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타일 하우스 하우징 June, 2020 바다와 사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페루 파라카스. 해양 동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 아름다운 반도에서 자재 고유의 성질에 집중하는 페루의 디자이너 게지 노바크(Ghezzi Novak)는건축을 대하는 새로운 시선을 발견했다.

옛 문화에서 시작한 그림 같은 집
페루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파라카스. 건조한 사막 기후 덕분에 고대 유물이 잘 보존되어 유적지로도 유명하며 특히 직물을 중심으로 한 문명이 발달했다. 파라카스의 독특한 직물 문화에 크게 영감을 받은 건축가 게지 노바크는 이곳에 ‘텍스타일 하우스’를 지었다.
“자유로운 모양과 컬러의 파라카스 직물은 과거에 만들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디테일을 자랑해요. 이러한 특징을 건축 요소로 새롭게 해석하고 싶었지요.”
텍스타일 하우스를 대표하는 콘크리트 블록은 실제 섬유 조직을 섞어 만들었다. 먼저 회색빛 콘크리트 블록을 촘촘히 쌓아 전체적인 구조를 완성한 후 따뜻한 느낌을 불어넣는 원목 계단과 지붕, 원통형 기둥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콘크리트 특유의 차가운 질감이 오롯이 느껴지도록 튀는 컬러와 디테일은 피하고 자칫 폐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직사각형 형태를 보완하기 위해 곳곳에 큰 통창을 설치했다.


저 멀리 바다와 사막이 동시에 보이는 해안가 절벽 위에 안착한 텍스타일 하우스.


1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1층의 리빙 룸. 야외 정원과 연결된 넓은 공간이라 사교 모임을 하는 곳으로 주로 활용한다.
2 우거진 나무숲 위로 보이는 건물 전경.


콘크리트와 대비되는 짙은 원목이 공간에 색다른 무게감을 준다. 최소한의 가구를 배치해 개방감을 살리고 한쪽에는 작은 벽난로를 설치했다.



이유 있는 간결함
조용한 아트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실내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다. 1층에는 리빙 룸 역할을 하는 넓은 실내 테라스가 있는데 해안가의 먼지와 모래가 날아오는 방향에 위치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곡선 형태의 벽을 설치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꾸민 작은 침실이 가장 안쪽에서 주인을 반긴다. 이곳의 핵심 스폿은 바로 옥상 역할을 하는 2층.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과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넓은 공간으로 사교 모임을 하기 좋은 다이닝 룸과 수영장, 테라스로 구성되어 있다. 원목으로 만든 계단과 천장, 지붕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기둥을 제외한 마감재와 가구는 물론 가전부터 작은 조명과 소품까지 모두 디테일이 없는 무채색 디자인을 선택한 점이 흥미롭다. 건물 특유의 차갑고 촘촘한 느낌을 방해하지 않도록 시각을 자극하는 다른 요소는 철저히 배제한 건축가의 의도가 곳곳에 배어 있다.




1 화이트와 그레이 컬러로만 꾸민 주방. 특별한 장식 없이 노출 콘크리트에 상판을 얹은 아일랜드 식탁이 눈에 띈다.
2 꼭 필요한 최소한의 가구로 꾸민 침실. 답답할 수 있는 작은 공간에 큰 슬라이딩 유리 도어를 달아 개방감을 더했다.
3 마치 오래전에 지은 듯한 건물의 러프한 질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벽면. 정면에 보이는 작은 문을 열면 화장실과 작은 알파 룸이 나온다.
4 차가운 벽에 노을빛이 물들어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2층 유리창 너머에는 다이닝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Editor문소희

Photographer이반 살리네로(Ivan Salin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