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호텔 사이 하우징 January, 2019 머물며 즐긴다는 스테이케이션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홈캉스가 곧 호캉스가 되는 이곳에서는. 도산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뵈는 화이트 톤 하우스는 이미 내게 꼭 맞는 쉼표를 품은 무한의 놀이터다.

현관에서부터 순백색의 행렬이 이어진다. 깔끔하게 마감한 벽과 자연이 빚은 줄무늬의 천연 대리석,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은은히 비껴 내려오는 라인 조명까지. 톤 온 톤 공간이지만 질감의 변화와 그러데이션의 미묘한 차이로 밋밋하지 않다. 아니, 도리어 곳곳의 포인트 컬러며 감각적인 디자인이 두드러진다. 심플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바탕 덕에 무엇이건 존재감이 배가되는 까닭이다. “건축한 지 10년이 넘은 아파트라 리노베이션이 급선무였죠. 동선에 맞는 구조가 절실했고 무엇보다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녹여낸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스타일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탄생한 공간에는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심플한 흰색을 키 컬러로 삼고 사회생활을 하는 부부의 일상과 취향을 고스란히 담아 ‘휴식’과 ‘재충전’에 초점을 맞췄다. 아들이 제주의 기숙사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터라 온전히 둘을 위한 부티크 호텔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입체적인 구조도 재미있다. 입구에서 이어지는 전실을 벗어나면 현관을 지나 전면에 남편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룸과 아들 방이 자리한다. 그 옆으로 널찍한 거실과 주방이, 세컨더리 도어 너머로 부부를 위한 베드 룸이 위치한다. 마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공간 속에 또 하나의 공간이 나타나는 식이다.
“남편은 지극히 깔끔한 모던 스타일을 선호하고 저는 섬세한 패턴과 화려한 색감을 좋아해요. 성향이 다르다 보니 서로 부딪치는 부분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지요. 결과적으로 보면 덕분에 단조롭지 않은 반전 매력이 더 살아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블랑 드 블랑 레지던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얗고 깨끗한 첫인상의 현관. 바닥에 스타투 아리오 천연 대리석을 깔고 아기자기한 컬러의 작품을 걸어 마치 호텔에 온 듯한 착각을 일게 한다. 전실과 현관 사이에 자동문을 달아 실용성을 챙김은 물론 간결한 공간 디자인도 완성했다.


1, 2 심플한 구조를 바탕으로 화이트 톤 마감재에 기하학적인 라인 조명을 시공해 단순해 보일수 있는 공간에 재미 요소를 더했다. 거실은 간접 조명, 라인 조명, 사각 할로겐으로만 조명을 기획해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럽게 연출했고 마르셀 브로이어가 디자인한 바실리 체어도 흰색으로 선택해 하나의 톤으로 통일했다.



유쾌하고도 비밀스러운 반전
서로 다른 부부의 취향은 디자인과 시공을 맡은 하우스만 이효진 대표의 솔루션 덕에 빤하지 않은 스타일로 다시 태어났다. 미니멀한 바탕은 유지하되 공간별로 스타일에 차별화를 꾀해 리듬을 부여한 것. 공용부에 해당하는 현관과 거실, 서재, 엔터테인먼트 룸과 곁에 딸린 남편 전용 화장실은 지극히 모던한 스타일로 기획하고 마스터 스위트 존(Master Suite Zone)에 해당하는 안방과 드레스 룸, 파우더 룸과 배스룸은 안주인의 취향을 반영했다. 주방의 경우는 둘의 특징이 묘하게 섞여 있다. 음영이 두드러지는 딥 그린 컬러를 사용하되 너무 무겁거나 둔탁해 보이지 않도록 가구와 도어 사이의 슬릿, 하드웨어와 수전류를 골드 컬러로 연출해 고급스러운 디테일을 완성한 것. 빌트인을 중심으로 해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간결하지만, 여기에 화려한 펜던트와 장식을 더해 한층 우아하고 럭셔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비슷한 톤 온 톤 더군다나 올 화이트의 공간은 조명 계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각적 즐거움과 구조의 아름다움이 좌우된답니다. 조명 자체의 디자인은 물론 빛의 섬세한 기울기도 하나의 무늬처럼 사용할 수 있거든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컨더리 도어로 공용 공간과 사적 영역을 분리해 더 드라마틱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문을 열면 마치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듯, 마스터 스위트 존은 오롯이 안주인의 취향과 감각을 반영한 모던 글램 룩(Modern Glam Look) 스타일로 꾸몄다. 2개의 상충하는 스타일이 한 공간에 이처럼 자연스레 스밀 수 있으니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일상에 치이다 보면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거나 공간 속에서 집중하기 쉽지 않잖아요. 작다면 작은 변화지만 윈도 시트에 앉아 도산공원에 시선을 두고 있으면 마치 유럽의 어느 호텔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짧게나마 위로를 받을 때가 있어요.”

