 있는 주방은 아날로그 감성이 감돈다.
2 가운데를 계단 형식으로 개조해 실용적인 욕실. 사각 화이트 타일로 벽을 마감했다.
3 창문이 많은 공간의 특성을 감안해 짙은 컬러의 암막 커튼을 설치한 게스트 룸. 창가에는 플리마켓에서 구매한 빈티지 테이블과 아날로그 텔레비전을 두어 로프트 하우스 특유의 감성을 살렸다.
4 피코크 그린과 블루 톤으로 차분하게 꾸민 침실. 벨벳 쿠션 침대 헤드보드는 애니가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에스닉 토템을 연상케 하는 우븐 조명은 미셸 배리언(Michele Varian)에서 구매한 것.

Editor김소현

Photographer매슈 윌리엄스(Matthew Willi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