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순간을 담아내는 집 하우징 June, 2019 때로는 불규칙한 새로움이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 정해진 스타일 그대로의 고루하기만 한

화려한 세련미를 더한 모더니즘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의 콘크리트 벽과 투명한 유리 벽, 이와 대조적인 우드 마감재와 강렬한 컬러의 사용. 모든 요소가 부조화를 이룰 듯하지만 각자의 개성을 표출하며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 색다른 무드를 그려낸 인상적인 집. 호주 시드니의 테일러스 베이(Taylors Bay)에 있는 이 집에는 캐리 벨로티(Carrie Bellotti)와 그녀의 가족이 산다. ‘아열대의 모더니즘’을 콘셉트로 건축가 숀 로키(Shaun Lockye)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저스틴 휴-존스(Justine Hugh-Jones)가 함께 한 프로젝트로, 소프트한 ‘브루탈리즘’을 담아내고자 했다. 브루탈리즘은 1950~1960년대 영국에서 탄생한 건축 양식인데 거대한 콘크리트와 철제 블록 등의 거친 텍스처가 그대로 드러나는 건축의 형태로, 한때는 추하다는 혹평을 받았던 스타일. 하지만 숀과 저스틴은 이들만의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세련된 공간을 완성했다. 특히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 같은 모던한 소재, 과감한 컬러를 영민하게 혼합해 혁신적인 모더니즘을 표현해냈다. 다양한 스타일의 요소가 섞여서일까. 집 외부부터 내부를 모두 둘러보기까지 동선은 물론 이어진 다음 공간의 스타일 또한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도 어느 공간에서나 수려한 자연 경관과 어우러지는 점이 공통된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이는 집주인 캐리 부부의 큰바람이었다고. “야외와 실내의 경계가 없었으면 했어요. 근처의 타롱가 동물원을 비롯해 집 주변의 모든 자연물이 가족의 공간과 한데 섞이길 원했죠.” 그래서 캐리의 집은 어떤 방에서도 자연이 내다보이는 오픈형 구조가 되었다. 어느 방에서는 앞뜰의 푸른 정원이, 어느 방에서는 광활한 바다와 항구의 절경이 집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어 오는 것. 거대한 통유리 벽은 이런 경계를 허무는 데 큰 몫을 했다. 때로는 가변적으로 공간을 구분하며 실용성을 더하는 역할도 한다. 여기에 외부로 돌출된 콘크리트 구조물의 캔틸레버가 더욱 천연덕스럽게 자연을 실내로 끌어들인다.



멀리서도 반겨주는 새빨간 문. 듀럭스 페인트의 레드 테라(Red Terra) 컬러를 칠한 것으로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더한다. 손잡이는 콘크리트 벽과 잘 어울리는 황동 소재의 디자인을 택했다.



집의 메인이 되는 거실. 고급스러운 청록색의 벨벳 소파는 미노티의 안드레센(Andresen), 심플한 디자인의 플로어 램프는 톰 딕슨의 비트(Beat)다. 티베트에서 수작업한 옴브레 실크 러그가 우아한 멋을 더한다.


다이닝 룸에서 보이는 메인 거실의 전경. 블루 벨벳으로 업홀스터리한 다이닝 체어와 청록색의 거실 소파가 컬러 그러데이션을 이룬다.



부엌의 쿡탑은 강렬한 마블 패턴이 눈길을 사로잡는 아라베스카토 발리 대리석을 이용했다. 셰이프가 매력적인 우드 펜던트 조명은 웹라이트(Weplight)의 로라(Lora).



가족만의 프라이빗한 거실로 편안한 분위기를 살렸다. 브론즈 컬러의 글로시한 루이스 폴센 PH 아티초크(PH Artichoke) 펜던트 조명이 공간의 포인트 역할을 한다. 모카 베이지의 벨벳 소파는 제르바소니, 맞은편 다크 브라운 레더 체어는 플렉스폼의 제품이다. 벽에 건 작품은 아티스트 크리스 콕스(Chris Cox)의 오크레 아트워크 중 하나.




서로 다른 개성의 만남
인테리어 디자인은 브라질 건축가 마르시우 코강을 포함해 남미 건축가들의 모더니즘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들은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에 중점을 두는데 이 집에서는 인테리어 자재가 그 존재가 된다. 콘크리트, 글라스, 스톤, 우드 등 성격이 다른 소재를 적절히 섞어 효율적인 설계를 시도한 것. 이러한 집의 틀을 바탕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 저스틴은 공간의 재미를 주기 위해 구조적인 요소와 피니싱 재료에 집중했다. 컬러와 텍스처의 무한한 그러데이션, 미묘한 패턴들의 하모니, 카라라 대리석과 황동 소재의 조합, 테라초 바닥재 등의 신선한 하모니로 가족의 개성을 대변했을 뿐 아니라 가족의 취향이 오롯이 담겨 있는 가구와 예술 작품들의 큐레이션으로 사적인 공간임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거실 두 개가 눈에 띈다. 손님을 맞이하는 메인 거실은 고급스러운 청록색과 에메랄드 그린 컬러로 무게감을 주면서도 은은한 화려함을 더했다. 벨벳 소재의 소파와 글로시한 장식 오브제, 옴브레 실크 러그 등을 매치해 톤 온 톤 스타일링을 완성한 것. 반면 바다가 바로 내다보이는, 격자 프레임의 거대한 유리 미닫이문과 콘크리트 벽 사이 프라이빗한 가족의 거실은 브라운 컬러를 활용해 온기를 더하고자 했다. 멋스럽게 브라스 펜던트 조명과 가죽 소파로 맵시를 살린 것이 특징. 이 밖의 공간은 풍부한 텍스처와 독특한 팝 컬러로 친근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이는 매일매일의 새로움을 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위한 것이다. “대조적인 요소의 스타일링은 엄청난 에너지를 전합니다. 어쩌면 과감한 도전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공간의 무드를 선물하는 것이지요.” 저스틴은 다양한 표정을 지닌 집이 가족의 독립적인 공간을 존중하면서도 조화로운 아늑함이 느껴지게 만든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가족의 매 순간을 그대로 잘 품어주는 포근한 집이야말로 즐거운 보금자리가 아닐까.


1 계단 아래의 빈 공간은 버블 형태의 생동감 있는 조형물과 화이트 스틸 암체어로 스타일리시한 공간을 만들었다.
2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벽면은 콘크리트로, 계단과 바닥면은 우드로 마감해 소재의 대비를 줬다. 글로시한 톰 딕슨의 펜던트로 장식해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1 테일러스 베이가 내다보이는 회색 톤의 아웃도어 시팅 공간. 커피 테이블과 소파를 배치해 아늑한 쉼 공간을 만들었다.
2 마스터 침실의 드레스 룸. 우드 텍스처로 커버링한 붙박이장이 모던한 느낌을 강조한다.
3 게스트용 배스 룸으로 보스케토 대리석을 베이스로 브론초 누불라토(Bronzo Nuvolato)로 마감한 알타마리아의 제품이다.
4 마스터 배스 룸의 욕조는 ACS 디자인의 모다 루시아 베스터브 제품으로 블랙 컬러의 모던한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바다 전경이 마치 그림 같은 테라스 다이닝 룸. 야외용 테이블은 무이의 콘테이너, 체어는 벨라(Vela)의 아카데미아(Accademia)다. 공간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는 구 형태의 클라우드 펜던트 조명은 애퍼래터스 스튜디오(Apparatus Studio).

Editor김소현

Photographer나탈리 크래그(Nathalie Krag), 하우스 오브 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