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의 보물 창고 하우징 September, 2019 신비롭다. 때로는 계획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불규칙한 것들이 조화를 이루며 신선한 분위기를 만든다. 통일된 주제가 없어도 나만의 추억, 스토리,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요소들로 가득 메운 집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마이 홈’이 아닐까.

믹스 매치의 미학
밀라노 중앙역에서 멀지 않은 곳. 소란스러운 번화가를 등지고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은 건물 사이에 아티스틱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마르타 자르디니(Marta Giardini)의 집이 있다.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한다는 게 바로 이런 모습일까. 그녀는 집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공간이라 말한다. 그렇기에 개인의 취향이 오롯이 반영된 오브제의 개성이 저마다의 형태로 아름답게 녹아들길 바랐다.

처음 이 집을 마주했을 때 마르타는 자신이 꿈꾸는 집의 모습이 바로 오버랩되어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무엇보다도 오래된 건축물에 남아 있는 소재의 디테일을 살리고 싶었기에 천장 스투코와 우든 플로어 등은 그대로 두는 방향으로 평면도를 작업했다. 그리고 수년간 수집해온 오브제를 멋스럽게 담아낼 수 있도록 벽을 허물어 스튜디오형 공간을 이뤘다. 빈티지 캐비닛을 들이고 수납공간을 만든 후 물건을 채워 넣어 마치 브랜드 쇼룸과 같은 공간으로 완성했다. 특히 곳곳에서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아이템을 볼 수 있는데 제르바소니, 아르마니 까사, 자라홈, 코인 카사 등 브랜드에서 작업한 소품과 패브릭 제품을 한데 섞어 이색적인 무드를 배가했다.

전체 공간의 스타일링은 르코르뷔지에의 ‘기능성’과 ‘심플함’을 따랐다. 건축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건축가의 철학을 바탕으로 각양각색의 다양성을 어우르며 질서 정연하게 정돈했다. 컬러도 한몫했다. 화이트와 그레이를 중심으로 공간에 톤 그러데이션을 적용해 통일감을 살린 것. 반면 거실과 다이닝 룸의 경계가 없는 공간은 메탈 소재의 주방 수납장이 눈길을 끈다. 요리를 즐기고 친구들을 종종 초대해 시간을 보내는 마르타는 주방이 좀 더 실용적이길 원했다. 이 때문에 관리가 용이한 소재와 수납에 집중한 것이라고. 포인트 공간이 된 이곳에 따뜻한 무드를 가미하는 우드 소재의 가구와 타이포그래피 네온 조명으로 반전 매력을 더한 건 그녀의 감각적인 안목을 엿볼 수 있는 대목.


마르타 자르디니(Marta Giardini)의 미학이 담긴 거실의 모습. 파올라 나보네가 제르바소니를 위해 디자인한 업 소파 위에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추키(Zucchi) 쿠션으로 스타일링했다. 러그 위 블랙 체어는 BBB 엠메보나치나(BBB Emmebonacina)의 카레라 암체어. 그 옆 알루미늄 플로어 램프는 피트헤인 에이크의 제품. 높게 쌓아 올린 북케이스는 브루노 라이날디의 프톨로메오. 대리석 조각은 미켈라 포피아니의 작품. 이 외에 공간에 어우러진 빈티지한 캐비닛과 커피 테이블 등은 그녀가 인도, 아프리카, 필리핀, 발리 여행에서 구매한 것이다.


1 손으로 직접 패턴을 새긴 나무 패널의 옷장은 발리에서 제작한 것으로 복도에 두었다. 버섯 모양의 나무 조각은 체코 여행 때 구매한 것.
2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거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마르타 자르디니.


키가 높은 아치형 창이 우아한 매력을 더하는 테라스. 공간을 멋스럽게 만들어주는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코인 카사 제품이다.


