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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m²의 캔버스
진주시 충무공동. 고만고만해 보이는 아파트 틈 사이에 자리 잡은 김현실, 차재병 부부의 보금자리는 문을 열자마자 예상치 못한 속살을 보여준다. 화이트를 바탕으로 한 공간에는 다채로운 컬러가 그야말로 팔레트처럼 펼쳐진다. 신기한 건 선입견 없이 자유로운, 때로 과감하게까지 느껴지는 요소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점. 집을 도화지 삼아 그럴싸한 그림을 그렸대도 틀린 표현은 아니겠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실 씨는 아크릴 물감으로 비구상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서양화가다. 화면을 긁거나 덧입혀 마치 유화같이 거친 듯 풍부한 질감을 표현하는 그녀의 작품 세계는 공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천편일률적인 북유럽 스타일보다 담백한 기본 스타일은 유지하되 풍부하고 다채로운 표정을 더하고 싶었어요. 붓을 놀리듯 가구 한 점을 고른 셈이지요(웃음).”

평면 작업에서 느끼는 갈증을 인테리어를 통해 입체적으로 구현해냈달까. 실제로 작품에서도 두드러지는 선명도 높은 컬러와 율동감은 집 안 곳곳에서 목격된다. 이미지를 채집하고 기억의 편린을 마치 모자이크처럼 따로 또 같이,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특유의 감성은 129m²공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블랙 컬러의 스틸 프레임으로 통일감을 준 현관. 중문을 열자마자 집주인인 서양화가 김현실 씨의 최근작 ‘A Time of innocence’가 제일 먼저 반긴다. 현관은 집의 인상을 좌우하는 만큼 앞으로도 계절과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작품을 바꿔가며 전시할 계획이다.


다이닝 룸에서 바라본 거실. 화이트 컬러를 바탕으로 선명한 색감의 가구로 포인트를 줬다. 골드로 마감한 날렵한 다리와 보태니컬 패턴이 인상적인 암체어는 엘리 정글 소파.


기본 LDK 구조에 다양한 컬러의 가구와 식물을 배치해 리듬감을 주었다. 200×100cm의 넉넉한 사이즈와 묵직한 컬러감을 자랑하는 에이펙스(Apex) 다이닝 테이블과 엠브라스(Embrace) 벨벳 체어, 토레도(Toledo) 베이스, 블루 벨벳으로 통일감을 준 러쉬(Lush)데코 시계는 모두 아이디디자인에서 구입했다.



경쾌한 믹스 매치의 리듬감
모던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유기적인 톤 앤 매너를 지니되 단조롭지 않을 것. 20여 년 만에 마련한 온전한 ‘내 집’에 대한 김현실 씨의 기대는 휴가디자인의 강민구 디자이너, 스타일링 컨설팅을 도와준 아이디디자인을 만나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었다.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의 취향과 니즈를 적극 반영하면서도 전문가적인 조언을 더해 최상의 솔루션을 찾아나선 거다. 강민구 디자이너는 먼저 거실을 중심으로 주방, 욕실, 4개의 방으로 구성된 단편적 구조에 남다른 한 끗을 더해 차별화된 분위기를 완성했다. 화이트를 기본으로 하되, 몰딩과 마블, 단차 등으로 변주를 꾀하고 여기에 손잡이와 중문 등은 블랙 컬러로 밑그림을 그렸다.

“특히 마블 패턴의 헤링본 바닥은 만족도가 높아요. 원래 짙은 우드 톤을 염두에 두었는데, 확신을 갖고 제안해주셔서 믿고 맡길 수 있었죠. 시공하고 보니 깔끔하면서도 그 자체로 장식적이더라고요. 덕분에 별다른 연출 없이도 모던한 감각이 배가되었네요.”

이뿐만 아니다. 단차를 둔 천장에는 매립형 간접 조명과 함께 라인 조명을 어긋나게 배치해 상업 공간에서나 볼 법한 색다른 디자인을 구현했다. 기능적인 면을 놓치지 않았지만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으니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꽤 즐거운 작업이었으리라.

마음에 꼭 맞는 가구 한 점을 고르기 위해 각종 페어는 물론 서울과 전주, 창원과 부산을 마다치 않고 오가던 그녀에게 아이디디자인의 토털 컨설팅은 마음 맞는 친구와의 그것처럼 편하고 즐거웠다. 덕분에 바라던 대로 실루엣은 단순하지만 풍부한 컬러감과 섬세한 디테일로 무장(?)한 아이템을 공간에 부릴 수 있었다.



1 침대 맞은편은 내추럴한 사이드 보드장으로 단출하게 꾸몄다. 벽은 여행길에서 사온 피카소의 초기 드로잉, 아이가 어린 시절 끄적였던 낙서 등 다채로운 드로잉 작품을 모아 아트 월로 꾸밀 계획이라고.
2 과감한 그린과 블루 컬러의 매치가 돋보이는 침실. 창가에 부부만을 위한 티 테이블을 마련해 한층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드라마틱한 블루 컬러의 베니스(Venice) 침대와 양옆에 나란히 놓은 골드 프레임의 아트데코팬스 스툴 세트는 모두 아이디디자인에서 구입했다.
3 딥한 블루 컬러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딸아이의 방. 벽에 건 프린트 작품 역시 직접 골라 디스플레이했다. 자연스러운 무드에 도시적 감수성의 작품을 믹스 매치한 감각이 인상적이다. 철제 프레임의 침대와 유니크한 디자인의 조명은 모두 이케아 제품이다.


다양한 소재의 패브릭과 우드, 스틸까지 갖가지 물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거실 한쪽. 테이블 위 베이스는 펜던트 조명, 다이닝 체어의 블루 톤은 딸아이 방의 컬러와 연결되어 총천연색의 자유롭고 입체적인 인상 속에서도 통일감이 느껴진다.



사소한 것이 세상을 바꿀 때
“현관 복도에서 이어지는 측면에 프티 갤러리가 자리해요. 원래 오래된 붙박이장이 있었는데 오크 소재라 촌스러운 데다 답답한 느낌이 강했죠. 철거해서 개방감을 확보하고 위쪽에 스폿 조명을, 아래에 선반과 수납함을 제작해 기능성을 추가했지요.”

지금은 선반 위에 호크니의 도록을 놓아두고 오며 가며 넘겨 본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오래 머물고, 또 찰나로 훑으며 흩어진 영감을 담금질한다고. 일상 속 흐르듯 마주하는 자극이 결국 어떤 형태로든 체화된다고 믿어서다. 그릇 하나, 식물 한 포기도 허투루 들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 사소한 것이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내년 5월,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에게 집이 또 어떤 영감을 불러일으킬지 자못 궁금해진다.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 휴가디자인(1800-7716)


1 주방에서 바라본 부부의 침실. 그린과 블루가 조화를 이뤄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 과감한 구조 변경을 통해 탄생한 프티 갤러리. 벽에 건 작품은 김현실 씨의 ‘Timelessness’(Acrylic on Canvas, 117×91cm, 2015). 선반에는 호크니의 도록을 놓아두었다.
3 짙은 컬러의 벽에 액자만으로 남다른 아트 월을 완성한 딸아이의 방.
4 공간 곳곳에서는 면적이 넓은 솔리드 컬러 바탕에 과감한 패턴이나 드라마틱한 포인트 컬러로 생기를 불어넣은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차분한 베이지 컬러의 소파에도 다양한 컬러와 소재의 쿠션을 매치해 한층 풍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2019년 11월
Editor 홍지은 Photographer 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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