1, 2 딥 그린 컬러와 골드 포인트로 유니크하게 연출한 주방. 스타투 아리오, 볼락스 대리석으로 마감한 주방에는 천장에 11자 라인 조명과 펜던트 조명을 시공해 한층 럭셔리한 분위기가 난다.


1, 2 거실과 복도를 지나 만날 수 있는 마스터 베드 룸은 외부 공간과 차별화된 컬러와 디자인으로 색다른 인상을 준다. 웨인스코팅이라고 하면 자칫 과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잘만 활용하면 우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 그만한 장치도 드물다. 미니 펜던트 조명과 벨벳 커튼의 조화가 고풍스러운 마스터 베드 룸 한쪽의 윈도 시트는 고급스러운 팔라디안 블루 컬러와 벨벳 패브릭 소재의 빛깔이 만나 1870년대 할리우드의 모던 글램 룩을 표현했다. 과감한 컬러, 벨벳과 같은 질감의 광택 소재, 무광의 러스틱 퍼니처와 화려한 샹들리에, 대칭을 이루는 구조 등 모던 글램 룩의 공식을 완벽히 구현한 공간.
3 남편의 취향을 고려해 간소한 테이블과 의자로만 꾸민 심플한 서재.



집에서 누리는 호텔링 시스템
이 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곳은 파우더 룸과 욕실이다. 하얀 바탕 위에 호텔식 콘텐츠를 차곡차곡 채워 넣은 공간의 화룡점정이랄까. 스타일은 물론이거니와 작은 디테일 하나에서조차 얼마나 신경을 기울였을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기존의 작은 욕실을 과감히 개조해 세면대를 건식 공간 즉 밖으로 재배치하고 욕실-드레스 룸-파우더 룸으로 이어지는 호텔과 같은 구조를 완성했는데 사용자를 배려한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도 곳곳에 자리한다. 이를테면 서랍에 헤어드라이어를 수납할 수 있도록 콘센트를 내부에 설치한다거나 커튼과 조명을 전자동 리모컨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거나. 공간의 확장성을 위해 더블 레이어 거울도 달았다. 이 밖에도 화장실과 거실의 음향 시스템, 센서 조명의 디밍 시스템, 미러 TV까지 호텔에서 경험 가능한 모든 시스템을 집 안에서 누릴 수 있다. 웨인스코팅 슬라이딩 도어 너머 숨어 있던 마스터 배스 룸은 우아한 느낌의 웨인스코팅 천장과 로즈 골드 하드웨어 덕에 화려한 디테일의 정점으로 거듭났다.
“단순한 얘기지만 좋은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환기되잖아요. 그걸 매일 누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호텔보다 더 좋은 우리만의 공간’을 고민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집은 생활의 일부인 동시에 힐링과 안식의 장소가 되어야 하니까요.”
부러 짐을 챙기지 않아도 되는 일상 속 여행. 바야흐로 관성처럼 머물렀던 우리네 집을 재정의할 때다.

프리스탠딩 욕조와 샹들리에로 완성한 마스터 배스 룸.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고풍스럽다.


1 드레스 룸 옆 건식 공간에 위치한 세면 공간. 오리지널 천연 대리석 스타투 아리오 타일과 로즈 골드의 조합 덕에
글래머러스하고 드라마틱한 연출이 가능하다.
2 하우스만 이효진 대표는 “집에 2가지 이상 다른 스타일을 담고 싶다면 방마다 다른 콘셉트로 꾸며보는 것도 방법. 문으로 분리된 공간마다 새로운 스타일을 적용하면 큰 틀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다채로운 변주를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전체 공간과 달리 블랙 컬러를 사용해 모던하게 스타일링한 남편의 개인 욕실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 하우스만(02-797-0079, www.hausmann.co.kr)

Editor홍지은

Photographer이용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