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의 미학 하우징 May, 2020 특별한 꾸밈이 없어도 아름다움을 표출해내는 것. 이것이 단순함의 미학 아닐까.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처럼 흰색으로 단장한 공간을 바탕 삼아 고전적인 덴마크 가구, 사연이 담긴 개개인의 물품으로 가족만의 프라이빗한 인테리어를 완성한 보금자리.

자연이 그려낸 패턴, 빛의 울렁임
단정한 인상이 반기는 이곳은 그래픽 디자인 회사인 디자인유닛(desingunit.dk)을 운영하는 부부 마이브리트(Majbritt)와 예스페르(Jesper) 그리고 두 자녀가 사는 집이다. 뉴질랜드에서 지내다가 2년 전 두 사람의 고향이기도 한 덴마크의 유틀란트(Jutland)에서 살기로 결심하고 거주지를 알아보던 중 지금의 집과 마주했다. 1960년대에 지어진 고택으로 이 집에 마음이 끌렸던 건 아마도 운명이었을 듯. 하지만 노후한 집의 외관과 답답한 구조 등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이 필요했다. 부부는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건축가와 함께 평면 설계 아이디어를 의논하며 지금의 집을 완성했다. 그 덕에 오롯이 가족만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빛. 마이브리트는 인위적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실내에 그려내는 빛의 패턴은 공간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기존의 작은 창은 모두 통창으로 교체하고 개수도 늘렸다. 여기에 외부로 통하는 파티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이색적인 분위기를 완성한 것. 극대화된 개방감을 위해 시야를 가로막던 벽도 허물었다. “건축가는 메인 침실에 비중을 두고 공간을 구획하길 바랐어요. 하지만 아내와 저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원했죠. 각 방의 크기는 작아졌지만 거실 공간은 한층 커졌어요”


테라스가 내다보이는 거실 중앙의 모습. 대형 미닫이 유리문을 설치해 확 트인 개방감을 살렸다. 마블 상판이 매력적인 다이닝 테이블은 디자이너 풀 키에르홀름의 PK54 제품, 블랙 프레임으로 멋스러운 다이닝 체어는 한스 베그네르의 Y 체어, 간결한 라인이 돋보이는 펜던트 조명은 버나드 쇼틀랜드의 맨티스(Mantis) 시리즈다. 다채로운 분위기를 위해 우드 마루와 콘크리트를 믹스 매치해 바닥을 시공한 점이 돋보인다.


한스 베그네르의 CH25 이지 체어를 중심으로 배치한 멋스러운 작품이 세련미를 더한다. 시선을 사로잡는 드로잉은 마리아 스페어, 데이베드 위 석판화는 카트린 라벤 다비드센의 작품이다.


파티오의 전경이 큰 투명 창을 통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창가 쪽은 한스 베그네르의 플라그 할뤼아르 체어와 구비의 그라스호퍼 플로어 램프로 휴식 공간을 꾸몄다. 핀 율이 디자인한 소파, 아르네 야콥센의 스완 체어, 루이스 폴센의 플로어 램프까지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가구와 조명을 들여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1, 2 배스 룸은 스톤의 무늬를 잘 표현한 그레이 타일로 벽과 바닥을 시공했다. 스타일리시한 가죽이 돋보이는 벽걸이 라운드 미러는 구비, 코크스 그레이 타월은 빕(Vipp)의 제품.
3 공간에 잘 어울리도록 소재의 물성이 돋보이는 오브제로 연출했다. 러프한 텍스처가 인상적인 세라믹 베이스와 우드 트레이는 모두 핸드 크래프트 제품이다.


부부의 침실은 차분한 그레이 톤으로 꾸몄다. 벽은 물론 커튼, 베딩까지 톤 그러데이션으로 안정감을 더했다. 침대는 이케아, 월 램프는 메뉴의 제품.



흰 벽 너머 가족의 오아시스
집에서 돋보이는 공간은 뭐니 뭐니 해도 가족의 취향이 깃든 파티오. “무엇보다도 집이라면 편안하고 아늑한 휴식이 보장되어야 하죠. 외부 시야를 차단한 높은 담벼락 아래의 파티오가 저희 가족에게는 오아시스와 같은 장소입니다.”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롭고 고요한 정취를 이곳에 담고 싶었던 마이브리트는 그레이 샌드 컬러의 타일을 깔아 작은 오솔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주변에 소나무와 비치 그라스를 심었다. “집 안으로 향하는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해변에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특히 바람이 솔솔 부는 날에는 소나무 냄새로 가득해 기분이 좋아져요.” 아내 예스페르와 아이들까지 가족 모두가 사랑하는 곳이 되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그래픽 디자이너인 예스페르의 감각으로 가득하다. 사업을 하기 전 스타일리스트로도 활약한 그녀의 안목이 서려 있는 것. “부부일지라도 서로 다른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믹스 매치해야 하죠. 저희는 물건을 고를 때 가격이나 트렌드 등에 연연하지 않아요.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것을 가져와 한 공간에 섞어서 연출하곤 해요. 그렇게 두 사람이 모두 만족하는 홈 스타일링이 완성되는 것이죠.” 특히 그녀는 서로 다른 물성의 조화, 믹스 매치 스타일이 만들어내는 유니크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이는 인테리어에서 엿볼 수 있다. 보통 한 공간에는 하나의 바닥재를 사용하게 마련. 예스페르는 서로 다른 느낌의 우드 마루와 콘크리트를 사용해 공간의 경계를 만들었다. 집 곳곳에 클래식한 매력을 지닌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가구가 자리하는 것도 같은 이유. 이에 따라 미니멀한 공간에서 고전적인 아름다움은 더욱 존재감을 발하는 장식 요소가 되었다. 어쩌면 부부가 꿈꾸는 완벽한 집의 인테리어는 가족을 위한 서로의 배려와 존중이었을지도 모른다.


1 큰아들의 방은 실용적인 이케아의 가구로 스타일링했다. 수납이 용이한 소파와 스툴 등의 가구를 선택했으며, 네이비와 그레이 컬러로 통일해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2 막내아들의 방 역시 이케아의 가구로 꾸몄다. 라탄 소재의 스툴과 러그 등으로 따뜻한 느낌을 더한 것이 특징.


1 오아시스라고 부를 만큼 가족이 휴식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는 파라오의 전경. 행잉 체어와 선베드 등의 아웃도어 가구와 풍성한 조경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경이 완성되었다.
2 파티오에는 그레이 샌드 컬러의 콘크리트 타일로 작은 길을 만들었다. 소나무와 스프루스, 비치 그라스 등을 심어 해변의 느낌이 나도록 조경을 했다.
3 파티오 중심에는 일바의 콘크리트 테이블과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제작한 톨릭스의 A56 암체어로 멋스럽게 연출했다.

Editor김소현

Photographer비르기타 볼프강 비외른바, 하우스 오브 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