소재의 성격이 다른 메탈과 우드를 섞어 연출한 주방. 아크라니아의 세련된 주방 가구와 매치한 다이닝 테이블과 러그는 마르타가 직접 디자인한 것. 여기에 코인 카사의 프로토타입 체어와 빈티지 체어를 섞어 배치했다. 벽 앞에는 1920년대의 빈티지 도어를 활용한 캐비닛을 배치해 반전 매력을 더했다.


1 여행과 요리를 즐기는 마르타는 여행지에서 구매한 플레이트와 테이블웨어로 주방을 꾸몄다. 체스 판 패턴의 타진 볼은 모로코, 벽에 걸린 메탈 쿡 도구는 인도양의 섬에서 구입한 것이다.
2 빈티지 마블 테이블 뒤로 1920년에 제작한 빈티지 글라스 캐비닛과 1960년대 체육관에서 쓰던 메탈 캐비닛을 나란히 놓았다. 캐비닛 위 블루 컬러의 촛대는 마르타가 파올라 나보네와 협업해 디자인한 제품.
3 셀레티의 타이포그래피 네온 조명 ‘퀴진(Cuisine)’의 레터링이 위트를 더한다.
4 아치형 창문 너머로 성당이 내다보이는 다이닝 공간. 창가 앞에 놓은 메탈 캐비닛은 파올라 나보네가 디자인한 파스타 컬렉션. 그 위는 마르타가 수집한 빈티지 저울로 꾸몄다.



여행의 순간, 추억의 조각을 모으다
마르타의 집은 오브제마다 스토리가 담겨 있다. 여행을 사랑하는 그녀는 낯선 여행지를 다녀올 때마다 그 나라의 특색 있는 물건을 컬렉션했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오브제가 동서양의 구분 없이 오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색다른 분위기를 그린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주방의 그릇도 마찬가지. 모로코의 타진 볼, 그리스에서 구입한 냄비 세트, 인도양의 어느 한 섬에서 우연히 마주친 메탈 쿡 도구 등 모두가 그녀의 기억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아이템. 여행은 곧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곤 하는데 그것이 제품 디자인으로도 이어진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자라홈의 트레이와 코인 카사의 유리 티포트가 그중 하나.

물론 이는 공간에도 표현된다. 오리엔탈 무드의 게스트 룸은 그녀가 아시아 여행을 다녀온 뒤 꾸민 곳. 좌식 문화에 착안해 침대 프레임을 빼고 매트리스만 바닥에 둔 채 왕골자리를 깔았다. 또한 불완전의 미학을 담은 핸드메이드 위주로 오브제를 선택하고 소재의 텍스처가 돋보이는 제품으로 꾸몄다. 프라이빗한 침실은 여행지에서 사온 기념품뿐만 아니라 자신이 작업한 디자인 등 사적 추억이 담긴 물건으로 꽉 채웠다. 이처럼 마르타는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물건과의 연결 고리를 찾고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 그녀의 집은 어느덧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함께 머물고 다양한 나라의 색깔로 자유분방하게 물든 자신만의 아지트가 되었다.


1 아시아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꾸민 게스트 룸. 동양과 서양의 오브제를 섞어 매력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벽에 건 아트 페인팅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며 스툴은 코인 카사 제품.
2 침실과 이어지는 메이크업 룸에는 마르타가 가장 좋아하는 오브제 중 하나인 오피니온 차티의 피오레 거울을 걸었다. 이 외에도 발리의 부처상, 카자흐스탄의 빈티지 박스, 모로코의 수건 홀더 등 여행지에서 구매한 소품을 활용해 스타일링했다.


마르타의 프라이빗한 침실. 플라스터로 마감해 텍스처가 돋보이는 벽과 어울리는 비즈 장식의 헤드보드와 금속 소재의 거울은 모두 브루노 라이날디가 디자인한 제품. 마르타가 투루사르디 홈과 협업한 리넨과 파스텔블루의 추키 퀄트 베딩이 조화롭다.

Editor김소현

Photographer레이문(Moon Ray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