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공간에서 영감을 얻다 하우징 December, 2019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예술적인 영상미를 공간에 자유롭게 표현한 이곳은 영화감독 타셈 싱의 펜트하우스. 강렬한 색감의 레드와 블루, 숭고함을 표현한 골드 컬러와 동서양의 미학을 한데 섞어놓았다. 취향과 개성 그리고 스토리 가득한 그의 공간.

총체적 예술을 한 공간에 담다
혼잡한 런던 중심의 트래펄가 광장을 지나 영국 국립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17세기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조지언 스타일의 건축물들 사이에 영화감독 타셈 싱의 펜트하우스가 있다. 1990년대 R.E.M의 ‘루징 마이 릴리전(Losing My Religion)’ 뮤직비디오로 MTV, 그래미 어워드 등에서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한 타셈 싱.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독특한 영상미로 펩시, 리바이스 등의 광고를 비롯해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인 <더 셀>, 최근 개봉했던 <백설공주> 등의 영화를 디렉팅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공간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 주변 풍경과 반전된 듯 그의 공간은 강렬한 컬러와 화려한 패턴으로 가득했다. 최소한의 경계를 둔 채 확 트인 공간을 원했던 그는 처음 리노베이션을 하기 전 건축가에게 세 가지를 요청했다. 모든 공간은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만들 것, 메자닌으로 오는 하나의 계단으로 중간 브리지를 설치할 것, 침실과 욕실에서 루프 가든을 바라볼 수 있게 레이아웃할 것. 이처럼 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공간 구획을 완성한 후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저는 미니멀리스트였어요. 그래서 이 집은 원래 화이트 컬러 위주의 북유럽 스타일이었죠. 가구를 사러 더콘란샵에 들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죠(웃음).” 독특한 디자인의 가구를 발견하고 한눈에 반해버렸다는 타셈 싱. 곧바로 가구를 만든 태국 출신의 디자이너에게 연락했고 약 1년간 소통하다가 그에게 인테리어를 맡겼다. 그 덕분에 강렬한 붉은 컬러와 동양적인 요소가 가득한, 상상을 초월하는 이색적인 공간이 완성된 것. 펜트하우스에 동양적인 느낌을 가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타셈 싱이 전 세계를 다니며 수집한 오브제를 더해 각양각색의 다양한 문화가 한곳에 아우러지게 되었다.


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것처럼 강렬한 컬러가 시선을 압도하는 영화감독 타셈 싱의 펜트하우스. 꽃이 만개한 듯 로쉐보보아의 마종 소파와 셰이프가 돋보이는 아쿠아 크리에이션스(Aqua Creations)의 팜스 샹들리에가 다이내믹한 공간을 만든다. 메자닌과 서재, 침실을 연결하는 투명한 브리지가 공간에 다채로운 재미를 더한다.


1 마스터 베드 룸 아래의 키친. 불탑의 제품으로 꾸민 주방 앞쪽에 놓은 모던한 느낌의 커스텀 메이드 테이블과 위시본 체어가 조화롭다.
2 활짝 핀 꽃 모양이 돋보이는 케네스 코본푸의 블룸 암체어가 생동감을 더한다. 플라워 패턴의 오리엔탈 버즈 러그는 폴 스미스가 디자인한 것. 가운데 포르투갈에서 공수한 나무 한 그루가 운치를 더한다.


1 노출 벽돌을 살린 벽난로 위에는 아버지가 쓰던 칠판과 피카소가 만든 조각을 놓았다. 베이지 톤의 소파는 B&B이탈리아 제품.
2 광고와 영화를 통해 예술적인 영상미가 뛰어난 작품을 전 세계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타셈 싱 감독.



공간이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
첫 리모델링 이후 수년이 지나 재공사가 필요했던 타셈 싱은 자신의 공간에 취향을 담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의 스타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함께 아트디렉터로 일했던 캐럴라인 콥볼드에게 또다시 인테리어를 의뢰한 것. 전체 바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변색된 붉은 벽은 채도가 높은 레드 컬러로 다시 채색하고 타셈 싱이 좋아하는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가구와 컨템퍼러리 소품을 믹스 매치했다. 캐럴라인은 기존의 동양적인 느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조화로운 어울림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그리고 현대적인 감각을 배가하는 오브제, 컬러와 어우러지는 경쾌한 패턴으로 예술적인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는 중심 공간에서 돋보이는데 유니크한 패턴의 로쉐보보아 소파와 조나단 아들러의 테이블, 브라질 예술가의 조각과 중국풍의 시누아즈리 벽지 등으로 채워 색다른 동서양의 하모니를 이뤘다. 타셈 싱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가든이 내다보이는 욕실이다. 새파란 블루 컬러의 천장보다도 눈에 띄는 건 스테인리스 재질의 독특한 샤워 시설. “영국 감옥에서 실제 죄수들이 사용한 산업용 샤워 기기예요. 철제 라인에 뚫린 구멍을 통해 사방에서 물줄기가 나와 빠르게 샤워가 가능하죠.” 이는 광고 촬영 후 펜트하우스로 가져오게 된 것. 여기에 광택이 나는 브론즈 스테인리스 벽 장식을 더해 사이버 공간에 머무는 듯한 오묘한 느낌을 전한다. 이처럼 새로운 시도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그만의 독창적인 영상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그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타셈 싱의 공간에서 흐르는 시간이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고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매일 재생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1 다이닝 룸에서 바라본 게스트 룸. 기둥에 장식한 마호가니 시누아즈리 핸드페인트 거울은 브라이츠 오브 네틀베드 제품.
2 메자닌의 마스터 베드 룸. 침대 헤드보드는 프랑스에서 오크 나무에 전통 기술로 문양을 새긴 후 짙은 레드 컬러로 채색한 것인데 왕실에서 사용하는 패브릭으로 업홀스터리했다. 러그는 알렉산더 매퀸, 사이드 테이블은 포르타 로마나 제품.


플라워 패턴의 패브릭과 오리엔탈 느낌의 가구가 멋스럽게 어우러지는 게스트 베드 룸. 조각처럼 유니크한 모양의 혼 플로어 램프와 강렬한 레드 컬러의 도어가 세련미를 더한다.


하늘처럼 청명한 블루 컬러의 천장 아래로 실제 죄수들이 사용한 철제 샤워 기기를 설치해 이색적인 분위기가 난다. 창문 밖에는 그가 꿈꾸던 공간, 저쿠지를 즐길 수 있는 루프 가든이 보인다.


1 미스 반데어로에의 데이베드를 놓은 서재. 창문 너머로 영국 국립 오페라 하우스가 보인다.
2 가장 프라이빗한 공간인 서재의 모습. 타셈 싱은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테이블에서 스크립트를 작성하곤 한다.

Editor김소현

Photographer레이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