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의 어느 멋진 펜트하우스 하우징 October, 2019 과감한 시도와 틀에서 벗어난 디자인은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탈리아 건축가 알도 키비크(Aldo Chibic)가 디자인한 펜트하우스는 변형된 니치 공간으로 깊이를 더하고, 고딕 양식의 건축 구조물과 현대적인 인테리어 요소의 조화로 신선한 분위기를 전한다. 이색적인 공간으로의 초대.

멤피스의 감성과 기능주의 디자인이 어우러지다
이탈리아 건축 디자인의 역사를 이야기하자면 1960년대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온 래디컬 디자인 운동과 그 시대를 대표하던 디자인 그룹 멤피스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건축가 에토레 소트사스와 함께 파트너로 활동하던 알도 키비크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은 여전하다. 어떠한 제약도 없이 자유로운 표현 방법과 경쾌한 컬러를 사용한 알도 키비크의 공간은 포스트모더니즘을 표방한다. 이처럼 개성 넘치는 실내 디자인이 고전적인 옛 건축과 어우러진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탈리아 리빙 브랜드 파올라 치(Paola C) 창립자 파올라 코인(Paola Coin)의 베네치아에 위치한 펜트하우스가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증명한다.

관광지를 벗어나 산 트로바소(San Trovaso) 교회를 중심으로 15세기의 고딕 양식으로 지은 건축물이 즐비한 곳. 예스러운 감성이 가득한 여기에 그녀의 펜트하우스가 있다. 파올라 치의 아티스틱 디렉터이자 오랜 친구인 알도 키비크에게 재건 설계와 인테리어를 맡긴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듯. 텅 빈 공간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알도 키비크는 설계 전 긴 고민 끝에 역사적인 건축의 구조를 살리되 기능적인 면을 부각하는 기능주의(Functionalism)를 따랐다. 그러면서 자칫 버려질 수도 있었던, 박공지붕 아래의 거실 복도는 작은 라이브러리로 바꾸고, 동쪽 테라스와 이어지는 작은 공간은 마치 숨겨진 벙커와 같이 리드미컬한 깊이를 만들어 위트 있는 게스트 룸으로 변신시켰다. 그의 섬세한 디자인은 컬러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곳곳에 채도가 높은 레드, 옐로, 블루 등을 과감하게 사용해 생기를 불어넣은 것. 이는 건축가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고목의 텍스처가 살아 있는 2층 거실의 문부터 파올라 코인이 수집해온 옛 가구까지. 앤티크한 요소들이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믹스 매치되어 더욱 스타일리시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층의 중심 공간인 거실 모습. 오렌지와 레드의 경쾌한 벽 컬러가 앤티크한 가구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예스러운 느낌을 더하는 고목의 프렌치 도어 너머로 마스터 베드 룸이 이어진다.


집 안의 버려진 공간을 멋스러운 라이브러리로 만들었다. 박공지붕 모양의 천장과 벽면을 조각을 입힌 판자로 장식하고 레드 컬러의 래커로 칠해 생동감을 더했다.


아티스트 조지 콘도(George Condo)의 강렬한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알도 키비크가 이 공간만을 위해 제작한 빈티지 스타일의 암체어와 청동 커피 테이블을 조화롭게 배치했다.


1 베네치아풍의 캐비닛 위는 빈티지 램프와 파올라 치의 조이 테이블 컬렉션으로 장식했다. 벽면의 카날레토(Canaletto)의 풍경화가 운치를 더한다.
2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도 키비크가 리빙룸에서 리서치 작업을 하고 있다. 앤티크 체어와 테이블은 모두 그라치아 몬테시(Grazia Montesi) 제품.


방 안쪽 후미진 공간을 활용해 아늑한 게스트용 침실로 꾸몄다. 침대 앞의 긴 라운지체어는 그라치아 몬테시 제품으로 모던한 그래픽 패턴이 매력적이다.



다채로운 공간의 컬러 팔레트
두 개의 팔라초 층으로 구성된 펜트하우스는 1층은 게스트의 공간, 2층은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꾸몄다. 그렇기에 2층은 파올라 코인의 취향이 물씬 풍기는데 그녀와 수없이 많은 협업을 해온 알도 키비크가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공간마다 각기 다른 컬러로 사용하는 사람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알도 키비크의 치밀한 계획 덕분에 마스터 베드 룸은 그녀가 꿈꾸던 휴식 공간이 되었다. 베네치아의 느낌을 살리고자 웜톤의 채도가 낮은 파스텔컬러를 중심으로 버건디와 골드 컬러 요소로 포인트를 주었다. 반면 욕실은 화이트 컬러와 투명한 글라스 오브제로 꾸며 한층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군데군데 배치한 가구는 대부분 알도 키비크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그의 컬렉션과 이곳만을 위해 제작한 아이템으로 조화롭게 꾸몄다.

파올라 코인은 펜트하우스의 매력으로 동서양을 양방향으로 바라보고 자리한 건축 구조를 꼽았다. 옥상 가든은 저 멀리 터키의 이스탄불을 넘어 동양을 향하고, 서쪽의 테라스는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 이곳에서는 가장 낭만적인 해돋이와 일몰을 매일 마주할 수 있다며 자랑했다. 과거와 현재, 아침과 저녁. 이처럼 시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공간에 스며들게 한 건 알도 키비크가 의도한 것일 터. 그녀는 자신의 펜트하우스에서 또 다른 시간을 멋스럽게 물들여가고 있다.

1 손님 공간으로 사용하는 1층의 키친. 거실과 경계를 두기 위해 유리 파티션을 설치한 것이 이색적이다. 스테인리스 커피 테이블과 포르치노 스툴(Porcino Stool)은 모두 알도 키비크가 디자인한 것.
2 2층에 있는 다이닝 룸에는 알도 키비크가 제작한 블루 컬러의 테이블을 두어 활력을 더했다. 테이블 위 세라믹 테이블웨어와 창가 앞에 놓인 글라스 오브제는 모두 그가 파올라 치를 위해 디자인한 제품이다.
3 유리 공예 작품으로 가득한 마스터 욕실은 집주인인 파올라 코인의 취향이 가득 담긴 곳이다.


1 옥상 가든의 햇살이 스며드는 마스터 베드 룸의 모습. 내추럴 톤을 바탕으로 삼고 채도가 낮은 파스텔컬러로 포인트를 줘 멋을 더했다. 침대 위 벽에 건 강렬한 인상의 골드 오브제는 아티스트 디에고 에스포시토(Diego Esposito)의 작품.
2 마스터 베드 룸 코너 한쪽에 걸어놓은 아티스트 매슈 바니(Matthew Barney)의 작품.
3 2층 복도 중앙에 베네치아의 주데카(Giudecca) 운하가 바라보이도록 작은 창을 뚫었다. 그 아래 멋스러운 레드 컬러의 콘솔을 두고 두꺼운 프레임을 설치해 마치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알도 키비크가 가장 좋아하는 다락 형태의 게스트 룸. 따뜻한 핑크 톤으로 벽면을 마감하고 앤티크 느낌의 유리 공예로 장식해 아늑함을 더했다. 에스틱 문양의 베딩은 베네치아 전통 패브릭인 포르투니(Fortuny)로 제작한 것.

Editor김소현

Photographer레이문(Moon Ray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